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막아줄 칸막이…설치비 20만 원 부담

2021-05-30 19:30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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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뉴스 하나 하나가 남일 같지 않은 분들, 바로 택시기사들입니다.

취객에게 강도에게 변을 당하는 일이 왕왕 있다보니 아예 사비를 들여 칸막이까지 설치하는 실정입니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술 취한 승객이 운전 중인 택시기사의 팔을 움켜쥡니다.

[현장음]
"이거 놓으세요. 왜 그러세요."

휴대전화로 기사의 머리를 내리치는 승객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뒷자리 승객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택시기사가 숨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승객이 위협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택시기사들이 격벽을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영주 기자]
"운전자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줄 격벽입니다. 주먹으로 내리쳐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튼튼합니다."

3년차 택시기사인 최문수 씨도 그제 격벽을 설치했습니다.

새벽 4시까지 운행하다보니 취객을 상대하는 게 두렵기 때문입니다.

[최문수 / 택시기사]
"요즘에 하도 택시기사들 폭행 사건이 많아서 불안하잖아요. 설치해놓으니까 마음이 좀 편해요."

설치비가 20만 원이나 되지만, 최근 욕설하는 승객을 만나고는 곧바로 설치한 겁니다.

[최문수 / 택시기사]
"하루 종일 (일)해야 20만 원 벌까 말까인데. 그런데도 하는 이유가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30년 경력의 택시기사는 강도에 폭행까지 당한 뒤 호신용 스프레이를 구입했고, 일주일 전에는 격벽도 달았습니다.

[김모 씨 / 택시기사]
"(스프레이는) 위험한 시간 되면 빼서 주머니에 넣어요. 내가 맞아 죽을 수는 없는 거 아니에요. (결국) 가림막으로도 막았어요."

운행 중 운전자 폭행은 매년 2천건 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내버스는 격벽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택시는 아닙니다.

서울시가 2019년 설치비 절반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지만, 택시 7만여 대 중 격벽을 설치한 건 250대도 안됩니다.

설치비가 부담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참여가 저조하자, 지원사업은 1년 만에 중단됐습니다.

택시기사 폭행은 2차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만큼 서울시는 지원사업을 재개할지 검토할 예정입니다.

채널A 뉴스 남영주입니다.
dragonball@donga.com

영상취재 : 조세권
영상편집 : 강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