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1 12:44 정치 지난 19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 공명선거실천서약식. 왼쪽부터 '친청' 이성윤 문정복 후보, 김정호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친명' 유동철 이건태, 강득구 후보 순으로 도열해 있다. (출처 : 뉴스1)
그제(19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였죠. 공명선거를 서약하는 행사였는데, 공교롭게도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친청(친정청래)계', 왼쪽은 '친명(친이재명계)계' 인사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후보들이 기호순으로 도열했던 지난해 서약식과는 사뭇 달라진 거죠. 가뜩이나 이번 선거가 '친명 대 친청' 구도로 조명되다보니 자리 배치에 더 관심이 쏠렸습니다. 민주당에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다른 의도가 없었다"며 펄쩍 뛰었습니다. 기호순으로 하게 되면 기호 1번과 2번이 너무 구석에 앉게 되니 교차로 배치한 것이었다고요. 앞번호 후보들을 배려했다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기호 1번은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 기호 2번은 문정복 의원이죠.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컷오프 이후 정 대표에 공개 반발했던 유 위원장을 향해 문정복 의원은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겠다"고 발언하며 신경전을 벌여왔죠. 그날 떨어져 앉은 두 사람 주변에 유독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는 후문입니다.
이번 선거 출마 후보는 유 위원장, 문 의원을 비롯해 이건태, 이성윤, 강득구 의원(이하 기호순) 등 5명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었던 이건태 의원,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강득구 의원, 친명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공동대표 유 위원장은 친명계로 분류됩니다. 현 정청래 지도부의 주요 당직을 맡은 문정복·이성윤 의원은 친청계로 꼽힙니다.
"정부와 엇박자" 직격 vs "계파 어딨나, 원팀"
내년 1월 11일 치러지는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정청래 대표의 중간평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죠. 메시지부터 온도 차가 있었습니다. 친명계 후보는 정 대표의 당정 엇박자 논란을 정조준했습니다. "(당이) 정부와 엇박자로 이재명 정부가 이루고 있는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이건태 의원)고요. 반면, 친청계 후보들은 "계파가 어디있냐"며 '원팀'을 강조하고 나섰죠. 당에 친명이 아닌 사람이 어딨냐는 겁니다.
동료 의원 15명과 함께 출마회견장에 섰던 강득구 의원은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죠. 대통령 팬카페에는 "이 대통령의 마음이 강득구의 마음"이라며 '잼통맘=득구맘'이란 제목의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1인 1표제'를 강행한 정 대표에게 공개 쓴소리도 했던 강 의원은 이틀 전 정 대표에 독대를 요청해 15분 정도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강 의원은 채널A와 통화에서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정 대표가 대표로서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당정 간극을 좁히는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 출마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친청 후보들 '1인 1표제' 공약, 영향은?
반면, 친청계인 문정복, 이성윤 의원은 정 대표가 중앙위원회에서 관철시키지 못한 '1인 1표제'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중앙위원 50%, 권리당원 50%의 투표로 이뤄지는데, 1인 1표제는 권리당원을 겨냥한 카드인 거죠.
이걸 두고 친명 후보 측에선 불평이 나옵니다. 마치 친명 후보 측에서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거죠. 친명 후보 측 관계자는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당대표 재임 시절부터 추진했고, 반대하는 후보는 아무도 없다"며 "그런데 친청 쪽에서 마치 친명 후보들이 반대하는 것처럼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주 본경선 일정이 본격화하는 만큼 양측 대결은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새로 뽑을 3석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정청래 체제에 힘이 실릴지 빠질지 가르는 분수령이 되겠죠. 한 중진 의원은 "친명 대 친청 구도 자체는 찻잔 속의 태풍일 수 있다. 지금 그 누가 대통령에 맞설 수 있겠나"라며 "정 대표가 조급함을 버리고 이 고비를 잘 넘긴다면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