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이 무서운 국민의힘 의원들 [런치정치]

2026-06-22 14:23   정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부실선거는 맞지만 부정선거는 아니다."(국민의힘 재선 의원)

6·3 지방선거 투표 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생각은 이 한 마디로 요약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황당한 잘못인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거나 전면 재선거를 주장하면서 자칫 '부정선거 음모론'에 휩쓸려선 안 된다는 겁니다.

여기엔 국민의힘이 황교안 자유혁신당 대표가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당'으로 가선 절대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배경 중 하나로 부정선거를 주장했다는 점도 윤 전 대통령을 끊어내고 싶어하는 의원들이 부정선거를 입밖에 절대 꺼내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장동혁 대표가 올림픽공원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부정선거 재선거' 피켓을 들자 의원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윤어게인 다음은 부정선거냐", "장동혁은 이제 끝났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하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지 않으면서 선관위 문제 해결을 바라는 민심에 올라탈 수 있을까요.

선관위 사태 대응 놓고 쪼개진 국민의힘

선관위 사태가 정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각종 여론조사는 이재명 대통령, 민주당 지지율 하락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 선관위 사태로 꼽고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 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5~1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4.8%포인트(p) 떨어진 46.7%를 기록했습니다.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49.7%)가 긍정 평가를 앞선 겁니다.

리얼미터는 "선거관리 부실 사태로 촉발된 책임론 확산과 여당 내 당권 갈등이 정국 전반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8~1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민주당은 전주 대비 2.1%p 오른 40.1%, 국민의힘은 2%p 내린 42.3%를 기록했습니다. 격차는 좁혀졌지만 지방 선거 이후 2주째 국민의힘이 정당 지지도에서 앞섰습니다.

국민의힘은 쪼개져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쥘 절호의 기회지만, 선관위 사태는 당내 갈등 이슈로 바뀌어 있습니다. 요약하면 "장동혁 혼자만 부정선거, 전국 재선거를 말하면서 당을 나락으로 빠뜨린다"는 겁니다.

당 대변인 백브리핑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도 '당의 선관위 사태 향후 대응'이 아니라 "전국 재선거는 당론이냐, 장 대표 혼자 생각이냐"였습니다.

"음모론 정당 낙인"…비공개 의총서 쏟아진 '황교안 포비아'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개발언 요구를 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국민의힘 의원들의 '황교안 포비아' 정서는 지난 17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한 의원은 "부정선거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며 "현장에서 '재선거' 구호는 상징적인 건데, 장 대표가 부정선거에 올라탄 건 당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거리를 두는 데 아직도 얼마나 힘든지 알지 않냐"고 반문했다는 겁니다.

다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은 "선거 소청은 참정권 침해가 있는 투표소에 한정해야지 이를 넓히면 당이 엄청난 부담을 지게되고 출구가 없어질 수 있다"며 "대법원 소송까지 갔을 때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계속 같이 가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의원은 "광장은 이미 오염됐다"며 "당이 광장에 나가서 함께 싸우면 당은 불법을 비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을 잡은 정당으로 또 낙인 찍힐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다른 의원은 "장 대표가 부정선거를 말한 건 당 대표로 말하는 거냐, 개인적으로 말하는 거냐"며 장 대표에게 답변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제 1야당이 국정조사나 특검처럼 제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인식도 있지만, 무엇보다 당이 '부정선거 음모론'과 엮여선 안 된다는 생각이 깊숙이 깔려있는 겁니다.

장동혁은 왜? "부정선거 음모론 프레임 바꿀 전환점"

그렇다면, 장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자는 거냐"는 비판을 감수하고 왜 부정선거 피켓을 든 걸까요.

장 대표 측 말을 종합하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이 선관위 사태에 분노하는 민심에 예민하게 호응하는 게 음모론 프레임과 거리두기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으로 볼 때 지금까지 부정선거 구호가 가진 음모론 프레임을 깨부술 만한 전환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부정선거 음모론은 "누군가 의도를 갖고 선거를 조작했다"는 의심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면, 이번 사태는 누군가의 의도를 떠나 선관위의 부실·부정 행위 실체가 드러났다는 겁니다.

장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올림픽 공원에 모여있는 분들이 대부분 주장하는 건 참정권 침해에 대한 문제"라며 "그런데 일부 언론이나 일각에선 그분들이 '부정선거'라는 용어를 쓴다고 해서 음모론으로 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장 대표는 "제가 주장하는 건 부정선거에 편승해서 음모론을 말하자는 게 아니라, 참정권 침해를 뭐라고 표현하든 이를 폄훼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부정선거 피켓을 든 건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한다는 게 아니라, 불공정에 분노하며 부정선거 피켓을 들고 나온 시민들과 공감을 표현하는 차원이라는 겁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박충권 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현장에서 경찰 진입을 시민들과 함께 막고 있다. (출처 : 뉴시스)
올림픽 공원에 모인 사람들이 '부정선거 재선거'를 말하는데, "부정선거까지는 아니지만 부실선거"라거나 "재선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일단 국정조사, 특검을 통해 밝혀내겠다"고 하는 건 민심에 제대로 호응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야당 대표가 여론에 올라탄다"고 비판하지만, "여론과 동떨어진, 민주당과 다를 바 없는 주장으로 어떻게 제 1야당의 선명성을 보여주고 무슨 수로 민심의 힘을 받아 변화를 이끌겠나"라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라는 겁니다.

당 일각에선 "부정선거는 '바르지 못한 선거'라는 뜻으로, 결코 금기어가 아니다. 어떤 용어를 쓰든지 강하게 지적을 해야하는 타이밍"(주진우 의원, 지난 18일 KNN '길재섭의 인물포커스')이란 반응도 나왔습니다. 무슨 용어를 쓰냐보다 한 목소리로 강하게 대응하는 게 먼저라는 주장입니다.

"원 보이스로 대여투쟁" "특검 출범이 출발점"

중요한 건 여론입니다. 올림픽공원에 모이는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건 당내 중론입니다. 한 의원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현장에 있는 청년들이 재선거를 진지하게 생각하겠나, 아니면 억눌릴 젊음을 한 번 발사하는 거겠나"라고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민의힘이 이 여론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가 정치력이고 대안 정당으로서의 능력일 겁니다. 한 야권 인사는 "부실선거든 부정선거든, 부분적 재선거든 전면 재선거든 중요한 건 '원 보이스'로 대여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장 대표가 부정선거 프레임을 두려워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돌파를 하든 코너링(회전)을 하든 작업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당 관계자는 "지금 음모론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부정선거' 단어를 정화(淨化)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부정선거' 대신 '불공정 선거'로 네이밍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여론의 힘을 받아 이번엔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국민의힘은 당에서 직접 7곳, 광역단체 후보자가 4곳, 총 11개 광역단체에 대해서 선거소청을 접수했습니다. 정점식 원내지도부는 여당과 특검 구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