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교황 레오 14세가 27일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튀르키예행 비행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출처: AP/뉴시스
교황 레오 14세가 현지시각 27일 즉위 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섰습니다.
이번 6일간의 여정은 튀르키예와 레바논 방문으로 꾸려졌는데, 새 교황이 첫 순방지로 가톨릭 국가가 아닌 이슬람권 국가를 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종교 갈등이 격화된 지역에서 '중재자'로서의 역할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풀이됩니다.
교황은 이날 오전 로마에서 전용기를 타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로 향했습니다. 첫 일정으로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영묘 '아느트카비르'를 참배한 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을 갖습니다.
28일에는 이스탄불과 이즈니크(옛 니케아)를 잇달아 방문합니다. 특히 이즈니크에서는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합니다. 325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소집한 이 공의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확립한, 기독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 중 하나로 꼽힙니다. 교황의 참석은 로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 간 화해, 나아가 기독교와 이슬람 간 대화를 넓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이후 교황은 30일부터 레바논을 찾습니다. 레바논은 마론파 가톨릭 등 기독교 인구 비중이 높은 중동 지역의 대표적 다종교 국가로, 그동안 기독교-이슬람, 수니파-시아파 간 갈등이 반복돼 왔습니다. 레오 14세는 베이루트에서 조제프 아운 대통령과 회담하고, 청년·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레바논이 종교·민족 간 공존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또한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화학물질 폭발 사고 현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기독교·이슬람 공동체 지도자들과 연쇄 비공개 회동도 이어갑니다. 중동 정세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 재확산으로 긴장된 상황에서, 교황의 이번 방문이 휴전 유지와 지역 안정을 압박하려는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교황청은 이번 순방이 "분열과 갈등을 넘어선 형제애와 대화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