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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나는 괜찮다”…‘마음안심버스’ 타보니
2022-11-09 17:02 사회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마음안심버스'

이태원 참사를 취재하면서 보게 된 참사 영상이 종종 떠오릅니다. 늘 가던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공포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옆에 서 있는 마음안심버스를 찾기로 했습니다. 마음안심버스는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상담을 진행합니다.

 '마음안심버스' 내부

버스에 올라타자 공간이 4개로 구분돼 있습니다. 설문지를 작성하는 의자와 테이블, 자율신경검사실, 단체상담실, 미닫이문으로 분리된 개인상담실입니다.

버스 입구 쪽에 있는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하자, '마음건강평가'라고 적힌 4장짜리 설문지를 건네줍니다.

△최근 한 달간 악몽을 꾸는지 △참사 당시 장면이 떠올라 잊으려 노력하는지 △기분이 우울한지 △입맛이 없는지 △위통이나 두통이 없는지 등 스트레스 증상과 신체적 증상을 묻는 내용들입니다. 설문 70% 가량에 '그렇다'라고 체크했습니다.

 기자가 자율신경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설문조사를 마치자, 커튼이 처져 있는 자율신경검사실로 안내합니다.양쪽 손목, 왼쪽 발목에 전극을 꽂고 심박수와 자율신경 활성도, 스트레스 저항도, 피로도 등을 측정합니다. 자율신경활동도가 높을수록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뛰어난 건데, 기자는 나쁨과 매우 나쁨 사이가 나왔습니다.

10분 내외의 사전 검사를 바탕으로 정신건강전문요원과 상담이 진행됩니다. 전문요원은 기자에게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이라면서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긴장이 되거나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 때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방법은 양팔 안쪽이 위로 가게 쭉 뻗어 주먹을 쥔 뒤, 5초에 걸쳐서 천천히 힘을 주면서 몸쪽으로 당기는 겁니다. 이후 반대로 5초 동안 힘을 빼면서 팔과 주먹을 펴는데, 이 때 "나는 괜찮다", "나는 편안하다"를 되뇌입니다.

실제로 요원의 지시에 따라 팔을 움직이면서 "나는 괜찮다"를 반복하니, 마음이 진정되고 편안해지는 게 조금 느껴집니다.

기자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건 '나비포옹'이었습니다. 양쪽 팔을 교차해 손을 팔에 올리고 천천히 두드리면서 "나는 괜찮다"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전문요원은 해당 위치에 부교감 신경이 지나가고 있어 긴장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분간의 상담을 마치자 색칠놀이책과 12색 색연필 세트, 마사지볼, 귀마개와 안대 등이 들어있는 남색 주머니를 건네줍니다. 집에서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물품들이니 잘 활용하라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마음안심버스에서 받은 키트.

상담을 해 준 전문요원은 "마음도 감기 걸리는 것처럼 정신적 어려움이 잠깐 왔다가 갈 수 있다"면서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상담이 필요하면 더 찾아오라"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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