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보도연맹 진실규명 신청 ‘각하’ 처분…법원 “구체적 조사 없어 위법”

2026-02-08 16:17   사회

 서울행정법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사망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없이 국민보도연맹 희생자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한 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6·25 당시 희생된 A 씨의 유족 B 씨가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이 소송은 지난 2024년 진실화해위가 A 씨에 대해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 희생자로 진실규명 결정한 처분을 취소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지난 2020년 유족 B 씨는 A 씨가 1950년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행방불명됐다고 주장하며 진실규명을 신청했습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A 씨가 1950년 대전에서 군민보도연맹 관련 혐의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고 판단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A 씨가 1951년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판결문이 발견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A 씨에 대한 기존 결정의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보고 진실규명 결정을 취소했고, B 씨의 진실규명 신청은 각하 처분했습니다. B 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진실화해위가 A 씨에 대해 기존 결정을 취소한 건 적법하다면서도 진실규명 신청을 각하한 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가 고등군법회의 판결 집행으로 사망했다고 단정 짓기 어려우니 진실화해위가 재조사해야 했었다는 겁니다.

법원은 A 씨의 고등군법회의 판결에 판결 이유가 생략돼 있는 점, 교도소 기록에는 '사형 출소'가 아닌 '사망 출소'로 기재돼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또 "1950년 전후 민간인 즉결처형·오인 처형 사례가 다수 존재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진실규명 신청이 명백히 허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습니다.


조민기 기자 minki@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