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4 11:33 국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사진=이현용 기자)
-재생 가능 에너지 100% 사용 -식당·양조장·쓰레기통까지 친환경
손흥민이 10년 가까이 몸담은 토트넘 홋스퍼는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이다. 하지만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앞선 친환경 구단이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기자는 지난 6월 25일, 한국기자협회와 (사)넥스트가 진행한 2025 언론인 해상풍력 연수로 토트넘 구장을 방문했다. 이제 토트넘의 사례를 통해 스포츠가 어떻게 기후 위기 대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사진=이현용 기자)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Tottenham Hotspur Stadium)은 런던 북부 토트넘에 위치한 최신식 경기장으로 2019년 개장했다. 런던 내 클럽 구장 중 최대 규모인 6만2850석을 자랑하며 그만큼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마커스 패리 토트넘 지속가능 부장은 한국 기자단에게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2040년까지 전 구단 차원의 탄소중립(Net Zero)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 서티피케이트(Green Certificate)’라고 불리는 친환경 인증서를 구매함으로써 재생 에너지의 소비를 공식적으로 인증 받는 방식이다. 이는 영국 정부의 REGO(Renewable Energy Guarantees of Origin, 재생에너지 원산지 보증) 제도를 통해 이뤄진다.
마커스는 "지속 가능성을 리드하고 탄소 발생 최소화를 위한 경기장 전반에 걸친 다양한 조치를 선보일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사진=이현용 기자) 식당부터 쓰레기통까지 ‘녹색 철학’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과 함께 구장 내 각종 시설들도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식음료 판매 시설에는 유럽에서 가장 긴 바가 있었다. 최대 1만 7500명이 서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다수 판매점에서는 식물성 기반 음식을 제공한다. 기자가 맛 본 버거 역시 버섯으로 패티를 만든 비건식이었다. 포장재와 식기 등도 해조류, 종이와 같은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한다. 식재료는 경기장 인근에 위치한 공급업체로부터 받는다. 자체 맥주 양조장도 갖추고 있었다. 비버타운(Beavertown)이라는 브랜드의 토트넘 지역 맥주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폐기물은 가능한 모두 재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사진=이현용 기자) 손흥민과 함께하는 지속가능성 메시지
스포츠를 통한 기후 행동을 촉진하는 스포츠 포지티브의 클레어 풀 대표는 "스포츠와 지속 가능성의 관계는 굉장히 긍정적"이라면서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 테니스,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 구단들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토트넘은 선수들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BBC스포츠와 UN이 후원하는 스포츠 포지티브 서밋의 매년 조사에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클럽'으로 지속적으로 선정되고 있다. 2021년 9월에는 세계 최초의 넷제로 축구 경기를 개최했고, 2023년엔 프리미어리그 최초 남녀 전 선수들에게 지속가능성 교육을 실시했다.
토트넘은 향후 경기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계획이다. 재생 에너지 인증서에 의존하지 않고 재생 에너지의 자체 전력 공급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활약하는 구단이 이렇게 친환경에 앞장선다면 축구팬들 역시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할 기회를 자연스럽게 맞이하게 된다. 손흥민은 런던의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스타다. 그가 몸담은 팀이 ‘넷제로’를 향해 달려가는 만큼 손흥민 역시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려 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