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파티’라더니, 펜스 안 단체 스크린 관람? 뉴욕시장 맘다니 취임파티 가봤더니|[특톡] EP.46

2026-01-11 09:00   국제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foT5plLTeR4



채널A 뉴욕특파원 조아라입니다.
2026년 새해 첫날 뉴욕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조란 맘다니가 취임을 한 건데요.

변화를 선택한 뉴욕 시민들의 표정과
뜨거운 분위기를 직접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영하 13도' 혹한 녹인 시민 열기

이날 시청 앞마당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블록 파티’와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격자무늬 계획도시인 맨해튼은
도로와 도로 사이를 ‘블록’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블록파티’는 도로를 막고 음식을 나누면서 지역 주민들끼리 함께 즐기는
‘지역 공동체 파티’나 ‘길거리 축제’를 말합니다.
지역 주민들 간의 유대감을 다지는 그런 파티인거죠.

4만 명의 시민들이
미리 블록파티 참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서
참여를 유도했는데요.



앞서 보신 것처럼
취임식 당일, 강풍까지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하 13도까지 떨어졌습니다.

한겨울 혹한이었지만,
이 추위를 녹일 만큼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취임식 두 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입장이 시작됐는데요.
행사장 주변엔 취임식 직전까지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제자리에서 뛰거나,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추위를 잊고 분위기를 달구는
뉴요커들도 보였습니다.

우간다 태생의 인도계 출신인 맘다니가
당선 직후 뉴욕을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라고 강조해온 만큼,

이날 현장에는 중국 전통 복식을 입거나,
‘스페인’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자신의 뿌리를 드러내며 축제 분위기를 더하는 참석자들도 있었습니다.

맘다니가 과거 비판했던 유대인도 나와 있었는데,
화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라비 이스로엘 도비드 와이스/ 뉴욕 시민]
유대인 공동체를 대표해 맘다니 시장의 취임을 축하하고
그가 반 유대주의자라는 공격에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이날 맘다니 연설의 핵심은 한마디로
“‘큰 정부’를 통해 서민들을 위한 공약을 실현시키겠다”였습니다.

[조란 맘다니 / 뉴욕 시장]
저는 민주 사회주의자로 선출됐고 민주 사회주의자로 시정을 펼칠 겁니다.
급진적이라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 원칙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상보육, 무상버스, 그리고 임대료 동결, 부자증세 같은
급진적이라고 평가받는 공약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좌파의 대부’라 불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도 나와서 힘을 보탰는데요.

[버니 샌더스 / 상원 의원]
무상 버스나 고품질 보육 서비스는 급진적인 것이 아닙니다.

뉴욕은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곳이죠.
‘먹고사는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이들에게
젊은 뉴요커들은 환호했습니다.

▶ '동네 잔치' 원했던 맘다니... 실제는 '정치 행사'?

이날 블록파티가 열린 곳은
취임식이 열린 ‘뉴욕시청’ 앞마당
인근의 ‘영웅의 협곡’이라는 곳이었는데요

맨해튼 하부 브로드웨이를 따라서
머레이 스트리트부터 리버티 스트리트까지
7개 블록 구간을 말합니다.

영웅의 협곡은 역사적으로 우승한 스포츠 팀이나 우주 비행사 등
국가적 영웅들을 환영하는 퍼레이드가 열리던 유서 깊은 곳입니다.

과거 ‘영웅’들만을 위한 공간이었던 이곳을 '시민들의 파티장’으로 개방해
권력이 소수 엘리트가 아닌 평범한 뉴요커들에게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죠.

블록파티 개최 소식이 전해지자,
“먹을 것도 나오는 거냐”,
“맨해튼 북쪽 도심까지 함께 행진하면 좋겠다”는 반응이 잇따르면서
뉴요커들의 기대감도 높았었는데요.



하지만 꽤나 실망한 뉴요커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맘다니를 전혀 볼 수 없는 장소에서
블록파티가 진행됐습니다.

취임식 이후에 맘다니를 만날 수 있는
이벤트도 없다고 미리 공지가 됐어요.

'영웅의 협곡'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개최됐지만,
정작 주인공인 시장은 저 멀리 시청 계단에 있었고
시민은 추위 속에서 대형 스크린으로만 맘다니를 봐야했던 거죠.

또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음식도 반입이 금지됐는데요.

행사 주최 측에서는 “먹거리나 마실 거리를 사기 위해
현지 상점 중 한 곳을 방문하는 것을 고려해 보라”며
소상공인들을 배려하는 안내를 하기도 했지만요.

실제로 이날은 새해 첫날이었던 만큼,
행사장 주변에 문을 연 곳도 많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은행 로비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는 시민들도 보였습니다.

펜스가 처져 있고 엄격한 보안 검색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어서
사실상 ‘블록파티’보다는 '거대한 정치 행사장'의 분위기였는데요.

뉴욕의 진보지인 독립언론사 <더 인디펜던트>도
"이름만 블록 파티(A block party perhaps in name only)"였다고
꼬집을 정도였으니까요.

