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꿈 접고 혁신위로…‘독이 든 성배’ 든 안철수, 왜? [런치정치]

2025-07-03 12:26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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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Coma) 상태의 국민의힘, 반드시 살려내겠습니다. 저 안철수가 메스를 들겠습니다."

의사 출신 수도권 4선 안철수 의원이 어제(2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지명됐습니다. 두 달도 안 남은 8월 전당대회의 유력 당권주자로 꼽혀왔기에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수락이 의외란 반응도 나왔는데요.

안 의원, '당권 도전할 사람이 의원들 눈치보느라 제대로 쇄신하겠느냐'는 지적에 정면돌파를 선택했습니다. "지금으로선 전당대회 출마 생각이 없다"고요.

안 의원이 당대표 꿈을 접고 혁신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유는 뭘까요. 8월 전당대회 전까지 짧은 시기에 진짜 혁신 이뤄낼 수 있을까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철수 의원이 어제(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安 "혁신위, 내 아이디어라 거절 못해"

안 의원은 '왜 수락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우리 당에 제일 필요한 게 혁신위'라고 말했었다. 제 아이디어로 제안했던 것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고요. 당을 제대로 바꾸고 조직이 잘 되려면 뭘 해야 하는지만 생각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안 의원의 선택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안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를 '나가봤자 얻을 게 없을 선거'라고 봤을 거라고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등 빅샷들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데다가, 차기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1년짜리 지도부'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는 겁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대표가 돼서 혁신하면 한동훈 전 대표 때처럼 더 큰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으니 원내대표가 공약한 혁신위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안 의원이 배수의 진을 쳤지만 당 일각에선 여전히 진정성을 의심합니다.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안 의원의 말이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나올 수도 있다'는 정치인의 언어라는 거죠. "혁신 해보다가 반발에 부딪혀 안 되면 혁신위 집어던지고 당 대표에 출마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당 관계자)고요. 안 의원 측은 지켜봐달라는 입장입니다.

 지난 대선 때 패배 예측 결과에도 개표상황실을 지켰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당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대선 백서에 "의미 있나"…친한계 "인적 청산"

'안철수 혁신위'는 1호 과제로 '대선 패배 백서 작성'을 꺼내들었습니다. 과거 잘못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비관론이 터져나옵니다. 소장파 김재섭 의원은 "기왕에 만들어진 거라면 빠르게 치고 나가야 되는데 백서를 만드는 작업 또한 오래 걸릴 것"이라며 "백서 만드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우리가 대선 패배의 이유를 모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혁신안'도 당내 주류 세력인 구 (舊) 친윤계의 벽에 부딪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안철수 혁신안'이라고 다르겠냐는 겁니다.

이같은 우려에 친한계를 중심으로 '인적 청산'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백서 출간에 그칠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 실패에 책임 있는 이들의 '2선 후퇴' 같은 것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친한계 우재준 의원은 "안철수 위원장께서 꼭 혁신안으로 담아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중진 선배들의 차기 총선 불출마"라며 "그래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반성이라는 걸 우리가 설득할 수 있다"(YTN 라디오 '뉴스파이팅')고 했는데요.

또다른 친한계 의원도 "벌써부터 뺄셈 정치 걱정하던데 그럴 때가 아니다"라며 "출당 조치까지 고려하고 의원 107명이 아니라 70~80명으로도 갈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감쌌던 윤상현 의원이 "이제 우리 당에 남아 있는 낡은 관행과 문화, 뺄셈정치의 DNA를 과감히 혁파하자"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어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바라는 혁신은 인적 청산"이라며 "이 당을 잘못 이끈 사람들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인적 청산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가가 결국 핵심"이라고 했는데요.

안 의원이 약속한 '고름과 종기 적출'이 인적 청산으로 이어질지가 관심입니다.

국민의힘 세번째 혁신위, 이번엔…

 2023년 만들어진 인요한 혁신위는 '친윤계 중진 험진 출마' 등 6대 혁신안을 내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출처 : 뉴스1)
안철수 혁신위는 2020년 국민의힘 창당 후 만들어진 세 번째 혁신위죠. 2022년 6월 공천 개혁 등을 목표로 최재형 혁신위가,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엔 인요한 혁신위가 출범했습니다. 인요한 혁신위는 친윤계 중진들의 험지 출마 등 6대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김기현 당시 당대표와 당 주류가 거부하면서 조기 해산했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당시 "한 편의 개그콘서트를 보여주고 떠났다"는 촌평을 내놨는데요. '인요한 혁신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안철수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 일각에선 잘 하기도 어렵고, 잘 해도 별로 얻을 게 없단 평가를 받는 혁신위원장 자리를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합니다. '독이 든 성배'를 든 안 의원을 향해 "안철수 혁신위가 당의 혁신을 실천해서 보수재건의 발판을 마련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권영진 의원)는 공개적 당부도 나옵니다.

2년이 지나 탄핵 대선으로 정권을 잃고 혁신위원회 카드를 다시 꺼내든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어제 혁신위원장에 안철수 의원을 내정했다고 발표하면서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당의 변화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는데요.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는 구호를 넘어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백승연 기자bsy@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