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친박’ 이정현에 왜 공천 맡겼을까? [런치정치]

2026-02-23 12:10   정치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제1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원조 진박(진짜친박)'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 관리를 책임질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됐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이 위원장을 내정하면서 "우리당 당직자 출신이자 지역주의 벽을 용기 있게 허물어온 존경받는 정치인"이라며 "우리당의 험지인 호남에서 두 차례나 국회의원에 당선되셔서 통합과 도전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셨다"고 추켜세웠습니다.

'호남 출신 친박 핵심' 이 위원장 인선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요. 장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포기해온 '3포' 호남, 청년, 노동에 힘을 싣겠다고 한만큼, 호남에 진정성을 보여주는 행보일까요. 아니면 장 대표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걸까요. 장 대표에 각 세운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는 아닐까요.

호남 출신 보수정당 첫 당대표 

전남 곡성 출신의 이 위원장은 보수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 당 대표를 지냈습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박근혜 당시 당 대표에게 "한나라당의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호소했다가 당 부대변인에 발탁되며, 이후 박 전 대통령 곁을 내내 지켰습니다.

이 위원장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죠. 이후 19대 총선 때 광주 서을에 출마해 낙선했다가 2014년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18년만에 호남에서 탄생한 보수 정당의 국회의원이었습니다. 20대 총선에서도 생환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청와대에서 정무수석비서관과 홍보수석비서관을 맡다가 당 대표까지 올랐습니다. 호남 태생에 SKY 대학 출신도 아니고 고시 합격자도 아닌 일반 당직자 출신이 보수 정당에서 그야말로 입지전적 행적을 밟은 겁니다.

당의 한 인사는 "우리 당에서 평생 당직자로 일했던 만큼 누구보다 당에 대해 누구보다 경험이 많다"며 "비주류 정치를 했던 인물로 개혁적인 안을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수 정당 불모지인 호남에서 두 번이나 당선된 이력 때문에 이 위원장 임명에 대해선 당내 비토(반대)가 있기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2016년 8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장동혁 오고초려에 이정현 맘 돌려 

이 위원장과 장 대표는 사석에서 서로를 "형님" "아우"로 부르는 사이로 전해집니다. 장 대표 측은 "과거 이 위원장이 장 대표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면서 인연을 맺은 걸로 안다"고 했습니다. 이 인사는 "평소 이 위원장이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정무적 감각과 메시지 능력이 뛰어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 대표는 이 위원장을 오고초려해 모셨다고 합니다. 처음 공관위원장직을 제안하자 이 위원장이 되레 다른 인사를 추천하기도 했으나 장 대표의 끈질긴 설득에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장 대표는 이 위원장에게 "형님에게 공천 관리는 맡기고 나는 이제 지역 돌아다니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신뢰한다는 거겠죠.

친이-친박 헤게모니 경쟁?

당 내부에서는 이 위원장 인사를 두고 "친박의 귀환이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주호영, 권영진 의원 등 장 대표에게 각을 세워온 당 안팎 인사들이 친이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친박 인사 영입으로 내부 견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겁니다.

장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 쌍특검(통일교·공천헌금) 수용을 요구하며 시작한 단식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류해 중단하기도 했죠. 한 야권 인사는 "장 대표가 박 전 대통령 후광을 노린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 위원장 인선으로 친박을 포섭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다른 야권 인사도 "지금 친이계에서 어마무시하게 공격이 들어오니까 친박계 인사를 앉혀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장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뒷배가 생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 유영하 의원을 빼고 사실상 친박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같은 해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직후부터 대부분 정치인들과 거리를 두고 인연을 끊었기 때문에 친박이란 건 남아있지 않다"며 "그나마 남아있는 당 밖의 친박계 인사들 스스로도 본인이 친박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공관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현역 단체장에 강한 경고장을 날리며 물갈이를 예고했는데요. "현역에 지옥훈련을 시킬 것"이라며 "안 되면 메기를 사서 집어넣기라도 할 것"이라고요. 당 안팎에선 '그나마 경쟁력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사올 메기는 있느냐'는 조롱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3일) 공천의 원칙으로 미래 중심, 공정, 혁신이란 세 가지 가치를 내세운 이 위원장.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룰,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