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의 유족이 처음으로 언론 앞에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유족들은 오늘(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상대로 요구사항을 발표했습니다.
희생자 김인홍 씨의 유족은 "오스트리아 국적인 아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연세어학당에 공부하러 왔다가 이태원에서 희생당했다"며 "나라를 이끄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게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희생자 이민아 씨의 유족은 "이 참사와 비극의 시작은 13만 명 인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고, 당일 경찰이 기동대를 투입하지 않은 것은 일반 시민의 안전이 아니라 시위 관리나 경호 근무에 매몰돼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정부는 유가족들의 모임을 구성하지도, 심리적 안정을 취할 공간을 확보하지도 않았다"며 "다른 유가족들과 합동 봉안당을 만드는 것을 의논해보고 싶었는데 참사 17일이 지나서야 수소문 끝에 유족 몇 분을 만날 수가 있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은 민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TF'의 도움을 받아 열렸으며, 유족 28명이 참석했습니다. 민변은 희생자 34명의 유족에 대한 법적 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유가족은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성역 없는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책임 규명을 요구사항으로 밝혔습니다.
아울러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