블록 파티에 참석했던 지인 한 분은 “취임식에 들러리선 것 같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맘다니의 ‘블록파티’는 단순한 뒷풀이가 아니라
취임식에 시민들을 초대해 시청의 문턱을 낮추고,
거리에 있는 시민들에게 권력을 돌려주겠다는 ‘정치적 선언’을 한 것이었지만,
그게 잘 실현되었는지는 의문이 남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 '시민 중심'의 맘다니 취임식, 이전에는 어땠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맘다니의 취임식은
‘장소’와 ‘주재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색깔과 정치적 무게감을 드러내려했던 과거 시장들과 달리,
시민 중심의 행사를 기획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차이점은 분명했습니다.

취임식은 뉴욕시청 앞에서 갖는 게 관행인데요.

바로 전임인 에릭 애덤스 시장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자 자택이 있는
브루클린 킹스 시어터에서 취임식을 열고 싶어했습니다.

스스로를 맨해튼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이 아닌,
브루클린에서 나고 자란 평범한 노동자 계급의 아들로 정의하고 싶어 했던 것이죠.

하지만 당시 마이크론 변이 유행으로 포기했고요.
대신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신년맞이 '볼드롭' 행사가 끝난 뒤
취임 선서를 진행했습니다.

관광과 경제의 중심지인 타임스퀘어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위축된 뉴욕의 재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죠.

맘다니 시장이 평소 존경한다고 밝혀온 빌 드 블라시오 전 뉴욕시장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취임식을 직접 주재하며 정치적 무게감을 보여줬습니다.

▶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 뉴욕의 미래는?

맘다니 시장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월가에서는 짙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법인세 인상에,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 과세까지 예고하자,
자본이 모이는 월가에선 그야말로 ‘저승사자’가 등장한 셈이었습니다.

초고소득층 부자들과 금융회사들 사이에서는
세금이 낮은 플로리다 등 다른 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는데요.

다만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월가 역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나이가 젊고 행정 경험이 없는 맘다니 시장을
설득해 절충점을 찾고 싶어 한다는 분위기도 전했습니다.

하지만 맘다니 시장의 취임 연설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치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다는 양 “작은 기대는 거부한다”고 못박았죠.



하지만 맘다니 시장에게도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일단 정치 경험이 짧고 행정 경험이 없다는 겁니다.

한때는 힙합 래퍼였고 주택상담사 일을 하다
2021년 뉴욕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터라
뉴욕을 이끌 만한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최근 뉴욕에선 3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었는데요.
임기 초 눈 청소라도 잘 못 하면
그의 리더십이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고 벼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맘다니의 뉴욕 생활비 잡기도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요.
문제는 당연히 돈이죠. 재원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또다른 공약인 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해법으로 내놨지만
과연 의회가 이를 동의할지는 의문입니다.
또 중도파인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호컬 주지사는 우선 2세 아동 무상 보육부터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캐시 호컬 / 뉴욕 주지사 (8일)]
뉴욕주는 만 2세 아동을 위한 보편적 보육 프로그램
투케어(TwoCare)를 처음 시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습니다.
이는 맘다니 시장이 제안한 것입니다.

맘다니 시장은 생후 6주부터 5세까지
모든 아동에게 보편적 보육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2세 아동부터 먼저 이행하는 셈입니다.

다만, 2세 아동만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보육에도
연간 2조 원에 가까운 재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l데요.
앞서 호컬 주지사는 무상 버스 공약에 대해서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이가 걱정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인 뉴욕을 빼앗긴 심정, 말로 다 못할 겁니다.
그동안 맘다니 시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 막말을 주고 받던 사이죠.

[기자]
당신(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씨를 공산주의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부른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맘다니씨, 대통령과 건설적인 논의를 하신 것 같은데
불과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을 '나라를 배신한 폭군'이라고 지칭했습니다.
그를 향해 "최악의 악몽이 되겠다"고 말하면서
파시스트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맘다니 시장, 기자의 직설적인 질문에 꽤나 진땀 흘렸을 것 같은데요.
두 사람은 오래된 일이고 공동 목표를 향해,
즉 이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서 함께 나아가겠다고 얘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시장에게 악수를 건네며 일단 화해하는 모습도 보였죠,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우리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도시(뉴욕)가 아주 잘 되기를 바랍니다.
강하고 안전한 뉴욕을 만드는 거죠.
시장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조란 맘다니 / 뉴욕시장]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뉴욕시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연방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나빠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건 맘다니 시장도 알고 있을 텐데요.

하지만 이민자 문제나 치안 문제 등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충동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맘다니 지지층 대부분이 반 트럼프 진영이다보니,
맘다니 시장이 언제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 마무리

미국 최대의 도시,
또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자본이 모이는 곳,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길 것이란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긴데요.
뉴욕시민들이 실험적인 선택을 한 만큼
앞으로 뉴욕이 어떻게 변할지 저도 궁금합니다.
변화된 뉴욕의 스토리를 들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취재 : 조아라
제작 : 김도현 CD, 최인아 인턴
작가 : 박정빈

조아라 기자 likeit@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