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술과 응급 처치 분야 전문가인 영국 로얄 유나이티드 병원의 제리 놀란 교수는 지난해 국제 학술지 '영국 응급의학 저널'에 영국 힐스버러 경기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힐스버러 참사 당시 대부분의 사망자들이 '압박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슬프게도 힐스버러 참사와 닮아"
한국시각 2일 채널A와의 화상 인터뷰에 응한 제리 놀란 교수는 "힐스버러 축구장에서 일어난 일과 이태원 참사는 슬프게도 강력한 유사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리 놀란 교수는 "힐스버러 참사의 생존자들은 '압박 당시 숨을 내쉴 수는 있어도 들이마시기 어려웠다'고 증언했는데, 군중에 의해 발생한 압박이 질식을 유발할 만큼 심각했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흉부 압박이 점점 강해질수록, 숨을 쉬지 못해 체내 산소가 떨어지고, 특정 수준까지 떨어지면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잃게 되는데 제리 놀란 교수는 "압박이 풀리지 않으면 산소부족으로 심장이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든타임 짧다…"즉시 CPR 해야"
압박 질식에 의한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의 '골든타임'은 매우 짧습니다.
제리 놀란 교수는 "압박 질식에 의해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1~2분 내로 빠르고 정확하게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안타깝게도 소생할 수 있는 확률이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놀란 교수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심정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보통 맥박이 뛰는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겠지만, 비전문가는 판단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니 심정지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방금 심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가정하고 즉시 CPR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근본적인 대응 방법은 '사전 예방'
제리 놀란 교수는 "근본적인 대응 방법은 심정지가 발생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도록 사전에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군중이 한꺼번에 몰려 압박 질식이 오는 상황 자체를 막는 게 가장 근본적인 대처 방법이라는 겁니다.
제리 놀란 교수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소생시키기 위해 구조대원, 시민들이 노력했을 것"이라며 "그들이 죄책감을 갖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상편집 : 장세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