바다 한가운데도, 강물 한복판도 아닌 지하 주차장입니다.
태풍 힌남노에 주차장이 침수될 수 있으니 차량을 이동시켜 달라는 안내방송에 차를 옮기려 나섰다가 이곳에서만 무려 7명이 숨졌습니다.
수도권 집중호우로 서울 서초구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희생자가 발생한 게 불과 한 달 전입니다.
2003년 태풍 매미 때에도 지하 주차장 등에서 1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16년 태풍 차바 때도 지하 주차장에서 1명이 세상을 등졌습니다.
2020년 집중호우 땐 지하주차장에 6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된 적도 있습니다.
너무도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겁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재난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차수막을 만들 시간도, 대응 매뉴얼을 고치고 다듬을 시간도 차고 넘쳤습니다.
뒤늦게나마 2017년 수방시설 설치 의무가 확대됐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합니다.
소급 적용이 안 돼 이번 포항의 아파트처럼 오래된 건물은 여전히 수해에 무방비 상태입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대응 매뉴얼도 재난 재해 상황별, 단계별로 나눠 촘촘하게 재정비해야만 합니다.
풍성했어야 할 한가위는 안전 불감증과 함께 쏟아져 내린 비에 떠내려갔습니다.
다른 나라에 우리의 선진 재난관리기술을 전수하게 됐다며 뿌린 보도자료를 보고 있자니 부끄러워집니다.
정작 취약국가는 우리였는데 말이죠.
이제 '다시' 하십시오.
지금까지의 실수를 되풀이 하란 게 아니라 새롭게 뜯어고치라는 겁니다.
재난 대비 '다시' 하십시오.
지금까지 화나요 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