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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간다]‘멀미 유발’ KTX-이음…부품 교체면 끝?
2023-03-21 18:20 사회


지난 13일 촬영된 제보 영상

KTX 열차가 이렇게 흔들린다고? 제보 영상을 보고도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영상 속 좌석과 물병은 탈수기에 들어있는 듯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영상이 촬영된 시점이 코레일 측이 진동을 줄이기 위해 감속을 실시한 이후라니, 황당하기가 짝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열차를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진동열차’ 체험기

급하게 서울역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열차표를 끊었습니다. 과연 문제의 진동 현상이 나타나려나? 의구심을 안은 채 몸을 실었는데, 일순간 객실 구석구석에서 ‘삐그덕, 삐그덕’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탁자에 올려놓은 노트북과 음료수 병, 머리 위 선반에 실어놓은 짐들도 세차게 흔들렸습니다. 강릉까지 운행시간 2시간 가운데 이런 진동은 30분이나 이어졌습니다.

 좌석에 앉아 있는데도 진동이 심해 차창을 잡아야 했다.

앞자리 승객들에게 승차감을 물었습니다. 경상남도 진주에서 올라왔다던 두 승객은 “며칠 전 ITX-새마을호를 탔는데 그때는 멀미가 나지 않았다”며 “오늘은 멀미가 나고 잠이 들다가도 깬다”고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사실 취재진도 멀미를 느꼈지만, 촬영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취재진 모두 “고속열차에서 멀미를 느끼긴 처음이다” 이야기했습니다.

심장 문제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던 한 승객은 “병원을 왔다갔다할 때마다 열차에서 심장에 무리를 더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KTX-이음을 이용하는 셈인데, 1에서 10까지 진동 세기를 어느 정도 느끼느냐는 질문에 “나는 심장이 안 좋아서 10 정도 느낌. 고통을 탁! 느끼는 정도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부품 문제”? 거기서 끝내면 안 된다

 코레일과 현대로템 측이 밝힌 진동 개선 방안

문제가 된 열차는 KTX-이음입니다. 2021년 도입된 최초의 국산 동력분산식 열차입니다. 기관차가 열차 양 끝에서 나머지 객차를 끌고 가는 기존 동력집중식과 달리, KTX-이음은 모든 객차에 각각 모터가 달려 있습니다. 가속과 감속이 빨라 역과 역 사이가 비교적 짧은 우리나라 노선에 최적화된 기술입니다. 전력소비량이 기존 KTX의 79%라 에너지 효율도 좋습니다.

세계적으로 동력분산식 열차 도입이 늘고 있고, 그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국산 기술로 열차를 개발한 겁니다. 현재 △강릉선(서울-강릉, 서울-동해) 전체 △중앙선(서울-안동) 일부 △중부내륙선(부발-충주) 전체에 KTX-이음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입 2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2022년 4월, 처음으로 진동과 관련한 민원이 제기돼 지난달까지 총 236건이 접수됐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측은 합동감식 결과 ‘열차 내 부품이 수명을 다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진동을 흡수하는 고무 부품이 헐거워졌다는 겁니다. 코레일 측도, 제작사인 현대로템 측도 “대책을 내놨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진동흡수장치 부품 교체(오는 5월까지) △차량 바퀴를 깎기(다음달까지) △열차와 노면을 연결하는 공기스프링 교체(내년 상반기까지) △임시로 문제 구간 감속(시행 중) 등을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토부와 코레일이 내 놓은 원인과 대책이 석연치 않았습니다. 부품이 예상보다 일찍 기능을 못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코레일과 제조사인 현대로템의 설명이 엇갈렸습니다.

코레일 측 관계자
“부품상의 문제입니다. 그쪽 선로도 철도시설물관리기준에 따라서 점검을 다 하거든요. 시운행할 때나 운행 초기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는데 1년 정도 운행하니까 부품에 불량률이 높아진 거죠. 4년 정도의 수명 주기를 가진 부품인데 약 1년 정도 영업 운행 후에 기능 저하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철도제작사 측 관계자
“부품 하자는 절대 아니고요. 형식 승인에 맞춰서, 코레일에서 원하는 설계대로 제작한 건데…. 동력분산식으로 운행 해본 적이 없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보니까 시공사(코레일)의 설계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부품이 빨리 닳는 데에는 여러 가지 환경 변수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우선 이번 부품 교체에 들어가는 비용은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부담합니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무상 A/S 기간이 끝나, 수리‧유지 비용을 공기업인 코레일 측이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이미 KTX-이음 제작에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예산이 4천억 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예산 낭비를 막고, 승객 불편 없는 운행을 하기 위해서는 부품 교체에서 해결책이 멈추면 안 됩니다.

임남형 / 충남대 철도연구소장
“열차는 지나가면서 막 흔들리잖아요. 밑에 있는 구조물도 역시 같이 흔들려요. 전혀 흔들림 없는 구조물이라면 열차만 고쳐서 해결될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서로가 상호작용을 해요. 선로든 차량이든 기준을 통과한 상태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생겼다고 한다면, 누구 탓을 할 게 아니라, 어떤 안 좋은 상호작용을 했는지 찾아내야 하죠.”

지금은 열차와 노선, 선로를 각각 따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세 개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통합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TX-이음과 유사한 기종의 새 동력분산식 열차는 계속 출고되고 있습니다. KTX-이음과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지 않으려면 빠른 시일 내 대책이 필요합니다.

*뉴스A의 코너, ‘현장카메라’와 ‘다시간다’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현장 카메라]“멀미 날 지경” 덜덜대는 KTX…철로 탓? 열차 탓?
[기사 링크 : 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339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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