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16일 노르웨이 왕세자비 메테마리트(오른쪽)와 그녀가 호콘 왕세자와 결혼하기 전 낳은 마리우스 보르그 회이비의 모습. 출처: AP/뉴시스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 문건이 추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재계 인사에 이어 유럽 왕실과 정치권 인사들까지 엡스타인과의 친분 및 접촉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추가 엡스타인 문건에서 노르웨이 메테마리트 왕세자빈의 이름이 최소 1천 차례 이상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1년 호콘 왕세자와 결혼한 메테마리트 왕세자빈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엡스타인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건에는 왕세자빈이 가족과 관련된 사적인 내용을 엡스타인과 공유하거나 그를 "정말 다정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엡스타인이 이미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관계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졌습니다. 왕세자빈은 판단력이 부족했다며 엡스타인과 접촉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고, 노르웨이 왕실도 엡스타인이 왕세자빈과의 관계를 자신의 영향력 과시에 이용하려 한다고 느껴 2014년 연락을 끊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도 왕세자빈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고, 현지 언론에서는 향후 왕비로서의 자격 문제까지 거론되며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벨기에 왕실에서도 잡음이 불거졌습니다. 필리프 국왕의 동생 로랑 왕자가 과거 엡스타인과 두 차례 개별 만남을 가졌다고 인정하면서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다만 로랑 왕자는 공개 행사나 단체 모임에서 함께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영국 왕실 역시 여전히 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엡스타인과 관련된 성추문으로 이미 작위를 박탈당한 앤드루 전 왕자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고, 전처 세라 퍼거슨이 엡스타인을 친근하게 부르며 금전 지원을 요청했던 정황과 두 딸과 함께 엡스타인과 만난 사실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영국 왕실은 현재까지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 파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엡스타인과의 친분으로 논란을 겪어온 피터 맨덜슨 영국 상원의원은 최근 공개된 문건에서 과거 엡스타인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정황이 다시 드러나자 노동당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맨덜슨 의원은 기억이 나지 않으며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습니다. 노동당은 관련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슬로바키아에서도 고위 인사의 사퇴가 이어졌습니다. 미로슬라우 라이차크 국가안보보좌관은 엡스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는 당초 외교 업무 차원의 교류였다고 해명했지만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사임을 결정했습니다.
엡스타인 사망 이후에도 추가 문건 공개가 이어지면서, 유럽 왕실과 정관계 인사들의 과거 행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