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만든 건 민주당의 동지애”…국힘, ‘당성’에 꽂힌 까닭은[런치정치]

2025-12-06 12:00   정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나경원 의원에게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출처 : 뉴시스)

요즘 국민의힘이 꽂힌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당성'입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마디로 당을 잘 알고 당에 헌신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자는 겁니다.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하 지선기획단)이 내년 6·3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심 반영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늘린 '7대 3 룰을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죠. 지선기획단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주도하고 있지만, 장동혁 대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국민의힘을 다시 '정당답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정치적 결사체로서 정당이라기보다는 이익집단에 가깝다는 냉소가 당내에 퍼져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사과를 하니 마니 동료 의원끼리 신경전을 벌이고,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결국 메시지도 따로 내면서 각개전투를 했죠. 이런 특성 때문에 보수는 분열했고, 그 결과로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시켰다는 문제의식에서 '당성'을 강조하는 겁니다.

"與, 공세 이슈 앞에서 무섭게 뭉쳐"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종종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지도부를 향한 계엄 사과 요구가 분출되던 지난달 29일, 한 당직자는 SNS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조금만 참읍시다. 조금만 기다립시다. 민주당 보십시다. 이재명 재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부동산 문제, 고환율, 김현지 논란 등 방어 이슈 앞에선 이견이 없습니다. 공세 이슈 앞에선 무섭게 뭉칩니다.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서로 생각이 달라도 조금만 참고, 개인적인 신념이 있어도 잠시 접어두고, 일단 동지애로 똘똘 뭉쳐 공통의 적과 싸우자는 호소입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민주당의 이런 동지애"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당세 확장입니다. 선거에서 당심 비율을 높이면 당원의 권리가 확대되는 셈인데, 이를 계기로 당원들을 더 모집하겠다는 겁니다. 민주당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책임당원 수도 늘릴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거죠.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 스스로 당선되기 위해서라도 신규 당원들을 데려올 거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역선택 방지입니다. 민주당이 조직력을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민의힘 후보로 역선택을 해서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오세훈 "당이 축소 지향의 길 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출처 : 뉴시스)

하지만 곧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개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토론회를 마친 뒤 "평소에는 핵심 지지층을 단단하게 뭉치는 축소 지향의 길을 가다가도 선거가 6개월, 1년 전으로 다가오면 오히려 확장 지향을 펼치며 지지층을 확산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며 "확장 지향의 길을 갈 때임이 분명한데 오히려 축소 지향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탄핵 반대파'이면서 지역구가 인천인 윤상현 의원도 "지방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닌 국민이 직접 표를 행사하는 민의의 경쟁장"이라며 "정당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에 불과하다"고 공개 반대해 눈길을 끌었죠.

"당심 확대, 당이 잘 나갈 때 쓰는 룰" 

서울시 소속 당협위원장 22명도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가 우리 당에 불리한 구도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심 반영 비율을 축소하는 결정이 본선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요. 지역 주민 여론이 곧 본선 경쟁력인데, 민심을 뒤로한 채 당심을 우선해 후보를 결정하면 당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계엄과 탄핵 등 여파로 당심과 민심의 간극이 큰 상황에서 당심 비율을 높이면 본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거죠.

한 수도권 의원은 "당심 확대는 당이 잘나갈 때 쓰는 룰인데 지금 지지율은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당이 어려울 때 7대 3 룰이 발표됐다는 사실 자체가 당이 민심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당세 확장의 실익이 없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한 3선 의원은 "일반 시민이 단순히 당심 비율 높인다고 해서 '당비 여깄습니다' 하고 기꺼이 책임당원으로 들어오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말 많고 탈 많은 이른바 '7대 3 룰'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최종 확정됩니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의결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정당을 정당답게 만들어서 제대로 싸우자는 다짐도 좋지만, 결국 국민의힘의 최종 과제는 다시 수권 정당이 되는 일입니다. 그럴려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계엄 1년을 맞이한 지도부의 태도는 옳았는지, 민생 문제에 제대로 된 대안을 내는 정당인지, 국민 눈높이에서도 당을 돌아봐야 할 겁니다.


백승연 기자 bsy@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