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AI에 지친 미국 MZ, 다시 ‘신’ 찾는다? [특톡] EP. 66

2026-06-14 09:00   국제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CSHgB699_fo


▶ 인트로

안녕하세요. 채널A 뉴욕 특파원 조아라 기자입니다.

여러분은 뉴욕의 주말 풍경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브런치 맛집 앞 긴 줄,
붐비는 술집과 클럽,
화려한 맨해튼의 거리 떠올리는 분들 많을 텐데요.

여기에 뉴욕의 소울푸드인 피자도 빼놓을 수 없겠죠.

저도 지금 뉴욕의 한 피자집 앞에 나와 있는데요,
주말 저녁을 맞아 뉴욕의 MZ세대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피자를 먹고 향하는 곳은 술집이나 클럽이 아니라
바로 성당이라고 하는데요.

요즘 미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종교 커뮤니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이들을 따라가면서 왜 그런건지 직접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 피자 먹고 성당 가고 묵주 들고 센트럴 파크 걷고



피자를 먹고 함께 성당으로 향하는 이 모임의 이름은
‘Pizza to Pews’, 우리말로는 ‘피자에서 예배석으로’ 정도가 되는데요.

이날은 150여 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많게는 350명 이상이 모인 적도 있다고 합니다.

뉴욕뿐 아니라 인근 롱아일랜드에서 차를 몰고 오기도 하고,
이날은 뉴욕의 독특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찾아온 프랑스 관광객도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미국 NBC 방송 취재진도 나와 있었는데요.
최근 뉴욕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더라고요.

처음 온 사람에게도 먼저 말을 걸고 손을 흔들어주는 등
분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편안했습니다.

운영진에게 왜 이런 모임을 만들게 됐는지 먼저 물어봤습니다.

[케이트 드페트로 / ‘피자 투 퓨스’ 운영진]
“혼자 성당에 다니거나, 혼자 앉기 싫어서 아예 성당에 가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또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케이트 드페트로 / ‘피자 투 퓨스’ 운영진]
“신을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에 큰 반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시작된 이 모임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워싱턴DC와 플로리다에서도
모임을 열었다고 하는데요.

성당을 찾는 젊은 세대가 뉴욕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물어봤더니 코로나19와
기술 발전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앤서니 그로스 / ‘피자 투 퓨스’ 운영진]
“Z세대는 흔히 '불안한 세대'라고 불립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불안과 불확실성, 방향을 잃은 느낌, 무력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기일수록 사람들은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으려 하고, 저는 신앙이 그 답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앤서니 그로스 / ‘피자 투 퓨스’ 운영진]
“우리는 SNS와 알고리즘, 그리고 스마트폰 속에 갇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서로 연결되기를 갈망합니다. AI 역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 세대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상징 센트럴파크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함께 걸으며 묵주기도를 하는
‘홀리 걸 워크’도 열리고 있는데요.

이날 이 모임의 운영자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왜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가톨릭 공동체가 인기를 끄는 것 같냐고 묻자
비슷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사벨라 / ‘홀리 걸 워크’ 운영진]
“세상이 주는 것들은 대부분 일시적이지만, 신앙은 오래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빠른 변화와 디지털 환경에 지친 젊은 층이,
오히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가톨릭의 전통과 의례,
그리고 변하지 않는 가치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날 모임은 종교 모임이라기보다
청년 네트워킹 모임에 더 가까운 분위기였습니다.

운영진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장음]
“생일 축하합니다”

[스테판 / ‘피자 투 퓨스’ 참가자]
“공통 관심사나 배경이 있으니까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기가 훨씬 쉽습니다.”

이들은 모임이 끝난 뒤 함께 성당으로 향했는데요.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피자를 먹으며 이동하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퍼레이드를 보는 듯했습니다.

예배당에 줄을 서서 입장하는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졌는데요.



성당 안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습니다.
예배석 대부분을 젊은 세대가 채우고 있었습니다.

[마이크 / 뉴욕 세인트 조셉 성당 관계자]
“제가 가본 대부분의 성당은 주로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았는데, 이 성당은 30세 미만의 젊은 층이 90%나 됩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죠.”

실제로 성당을 찾는 Z세대가 많다는 것은 숫자가 증명하고 있는데요.

미국 신앙 동향 조사기관 바나그룹에 따르면

약 3년 전부터 1997년에서 2012년에 태어난 Z세대 기독교인의 교회 출석률이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그리고 베이비부머 세대를 모두 앞질렀습니다.

가톨릭 신앙이 하나의 정체성처럼 굳어가다보니
가톨릭 맥싱(Catholicmaxxing)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는데요.
맥싱은 Z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슬립맥싱은 수면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룩스맥싱은 외모를 극단적으로 개선시킨다, 이런 의미인데요.
가톨릭맥싱은 가톨릭을 일상에 최대한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뉴욕은 성인 기준으로
가톨릭 신자 비중이 29%로 꽤 높은 편인데요.

