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오늘(2일) 마지막 출근길에서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안에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형사사법시스템 개편을 위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겁니다. 어제(1일) 사의를 밝힌 심 총장, 여당이 추진하는 안을 '개혁'이라 표현하지도 않았죠.
심 총장 사퇴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이런 반응을 내놨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검찰 개혁의 시간"이라고요.
그런데 검찰 개혁을 언제까지 완수할 것인지 '속도'를 놓고 여권 내에서 의견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당권 주자들을 비롯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은 "추석 전 검찰개혁법안 통과"를 외치고 있죠.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어제 첫 일성은 달랐습니다. "법사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일정을 정해서 차분하게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검찰개혁이 당분간 이재명 정부의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민주당 강경파가 밀어붙이는 속도대로 흘러갈까요, 정 후보자의 제동으로 일단 속도조절에 나설까요. 여권 관계자들의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與 강경파 "타협으로 시간 허비 안 돼"
장경태, 민형배, 김용민 의원(왼쪽부터)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 법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오후 2시 법사위 소속 김용민 민형배 장경태 의원 주도로 '검찰개혁 토론회'를 엽니다. 전문가와 함께 지난달 중순 발의한 검찰개혁 4법(검찰청 폐지·중대범죄수사청 및 공소청 신설·국가수사위원회 신설)의 신속한 본회의 통과를 강조하겠단 겁니다. 민주당의 검찰개혁법, 일각에선 '검찰해체법'으로 불리고 있죠.
법사위 여당 간사를 맡은 김용민 의원, 토론회 자료집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어떤 타협과 미봉책으로도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요.
민형배 의원 역시 통화에서 "개혁이란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해야 하지, 목표도 없이 갈 수는 없다. 검찰 정상화에 미진한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법사위 소속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선 법 통과 시점으로 '추석(10월 6일) 전'이 거론되는데요.
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박찬대, 정청래 의원도 지난달 29일 '친명 조직' 행사에 가서 각각 "검찰개혁은 이번 추석 전에 확실하게 끝내겠다", "추석 때 고향 갈 때 뉴스에 검찰청 폐지 소식이 들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외쳤죠.
더불어민주당 당권에 도전하는 박찬대·정청래 의원이 지난달 29일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전국대회'에 참석해 정견 발표 뒤 만세를 하고 있다. (출처=뉴스1)
정성호‧이춘석 "야당과 충분히 협의"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뉴스1)
반면 정성호 법무장관 후보자와 이춘석 법사위원장,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어제 출근길에는 "검찰 조직의 해체라든가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개혁이 이뤄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채널A에는 "그간 드러난 검찰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건 필수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검찰 개혁을 하고 이를 위해 야당과도 잘 협의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고요.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4선 이춘석 의원의 생각도 비슷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채널A에 "검찰개혁 4법에 대해서는 공청회를 열고 여야의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여당 법사위원들을 향해 "투쟁을 강조하던 야당 마인드를 벗어나서, 국민을 위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는 겁니다. 다만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매달리면 결단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9~10월 정기국회 내에 검찰개혁 법안 통과 시한을 못박는 것보다는 그 내용에 충실하면서 진행하는 게 맞는다"고 했는데요.
'강경 일변도' 전략이 오히려 검찰 개혁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겁니다.
"서두르다 개혁 그르쳐"…명심에 달렸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급진적인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조절이 이뤄질까요?
현 상황을 지켜보던 한 재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 대표 후보들은 선명성을 원하는 당원들에 호소하기 위해 '추석 전 검찰개혁'이란 선언적 메시지를 던졌을 뿐 현실은 다를 것"이라고요. 그러면서 "서두르다 개혁을 그르칠 수 있다. 여야 합의 통해 제대로 해야 오히려 더 빠르고 확실하게 갈 수 있지 않냐"고 반문했는데요.
검찰 개혁은 이재명 대통령의 오랜 숙원입니다. 검찰 수사권과 공소권을 나눠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확고한 뜻이죠. 당 일각에선 "검찰 개혁 추진 속도와 그 방법도 결국 명심(明心)에 달려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