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참사 요인’ 무안공항 둔덕, 공사비 아끼려고 만들어”

2026-03-10 16:16   정치

 사진 : 재작년 무안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여객기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재작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사고를 키웠다고 지목되는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구조물이 공사비 절감을 위해 세밀한 검토 없이 설치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진 : 이용택 감사원 국토환경감사국 제5과장이 오늘(10일) 오전 감사원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출처 : 뉴시스)

감사원은 오늘(10일) 공개한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서 무안공항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공항에서 총 30건의 위법·부당, 개선 필요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로컬라이저는 전파를 발사해 항공기 활주로 중심 방향을 알려주는 항행안전시설입니다. 국내 기준상 비행기 착륙대 끝 지점부터 240m 이내 설치되는 시설일 경우 항공기 충돌시 쉽게 부숴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안공항은 로컬라이저 지지대를 콘크리트 둔덕 형태로 만든 겁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공항공사 설계 담당자 3명은 2020년 개량 사업 설계용역을 발주하며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의 취약성 확보방안을 검토하도록 과업내용서에 적고도, 취약성 검토가 빠진 설계 결과물을 적정하다며 그대로 준공 처리 했습니다. 시공 담당자도 이 설계로 진행됐을 때, 항공기가 부딪혀도 쉽게 부서지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시켰습니다.

 사진 : 감사원이 문제 삼은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변경 시공 현황.(출처 : 감사원 보도자료)

공사를 진행하던 2023년 11월, 시공업체와 감리업체는 "둔덕의 흙이 밖으로 계속 새어 나오니, 시공 편의성을 위해 콘크리트를 겉에 바르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시공 담당자는 주변 외벽 40cm를 콘크리트로 보강해달란 요구를 별도 검토 없이 구두로 승인한 걸로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결국 1999년 공항이 처음 지어질 땐 얕았던 콘크리트 부분이 개선 공사를 하면서 오히려 70cm의 두꺼운 콘크리트 둔덕이 된 겁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사비를 아끼려 지형을 많이 살리다 보면 경사를 많이 허용하게 되고, 그러면 낙차가 생기기 때문에 바람이나 태풍에 견디게 하기 위해서 강하게 기초 시설물을 설치하다 보니 (이것이) 항공사고의 큰 위협이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사원은 로컬라이저 개량사업 과정에서 안전기준 검토 없이 콘크리트 보강을 했다며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관계자 5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8개 공항 14개 구조물, 면밀 검토 없이 조성"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무안공항 뿐만 아니라, 전국 공항의 로컬라이저 설치와 운영 전반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안, 여수, 김해, 제주, 김포 등 8개 공항 14개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이 취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운영 중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무안공항 사고 뒤 정부가 로컬라이저 대책을 내놨지만, 이것도 충분하진 않다고 봤습니다. 국토부는 여수공항의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은 취약성이 확보된다며 개선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감사원이 여수공항 로컬라이저 구조해석을 의뢰한 결과 이 구조 또한 국제 기준엔 미달하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경량 철골 구조가 안전한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 확인한 결과, 철골들이 항공기를 관통해 승객들이 다치는 걸로 나와 안전하지 않다고 국토부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를 인지한 국토부가 다른 구조를 선택해 보완을 완료했거나 일부 설계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가창오리, 위험도 '0'으로 평가"

감사원은 무안참사 당시 발생한 '조류 충돌 상황'에 대응하는 국토부 방식도 지적했습니다. 조류 충돌 발생 가능성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공항 내부에서 포획되거나 항공기와 실제로 충돌했던 조류만 포함 시킨 겁니다. 공항 밖에서 높게 날아가는 철새, 대규모 세 떼와의 충돌 가능성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가창오리'는 무안참사 당시 여객기와 충돌했는데, 국토부의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아 위험도가 '0'으로 계산됐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이 최근 4년간 무안공항 안팎의 조류 출몰 빈도 등을 기초로 자체 분석한 결과, 가창오리가 충돌 가능성이 높은 조류로 분류됐습니다.

이혜주 기자 plz@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