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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미녀와 만날 수 있다?’ 국제결혼의 함정 [사건현장 360+]
2025-05-01 12:08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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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영상 플랫폼에서 ‘국제결혼’을 검색하면 미녀와 살 수 있다는 자극적인 영상들이 쏟아진다.
<'해외 최고 미녀와 만날 수 있다?'>
"정말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최근 '국제결혼'을 키워드로 동영상 플랫폼을 검색하면, 미모 여성들이 등장하는 자극적인 영상이 수없이 쏟아집니다. 일부 영상은 수만 건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말 결혼을 원하는 걸까. 서울 중구의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찾았습니다. 상담실에서 업체 대표가 가장 먼저 내민 건 화려하게 포즈를 취한 여성들의 사진들입니다.
고위 공직자의 딸, 스튜어디스, 의사, 교수…. 직업도 출신도 화려합니다. 이런 여성들을 만나려면 최소 6천만 원, 많게는 2억 원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심지어 1년 가까이 걸리는 결혼 비자도 필요 없다며 '쉽고 빠른 결혼'을 강조했습니다.
"유학 비자로 오면 99% 다 받아주니까."(○○ 국제결혼 중개업체 대표)
문제 업체들은 매일 여성들의 키, 몸무게 등 인적사항이 적힌 프로필 영상을 올리는데, 실제 이 여성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결혼 광고의 민낯… "알바비 벌려고 연기를" >
하지만 어렵게 만난 한 국제결혼 업체 관계자의 얘기는 달랐습니다.
"현지 미모의 여성들을 섭외해 가지고 하는 경우가 더러 있을 거예요.
그 여성들이 다 아버지 같은 사람하고 결혼하겠어요?"(□□ 국제결혼
내부 고발자)
실제 국제결혼 생각이 없는 여성들이 이른바 '배우'처럼 연기했다는 겁니다. 실제 인터뷰에 응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 여성도 영상에 등장한 여성들 다수가 "연기만 해준 사람들"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사람) 안 만나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데 도움 주는 거죠.(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 여성)
또 국제결혼에 대한 의사가 있는 여성들이라고 할지라도, 한국 남성의 돈을 노리거나 위장 결혼을 통한 한국 입국이 목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제결혼 피해자들은 금전적 손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까지 호소했다.
<"만나보니 다른 사람"…피해자 분노>
이러다보니 피해 사례는 끊이지 않습니다. 국제결혼피해자신고센터에 따르면 작년 한 해만 유튜브 채널 관련 사기 피해 접수가 87건 이상 입니다. 업체는 수천만 원 중개비를 요구하고 여성은 지참금과 생활비 명목으로 또 다시 금전을 받은 뒤 잠적하는 수법이 대표적입니다.
"결혼한 태국 여성이 저에게 '당신과 결혼할 마음이 없었습니다.'라고 양심고백을 했어요. 한국 입국 목적으로 당신과 교제했습니다. 그게 지금 법원에 제출되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요." (국제결혼 피해자 A씨)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거죠. 미끼 업체에 제대로 당했어요. 사진도 조작이었고, 소개받은 여성은 아예 결혼 의사가 없었어요."(국제결혼 피해자 B 씨)
또 다른 피해자는 결혼식까지 진행했지만 서면 계약은커녕 구두 약속뿐이었다고 했습니다.
"결혼식은 했는데 계약서도 없고, 서류도 하나 없어요. 다 말로만… 이건 사기예요, 그냥."(국제결혼 피해자 C 씨)
정부가 불법 행위를 하는 국제결혼업체들을 적발하지만, 처벌은 약해 문제 업체가 문을 닫더라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재운영하는 등 피해는 양산되고 있다.
<급증하는 불법 중개…처벌은 '솜방망이'>
결혼중개업법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된 건수는 지난해만 62건. 3년 전인 2021년 28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하지만 실제 처벌은 과태료 처분에 불과해 적절한 처벌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일부 중개업체는 국내 적발을 피하려고 해외에서 아예 낚시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행위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국내에 폐업신고를 해 놓고, 현지 파트너 명의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보고 꿈에 부푸는 거죠. 신랑들을 유혹해서 현지에 도착했을 때 폭리를 취하는 그런 일이 좀 더 교묘해지고 또 대담해지기 시작한 거죠." (이영진 국제결혼피해신고센터장)
"한순간에 돈도 날리고 가정을 파탄 내는 범죄예요. 법령을 강화해야죠. 영업정지 시켜도 또 영업할 수 있는 허술한 법 규정을 뜯어고쳐야죠." (안규성 국제결혼피해센터 대표)
국적을 초월한 만남이기에, 더더욱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해야 될 국제결혼. 하지만 해외 여성을 성 상품화한 허위 광고 등 국제결혼의 어두운 단면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백승우 기자strip@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