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회관보다 못한 靑 영빈관”…이번엔 바꿀까 [런치정치]

2026-02-24 12:18   정치


 한-브라질 정상이 어제(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지난해 8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국빈 방한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시작으로 그제(22일)부터 사흘간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그리고 그 사이 한국을 찾은 여러 외국 정상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 청와대에선 묵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외국 국빈을 맞는 청와대 '영빈관(迎賓館)'은 연회 장소로 쓰일 뿐 숙박 공간이 없기 때문인데요. 반면 미국은 블레어 하우스, 중국은 조어대, 일본은 아카사카 이궁 등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별도의 해외 귀빈 전용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 세계 다른 나라 영빈관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처럼 투숙 시설이 없는 곳은 거의 찾을 수 없더라"고 입을 모으더라고요.

다수의 해외 순방 경험을 지닌 한 청와대 관계자는 "영빈관이라면 국격 차원에서 정상급 객실(PRS·Presidential Suite)을 마련해 제공하는 것이 전형적"이라며 "과거와 달리 외교의 중요성이 국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해외 정상이 방한했을 때 공간이 풍기는 격을 갖추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정상은 국빈 방한이든, 공식 방문이든, 실무 방문이든 간에 시내 호텔에서 투숙할 수밖에 없는 게 2026년 대한민국 외교의 현주소입니다.

 1. 2013년 워싱턴DC 블레어하우스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접견 중인 박근혜 당시 대통령(출처 : 대통령기록관 영상 캡처) 2.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방중 당시 태극기가 게양된 베이징 조어대(출처 : 청와대) 3. 도쿄 아카사카 이궁 (왼쪽부터)

보수 정부 인사도 "영빈관 낙후"

부족한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청와대 영빈관은 1978년 준공돼 약 50년 동안 그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시설 역시 낙후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2019년, 영빈관의 개보수 필요성을 주장하며 자신의 SNS에 이렇게 얘기했죠. "세계 여러 나라의 국빈 행사장과 의전 행사 장소를 둘러봤지만, 고백하건대 우리나라의 청와대 영빈관이 최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말이 영빈관이지 실은 구민회관보다 못한 시설에 어떤 상징도 역사도 스토리텔링도 없는 공간에서 국빈 만찬과 환영 공연 등 여러 국가 행사들을 진행한다는 것이 늘 착잡했다"고요.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도 채널A 통화에서 "합판으로 제작된 인테리어 자재부터 시작해서 국적 불명의 유럽풍 장식까지, 제대로 된 게 없다"며 "문화재청에서 나와 실내만이라도 한국식으로 고치자고 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 말에도 우리가 안 써도 되니 다음 정부에서라도 쓰게 보수해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며 "이건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더라고요.

현 청와대 관계자도 "영빈관을 행사장으로만 봤을 때도 (청와대 복귀 후) 청소만 했을 뿐 리모델링이나 개보수는 한 적 없다"며 "오래되고 낡아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하다못해 화장실 일부는 잠금쇠마저 제대로 달려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청와대 영빈관 외관 (출처: 청와대)

"남은 문제는 예산" 

문제는 예산입니다. 많게는 수백, 수천억 원이 드는 만큼 야당과 국민의 동의 없이 쉽게 진행하기 어려운 사업입니다.

미국 블레어하우스는 1982년부터 6년간 대대적인 전면적으로 새 단장(renovation)을 거쳤는데, 당시 기준으로도 거액이었던 1400만 달러를 투입해 방만 115개인 지금의 영빈관으로 바뀌었습니다. 한화로 따지면 200억 원 넘게 들인 셈인데요. 지금 화폐 가치로 따지면 700~800억 원 규모로 추정되죠. 일본도 1968년 기준 108억 엔, 한화로 무려 1천억 원 가량 들여 대규모 개보수를 거쳤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2022년 청와대 영빈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 878억 원 상당의 예산을 편성했는데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이전에 496억 원이 든다고 했는데 878억 원을 추가 편성하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반발한 겁니다. 또, 서민 경제가 어려운데 급하지 않은 시설 건립에 거액을 투자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응도 민주당 내에서 나왔습니다.

청와대 영빈관 개·보수가 당장 내년도 예산에 포함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꼭 진행해야한다면 과거 반대했지만 지금은 찬성하는 이유를 국민에 잘 설명해야겠죠.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과거에 영빈관 신축이나 증·개축 필요성을 주장했던 만큼 어떤 입장을 취할지 검토해야 할 테고요.

'세계 10위권 대한민국의 국격에 걸맞는 영빈관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놓고 정치적 계산보다 국익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민곤 기자 imgone@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