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9 09:00 국제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lj8Rh3Mzd9U
안녕하세요. 채널A 베이징 특파원 이윤상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건물은 중국의 유명 관광지 자금성입니다.
2017년, 그러니까 9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금성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회담을 했습니다.
애초 예정대로라면 내일모레, 3월 31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돼 있었는데요.
돌연 한 달 반 정도 연기가 됐습니다. 5월 중순을 전후해 방중하는 걸로 시기가 늦춰진 겁니다. 미국 측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이란과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가 워싱턴을 떠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 성사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방인 이란을 대놓고 챙길 수도 없는 상황인데요.
특파원 토크, 특톡에선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이 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중국과 이란, 중국과 미국 관계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란은 중국의 우방국입니다.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80%를 중국이 수입하고 있고, 중국의 전체 수입 원유 중 13%가 이란산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에서의 핵심 사업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바로 일대일로 사업을 고를 수 있을 겁니다. 일대일로는 중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21세기판 실크로드를 만드는 사업이라고 불리는데요. 이 사업의 중동 거점 국가가 중동입니다. 또, 중국과 마찬가지로 중동 지역에서 미국에 맞서는 국가 중 하나가 이란 인 것이죠.
미국은 중국의 우방인 이란에 대한 공격을 2월 28일 감행했죠.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제거됐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곧바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14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입장을 내놨고, 발언도 미국과 이스라엘에 날을 세우기 보다는, 사실상 원론적인 수준이었습니다. 마치 그다지 친분 없는 사람의 이웃을 다툼을 형식으로 말리는 것 같은 모양이었던 거죠.
[마오닝 /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은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공격과 살해에 강력히 반대하며, 이는 이란의 주권과 안보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유엔 헌장과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의 목적과 원칙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중국의 이런 태도에 대해 많은 의문이 생겼는데요.
이란이 우방이긴 하지만, 미국과 지금 정면으로 대립하기는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3월 31일로 예정됐던 미·중 정상회담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특히 중국은 그동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일본과 대립을 해왔습니다. 미국은 대만에 첨단 무기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상황이고요.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의 국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과 정상회담 의제로 대만 해협 문제를 다루고 싶었을 겁니다.
다만, 중국이 이란을 계속 외면하는 건 아닙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는 하메네이 사망을 애도하며 조기를 게양하기도 했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동, 유럽 국가들과 긴급 전화 통화를 이어가며 외교적인 중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 트럼프, 중국에도 '호르무즈 파병 청구서'
그런데 미국의 갑자기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요청하며 동맹국들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자 동맹국들을 콕 집어 거론하면서 파병을 요청한 겁니다.
미국보다 오히려 다른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가 군사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죠.
우리나라와 영국 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미국의 우방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도 파병을 요청했습니다.
[도널트 트럼프 / 미국 대통령]
"중국은 훌륭한 사례입니다. 그들은 석유의 91%를 우리가 수년간 보호해 온 호르무즈 해협에서 얻습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이런 점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중국 정부가 “안 돼”라며 명시적으로 말한 건 아니지만, 사실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는 사실상 점잖게 거절했지만, 중국 관영 매체들은 훨씬 더 강도 높게 트럼프를 비난했습니다.
관영 영문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전문가 발언과 사설 등을 통해 미국이 더 많은 국가를 전쟁에 끌어들이는 건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높아진 원인은 각국이 군함을 파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여러 국가 군함으로 채우면 안보가 확보되는 게 아니라 분쟁의 불씨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한 척이라도 공격을 받게 되면 그 여파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이란은 이런 미국을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까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이냐는 겁니다.
▶ 트럼프, 느닷없이 정상회담 연기
그러자 트럼프는 3월 31일부터 사흘간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미·중 정상회담을 미뤘습니다.
군 통수권자로서 워싱턴을 비울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중국이 파병을 거부하자 정상회담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도널트 트럼프 / 미국 대통령]
"중국과 회담 일정을 다시 잡았고 약 5주 후에 열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는 중국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괜찮다고 했어요. 우리는 갈 겁니다. 시진핑 주석을 만나길 기대합니다. 시 주석도 나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 같고, 저도 그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선거를 앞두고 대두 수출 확대 등 중국과의 무역 분야 성과를 내고, 또 관세전쟁으로 인한 불안정성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역시 무역 분야 안정을 꾀하고 대만 해협의 주도권을 쥐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정상회담 연기에도 여유로운 중국?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연기가 됐지만 중국은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방중했을 때 환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국제사회가 비난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광인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광인'을 성대하게 맞이하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수 있으니 나쁠 것 없다고 보도한 겁니다.
또 다른 매체들은 "불을 질러 놓고는 이제 전 세계에
불을 끄는 걸 돕고 비용도 나눠 내자고 요구하는 셈"이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란 전쟁 이후 한국과 일본과 같은 다른 동아시아국과 다르게 중국 내 기름값은 꽤 안정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데요. 이 중에서 13% 가량이 이란산입니다. 적은 비중은 아니지만 수입국이 비교적 다양합니다. 러시아산이 20% 가까이 되고, 사우디아라비아산이 14% 수준, 이라크산이 10% 등입니다. 석유 비축량도 미국의 3배 가량이라고 하고요.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그리고 중국 지방 도시들에선 석탄의 의존도도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란이 중국 선박에 대해선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계속해서 허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또 중국 정부는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정유사 대표들을 불러모아 수출을 중단 시켰습니다. 값싼 원유를 정제해 수출하는 회사들에게 국내 수요부터 챙기도록 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휘발유 가격 폭등과 같은 상황은 아직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원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경제 역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표정관리 들어간 중국 내실 챙기기 중?
[린젠 /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은 항상 인류 운명 공동체 개념을 실천하며 국제주의와 인도주의 정신을 지켜왔습니다. 중국은 이란, 요르단, 레바논, 이라크에 긴급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현지인들이 겪는 인도적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번 사태를 이미지 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번 인도적 지원 카드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 세계를 향해
신뢰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서는 최근
미국 언론 폴리티코와 영국 여론조사기관 퍼블릭퍼스트가
진행한 여론조사를 언급했는데요.
미국의 동맹국인 캐나다, 독일, 영국, 프랑스 국민에게
미국과 중국 중 어느 국가에 의존하는 것이 더 낫냐고 질문하자
4개국 모두 미국보다 중국이 더 낫다는 대답이 더 높았다는 겁니다.
미국 동맹국들조차 미국보다 중국을 선택했다며
"중국의 안정성이 세계의 신뢰를 얻고 있다"라며 미국을 비난한 겁니다.
관세 폭탄, 호르무즈 파병 압박 등으로 인해
트럼프가 오랜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마무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면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데요.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 답답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조만간 종전이라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 여기까지고요.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 짜이찌엔~
기획 : 채널A 디지털랩
취재 : 이윤상
제작 : 김도현 CD, 임서연 인턴
작가 : 박정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