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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무리한 ‘속도전’에…비정규직, 끝나지 않은 전쟁
2018-01-08 19:53 사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20년으로 시한 까지 정해서 공공기관들마다 정규직 전환 작업이 한창인데요.

그런데 일부 기관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갈등이 발생하거나 비정규직을 미리 해고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혜정 기자의 더깊은 뉴습니다.

[리포트]
"임기내에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

"다들 자포자기 상태죠. 정부가 밀어붙이는대로 갈 수 밖에 없구나""

"너네 그렇게까지 정규직 하고 싶냐"

지난해 말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인천국제공항공사.

3천 명은 직접 고용하고, 7천 명은 자회사 2곳에 나눠 수용하는 방식입니다.

[정일영 /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어렵게 결정된 만큼, 공사는 앞으로 정규직 전환 내용들이 차질 없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당연히 축제 분위기일거라 생각하고 만나본 직원들.

그런데 반응이 영 차갑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관계자]
"정말 힘든 상황이어서… 대외적인 언론보도를 안 내놓고 있는 (상황이에요.)"

일부 정규직 직원들은 일괄적인 정규직 전환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서까지 내걸었습니다.

이름만 정규직으로 바뀌었을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감정의 골은 한층 깊어졌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
"회사 합치는 거잖아요. 1천 명 회사에 3천 명 들이라는 게 현실적인 건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
"지금 많이들 서로 불편해가지고 좋았던 사이들도… 상당히 서로 불편해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신호탄이 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서울시는 오는 3월까지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 1천2백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후 비정규직을 향한 회사 내부의 시선은 돌변했습니다.

내부 통신망에 비정규직을 폄하하는 글들이 쏟아지면서 게시판을 일시 폐쇄하는 소동도 벌어졌습니다.

[임모 씨 /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 직원]
"공기 취급하는 그런 느낌. 정규직 중에서 '야, 너네 그렇게까지 정규직 하고 싶냐'고 대놓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고."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대상 기관의 특성을 고려치 않은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을 지목합니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기관들에 내려보낸 정규직 전환 지침입니다.

지난해 말까지 기간제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도 올 상반기 내에는 끝마치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정부는 일일이 다 책임질 수 없다며 은근슬쩍 발을 뺍니다.

[신세돈 /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는 추후 판단해서 상황을 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 이런 식이거든요. 일을 저질러놓고 그것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니까… "

급기야 취재과정에서 일부 기관이 꼼수를 부리는 정황까지 포착됐습니다.

서울의 한 공기업에서 파견직으로 재직중인 A씨.

정규직 전환은 커녕 언제 해고될 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A씨 / 공기업 파견직 직원]
"정부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원래 한 팀에 2명이 있던 실이 1명으로 줄어들고. 인원 감축에 들어가기 시작했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회사에 대한 배신감만 남았습니다.

[A씨 / 공기업 파견직 직원]
"(회사가) '우리는 아직 준비된 것 하나도 없다' 이런 식으로 나오니, 그냥 현실에 부딪힌 거죠. 아, 우리는 그냥 진짜 이대로 끝나는가 보다… "

정부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까.

[공공부문정규직화추진단 관계자]
"어떤 기관이냐가… 그걸 저희도 알면 들여다 보고 문제 있으면 (조치하겠습니다.)"

사회 통합을 위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정규직 전환 정책이 오히려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황.

[권혁 /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성과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고 좀 더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고용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마중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전혜정 기자]
정부는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공공부분에서의 비정규직 해소 시한을 2020년으로 못박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간에 쫓기는 졸속 정책으로는 노노 갈등은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채널A 뉴스 전혜정 입니다.

전혜정 기자 hye@donga.com

연출 김지희
글·구성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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