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코스닥 상장 업체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상장 폐지 결정이 잘못 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강희석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동물 의약품 제조사 제일바이오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상장폐지 결정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오늘(11일) 확인됐습니다.
상장폐지 무효 소송에서 한국거래소가 패소한 건 이례적입니다. 거래소 설립 70년 간 이번이 3번 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출처=채널A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3년 횡령·배임 사실 공시 등을 사유로 제일바이오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습니다. 심의를 거쳐 2025년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2026년 2월 23일을 최종 상장폐지일로 통보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 등을 고려할 때 상장폐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상장폐지 결정 당시) 자산 총계 329억 원 가운데 현금·예금 등이 약 161억 원에 달해 유동성 위험이 낮았다"며 "한국거래소도 제일바이오의 재무상태가 건전하다는 점을 몇 차례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장폐지 사유였던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감사의견을 거절했다는 점을 들어 재무상태의 건전성을 상실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제일바이오는 경영 분쟁 과정에서 전직 임원들이 횡령·배임 혐의로 5차례 형사 고소를 당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외부 감사인들이 감사 의견을 거절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장폐지 결정 당시 해당 고소 사건들에 대해 무혐의 판단이 이어지고 있었던 점을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5건의 고소 사건은 2023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모두 무혐의 처분됐습니다.
제일바이오 측 김상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상장폐지는 회사뿐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지정감사인의 감사 의견이 자의적으로 작용해 건전한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1만 7천 명의 소액주주를 보유한 제일바이오는 지난 2월 코스닥 상장 24년 만에 상장 폐지 됐습니다. 앞으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재상장을 위해 신규 상장 심사를 다시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