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3대 걸쳐 중책 맡아온 김영남 사망…향년 97세

2025-11-04 08:26   정치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참석한 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인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요직을 맡아왔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어제(3일) 사망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영광스러운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 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인 김영남 동지가 97살을 일기로 고귀한 생을 마치였다"고 오늘(4일) 보도했습니다. 사인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 부전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1시 당과 정부의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 전 상임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하고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집니다. 국가장의위원회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박태성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박정천·조춘룡·김덕훈 당 중앙위원회 비서, 최선희 외무상, 노광철 국방상 등 고위 간부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조문은 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발인은 5일 오전 9시입니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1928년 2월 4일 태어나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했으며 모스크바 유학 생활도 했습니다. 간부 양성 기관인 중앙당학교(김일성고급당학교) 교수를 거쳐 1956년 당 중앙위 국제부 과장에서 시작해 중앙위 국제부 부부장, 외무성 부상 등을 역임했습니다.

1983년 정무원(현 내각) 부총리 겸 외교부장(현 외무상)에 올랐으며 1989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김정일 시대를 연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올라 21년 동안 '명목상 국가수반' 역할을 하다가 91세인 2019년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북한 고위간부라면 흔히 경험하는 숙청·혁명화를 한 번도 겪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했습니다.

당시 김 전 상임위원장은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홍성규 기자 hot@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