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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간다]공항은 주차난인데 공항버스는 ‘승객난’
2023-03-10 16:29 사회

인파로 가득 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이들 가운데 절반은 자가용을 이용해 공항에 왔을 거라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차장이 그만큼 넓다는 걸까? 공항 측에 주차장 상황을 물으니 바로 앓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평일 낮 시간에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인천공항 주차장’이라고 검색하면 주차장 P1과 P2는 ‘만차’로 나옵니다. 개학도 했는데 말입니다. 더 큰 문제는, 곧 막혀있던 중국 하늘길이 열리고 5월 연휴가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차, 차, 차…“죽을 맛이다”

 지난 4일 새벽 5시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P1 주차장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는 장기주차장과 단기주차장이 있습니다. 하루 이상 이용하려면 장기주차를 해야 합니다. 장기주차장은 3개로 나뉘어 있는데, P1과 P2 주차장은 목요일 이후로는 항상 만차입니다. 출국장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P1과 P2는 각각 약 4천 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데, 주말만 되면 더 많은 차량이 들어섭니다. 주차장 내 도로에도, 화단 옆에도 꾸역꾸역 차를 쌓아놓듯 대는 겁니다. 설 연휴에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모든 장기주차장이 ‘만차’ 상태였고, P1과 P2에는 수용 가능 대수보다 500대 넘는 차가 추가로 주차됐습니다. 공항 입장에서는 여행객이 비행기를 놓치게 둘 수 없는 상황. 어떻게든 주차와 출국을 도와야 합니다.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거든요. 정기권을 가진 직원들 차를 장기주차장에서 단기주차장으로 밀어 넣고, 버스 주차장도 줄이고, 갓길 주차도 하면서 간신히 소화는 시켰습니다. 심지어 어떤 고객은 그냥 아무 데나 차를 놓고 키 꽂고 가버립니다. 그러면 가서 다 안전한 쪽으로 이동시키고….”
-인천공항 교통운영팀장 김규성 씨

 지난 3일 오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P1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히 주차돼있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된 후 여행객과 동시에 주차 수요가 늘 거라는 건 예측한 바였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여행객은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63% 수준이지만, 주차 대수는 96%까지 돌아왔습니다. 전보다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을 이용하는 여행객이 폭증했다는 뜻입니다.

교통수단별 분담률을 살펴보면, 2018년에는 △버스(56.4%) △승용차(30.3%) △공항철도(9.3%) △택시(3.5%) 순이었지만 지금은 △승용차(48.9%) △버스(30.0%) △공항철도(11.1%) △택시(10.0%)입니다. 자차나 택시 이용이 확 늘었습니다.

14만 4천 원 vs 3만 6천 원

“버스 정류장은 집에서 멀고, 택시보다 저렴해서 차를 가지고 오게 됐어요. 출장 기간이 5일이에요. 택시 왕복으로 하면 14만 원 정도 생각해야 하는데, 이거 일 주차 하루에 만 원 정도면 5만 원이거든요.”
-여객 송하훈 씨

장기주차장의 1일 요금은 9천 원입니다. 택시 요금은 말 할 것도 없고, 공항을 오가는 리무진 버스비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리무진 버스는 서울 시내를 기준으로 한 사람에 1만 8천 원 정도입니다. 4인 가족이 3박 4일 여행을 갈 때 버스를 이용한다면 왕복 14만 4천 원(18,000×4×2)이지만, 주차비는 3만 6천 원(9,000×4)에 불과합니다.

 공항에서 승객을 태운 버스. 두 사람만 앉아있다.

“(공항버스는) 조금 비싼 게 흠이에요. 버스비나 여기 와서 (주차)하는 거나 비교해보면…. 그래도 공항버스가 활성화되면 버스를 타고 다니겠죠. 주차 때문에 고민 안 해도 되고 버스가 훨씬 편하니까요.”
-여객 황광희 씨

비싼 요금에 더해 노선 축소까지 더해져 악순환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한 버스 회사는 코로나19 이전 5개 노선에 65대 버스를 투입했지만, 지금은 4개 노선에 30대만 운행하고 있습니다. 20분 안팎이던 배차 간격은 1시간으로 늘었습니다. 한 대를 운행할 때 승객 9명이 타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평균 탑승객은 많아봐야 4명. 운행할수록 손해를 봅니다.

그래도 버스를 선제적으로 증차해 선순환을 시켜보면 안 되겠느냐 물었지만, 속 편한 질문이었습니다.

“작년도 상황이나 그 전년도 상황이 좋았으면 그때 벌어놓은 돈이 있으니까 이번에 손해를 보더라도 공격적으로 경영을 해보자, 이렇게 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지난 3년 동안 돈은 다 까먹었고, 이제 여객 늘어난대서 버스 운행 다시 하는데 주차료가 턱없이 싸서 다 차 몰고 가버리고 버스는 외면당하고….”
-A 공항 리무진 버스 회사 관계자

인천공항은 주차장을 새로 지어야 합니다. 아직 계획 단계인데 새 주차장을 만나려면 적어도 2년은 걸립니다. 아직 여객 63%만 돌아왔는데, 100%다 돌아오면 어쩌지 전전긍긍합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5월 연휴, 공항 이용을 계획하고 있다면 주차장 상황, 사전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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