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오늘 네 번째 시간입니다.
불산 가스.
닥치는 대로 녹여버린다는 무서운 가습니다.
5명이 죽고, 3천명이 치료를 받았는데
정부에서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취재현장에 간 기자는 아직까지 기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주민들 속이 터져나가다 못해 평생 산 지역을 떠나고 있습니다.
오늘 사실대로 다 파헤쳐보겠습니다.
먼저 주민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 염순악 / 마을주민]
“3시에 발생했다는데 얘길 들은 건 밤 9시였다. 소가 있고 그래서 머물고 있지만 마음이 불안해 떠나고 싶다.”
[인터뷰 : 박종태 / 고대 산업의학과 교수]
“현장에서 멀어지는 게 좋다. 하지만 발생 후 바로 대피령을 내릴 수 있는 그런 알람 매뉴얼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직접 현장 취재한 강은아 기자 나왔습니다.
Q1. 구미 지역 다녀온 이후에 몸은 좀 어떤가요.
Q2. 현장은 어떻습니까. 여전히 불산 가스가 매케한 상태인가요.
Q3. 농작물은 어떤가요. 이제 거둬들일 때인데.
네, 지난 달 27일 구리의 한 공장에서 불산을 탱크로리로 옮기던 중 밸브가 새면서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오늘로 발생 12일이 됐지만 상황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제가 현장에 가기 전 종합상황실에 전화를 했을 때는 대기 중 불산 농도가 1ppm 미만이어서 안전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취재팀 모두 목에 가래가 끼고 기침이 계속 나오고 눈도 따끔거렸습니다.
현장에 간지 한 시간도 안 돼 이런 증상을 느꼈는데, 그곳에서 며칠째 머물며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은 어떨지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불산은 피부에 묻으면 살 속으로 뚫고 들어가 내부조직과 뼈를 파괴합니다.
기체상태로 공기에 퍼진 불산을 들이마시면 기관지 염증이 생기고, 감기처럼 기침이 나고, 호흡곤란이나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또 보시는 것처럼 주변 농작물들도 누렇게 말라 죽었는데요.
수확철을 코앞에 둔 주민들의 시름이 정말 깊었습니다.
당장 마을에 먹을 것이 없어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모여 공동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주민 전화연결 앵커멘트]
평생 산 고향을요, 떠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소도 있고, 식솔들도 있고. 왠만하면 못 떠나는데
불산 가스를 참다 못해 고향을 등진 사람이 3백명입니다.
아직까지 마을 지키고 있는 주민분 이야기 직접 들어보죠.
구미시 봉산리 손춘자씨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① 몸이 아프시거나 그러시진 않나요.
② 어머님께서는 계속 마을에 남아계신 건가요. 이웃 분들은 많이 떠나셨다고 들었는데요.
③ 포도 농사를 지셨다고 들었습니다. 포도알이 굵고 참 달아야할 때인데. 어떤가요.
④ 심정이 좀 어떠세요.
⑤ 정부에서 어머님께 어떻게 설명하던가요? 앞으로 대책, 확실히 세워준다고 하던가요?
네 고맙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또 전화드리겠습니다.
Q4. 다시 강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번 피해 규모, 어느 정도로 심각한겁니까.
네, 보시는 건 어제까지 집계된 피해 상황입니다.
사망자는 총 5명입니다. 그 중 4명이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공장의 근로자입니다.
치료받은 환자는 입원한 7명을 포함해 총 3천178명이나 됩니다.
피해를 입은 기업은 77곳, 기업들의 피해 규모액도 177억원이 넘습니다.
농작물 피해 역시 212헥타르나 되는데요. 가축 3천209마리도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 접수된 상태입니다.
피해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Q5. 그런데 이상한 점이요. 정부의 대응이 많이 늦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초동대처에 말이 많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주민들은 당국의 대처에 문제가 많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는데요. 마을 부녀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 최숙분 / 마을 부녀회장]
“불이 나 연기가 올라오는 줄 알고 남편과 차를 타고 공장으로 갔다. 가서 보니 소방대원들이나 기자들이나 다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있더라. 나중에서야 그게 유독물이라는 걸 알았다.”
들으신 것처럼 마을 바로 옆에 유독물을 다루는 공장이 있는데도 불산이라는 물질에 대해 마을 주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구미시청에서조차 불산을 걸러내는 방독면 하나 구비해 놓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심지어 불산을 중화시키는 소석회가 뿌려진 건 사고 발생 20시간이 지난 이후였습니다.
현재 간이 진료시설이 마을 내에 설치된 상태였는데요.
이곳을 찾은 한 주민은 직접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물어봐서야 이곳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2시부터 4시 반까지만 운영이 되서 그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오늘 다시 찾아오라고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Q6. 오늘 조사결과 발표되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것 같습니까.
오늘 오전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됩니다.
피해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국립환경과학연구소에서 오늘 오전 중에 4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대기측정 2개 팀을 10곳으로 보내 불산 잔류 정밀 점검을 실시합니다.
사고 이후 처음으로 정밀기계를 사용하는 건데요. 이런 조치가 사고 당시 바로 취해졌어야하지 않나, 이제야 이런 대책들이 진행되는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유독물을 관리하는 시청에서는 정해진 매뉴얼대로 공장을 점검해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런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은 아예 없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는 것, 물론 중요하겠지만
앞으로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유독물 안전사고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게
무엇보다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