MZ가 찾는 종교는 가톨릭 외에도 다양합니다.

명상과 마음 치료가 주를 이루는 미국의 불교는
3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수행 모임이
뉴욕 곳곳에서 운영 중에 있습니다.

오프라인 종교 활동을 넘어서 온라인으로 소통을 이어가는
인플루언서도 있는데요.



타임스퀘어 인근 개신교 교회인 파운트 교회에 다니는
필라델피아 출신의 한 20대 여성 뉴요커는
50만 명의 틱톡 팔로워들에게 교회 복장과 루틴 영상을 올리면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 고립감과 외로움…종교, 어딘가 소속돼 있다는 위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종교 공동체를 찾는 건
전 세대 공통 현상이었습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던 2020년 초 이후
전 세대의 교회 출석률이 늘었죠.

2020년 초부터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던 2023년 사이
전 세계는 그야말로 고립의 시대였습니다.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절이었죠,

특히 입학이나 취업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린 Z세대는
불안이 더욱 컸는데요.

이런 불안을 신앙 공동체,
특히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통해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위안을 찾았습니다.

▶ "일할 곳이 없다"…노동력 대체하는 AI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전 세대가 종교를 다시 찾기 시작한 가운데,
왜 2022년 이후
Z세대의 출석률이 다른 세대를 앞지르게 된 걸까요?

‘피자 투 퓨스’ 운영진이 말했듯이
스마트폰, SNS, 알고리즘 속에서 자란
사실상 첫 세대인 Z세대의
디지털 피로감이 가장 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들어서는 급속한 AI, 인공지능 기술 발전도
MZ세대의 불안을 키우고 있죠.

특히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두려움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AI가 신입·청년들이 맡던 정형화된 업무들을 대체하면서
Z세대 신입 근로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대학생들은
누구보다 AI발 일자리 축소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22~27세 대졸 실업률이 2022년 4.1%에서
지난 2월 5.6%로 상승했습니다.

매년 5월이면 미국 대학교는 졸업식이 진행되는데요.
어느 대학에 누가 참석해서 어떤 발언을 했다라는 뉴스가 참 많이 나오죠.
그런데 이번에 졸업 축사에서
AI를 언급했다가 혼쭐이 난 사람이 있습니다.



[에릭 슈미트 / 전 구글 최고경영자]
"두려움이 있습니다. 여러분 세대에는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기계들이 오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만들지 않은 혼란을 물려받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두려움을 이해합니다."

반면 똑같은 AI 언급에도 환호를 받은 사람도 있죠.

[스티브 워즈니악 / 애플 공동 창립자]
"오늘날 우리에게 AI가 있고 여러분 모두 AI를 갖고 있어요. Actual Intelligence(실제 지능) 말입니다."

AI 기술 발달이 청년 세대에게 기회보다는
불안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기술 ‘종교’

이런 가운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으로 손꼽혔던
트위터 공동창립자 비즈 스톤과 핀터레스트 공동창립자 에반 샤프가
뜻밖의 화두를 던졌습니다.



[에반 샤프 / 핀터레스트 공동 창립자]
"제게 있어서 기술이란 우리가 만들어낸 마법에 씌우는 단어이며 그 마법을 앗아가는 단어입니다. 지구의 전통적인 지혜, 신비주의, 기독교나 불교처럼 체계적인 것이든 토착 샤머니즘이든, 수천년 역사를 가진 놀라운 전통들이 있는데 제 관점에서 볼 때 그것들이 지닌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귀중한 기술, 어쩌면 가장 귀중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는 사실 수천 년 동안 인간이
불안 다루기, 공동체 유지하기, 삶의 의미 찾기 등을 위해
발전시킨 ‘도구’라는 관점인데요.

즉, AI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이라면
종교는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기술이라는 시각인거죠.
전 세계 최고의 기술자들이 이제 와서 "진정한 기술은 종교"라고 말한다니,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일상을 바꾸고 있는 시대,
정작 청년들이 찾고 있는 것은 더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그리고 삶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 마무리

자고 나면 새로운 AI 기술이 공개되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기술과는 가장 상관없을 것 같은 종교가
뉴욕 MZ 세대들의 마음에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당에 나오는 뉴욕 청년들의 바람은 소박했습니다.
함께 밥 먹기, 기도하기, 소소한 이야기 나누기.
어쩌면 당연한 일들이 MZ 세대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되었다는 게
조금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뉴욕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오늘 뉴욕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안녕

취재 : 조아라
제작 : 김도현 CD, 임서연 인턴
작가 : 박정빈

조아라 기자 likeit@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