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6 12:28 문화
"Oh! This is so contemporary!"
서울 용산구 리움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 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갑자기 노래를 부르며 다가와 춤을 춥니다. 보안 요원인가 싶었는데 불쑥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니 어떤 사람들은 깜짝 놀라 빠르게 자리를 뜨고, 또 어떤 이들은 함께 몸을 흔들며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를 외칩니다.
다음달 3일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전시 <티노 세갈>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티노 세갈(50)이 국내 첫 개인전을 엽니다. 지난 2000년 세갈이 만든 초기 퍼포먼스부터 이번 전시를 앞두고 만든 신작 등 작가의 작품이 리움미술관 전시장과 로비, 정원을 무대로 펼쳐집니다.
● "온전히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작품"
25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티노 세갈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장하얀 기자
197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티노 세갈은 대학에서 정치경제학과 현대 무용이라는 서로 다른 두 학문을 전공했습니다. 그는 '물질이 없는 예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끝없이 묻습니다. 그리고 예술이라는 이름 하에 물질을 생산해내는 방법 대신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 작품 연출 방식을 택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이라고 부릅니다. '해석자(Interpreter)'를 고용해 퍼포먼스에 대해 구체적인 메뉴얼을 주고 현장에서는 '해석자'가 실현하는 상황들을 관람객이 직접 조우하고 참여합니다.
25일 오전 리움 미술관에서 열린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세갈은 "물질 없이도 조각 작품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이런 작품을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회화와 조각도 오래된 예술이지만 구전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나 무용 등 형태가 없는 예술도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아이에게 야구를 가르칠 때 책이나 영상이 아닌 직접 몸으로 알려주고 발레 안무가들도 비디오를 보내기보다 직접 현장에 사람을 보내 춤을 가르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식의 전수는 기록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취지입니다.
● 고전 청동 조각상 사이 1시간 가까이 키스하는 남녀
"어떤 반응을 해야한다는 답은 없습니다. 어떻게 반응해야지 고민하는 순간 여러분은 이미 티노 세갈 작품에 들어와 있는 겁니다." 김성원 부관장은 티노 세갈 전시가 관객에게 어떻게 전해질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김성원 부관장이 <티노 세갈>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장하얀 기자
미술사 속 다양한 키스 장면을 참조해 재구성한 대표작 '키스'(2002)는 리움 미술관 주요 소장품 중 하나인 로댕 조각들이 관객처럼 둘러싼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두 '해석자'는 고전 청동 조각상 사이에서 서로를 껴안은 채 천천히 사랑의 다양한 장면을 끝없이 연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키스' 등 총 8점의 상황을 선보이며, 사운드 기반 작품 3점은 6주씩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 종이 한 장 없는 '계약'...'굿즈' 없는 전시
티노 세갈 전시 포스터. 리움미술관 제공.
“기록되지 않는 전시”로 표현되는 세갈의 작업은 미술관과 계약하는 과정도 독특합니다. 작가는 미술관과 계약할 때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공증인 앞에서 구두로 판매합니다. 김 부관장은 “작가와 큐레이터, 공증인이 둘러앉아 서류 없이 구두 계약만으로 작품을 사고 파는 것이 원칙”이라며 "작품은 훈련과 기억으로만 미술관에 소장된다"고 말했습니다. 미술품이 "'원본'과 얼마나 같은가를 중시 여기는 미술관에도 질문을 던진다"고 덧붙였습니다.
티노 세갈은 관람객이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내려놓고 현재의 순간에 머물기를 권합니다. 이때문에 작품 '굿즈'도 없습니다. 이로서 그의 작품은 각자의 기억에 각자만의 방식으로 소장됩니다.
전시는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다음달 3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립니다. 리움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관람료는 1만 6천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