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7 12:15 정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회기역 인근 한 부동산을 방문해 월세난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제공 : 국민의힘)
지난달 31일 서울 회기역 인근 한 부동산. "멀리서 왔슈"라고 충청도 사투리를 쓰며 사장님에게 믹스커피를 달라고 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이어진 청년들과 식사 자리에선 "형처럼 편하게 대하라"며 다소 어색한 공기를 풀어보려고 애를 씁니다.
국민의힘이 지난 3일 개설한 유튜브 채널 '장대표 어디가'의 첫 영상입니다. 장 대표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월세난 현장이었는데요. 부동산과 열악한 월세 원룸을 직접 방문하고, 대학생들을 만나 막걸리에 파전을 먹으며 고민을 들어주는 컨셉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의 민생 현장 행보를 15분 분량 영상이나 쇼츠로 계속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국민의힘 공식 계정이 아닌 별도의 계정을 판 점이 눈에 띕니다. 채널 개설 5일째인데 구독자는 1만 명을 조금 넘었습니다. 당 차원에서 따로 공지하지 않고 일단 바이럴(입소문)을 타게 한다는 전략입니다.
2·3편은 아직 미공개입니다. 장 대표는 2편에선 청바지를 입고 주유소 알바에 나섭니다. 일당 5000원을 받고 인근 식당에서 여기에 1000원을 보태 6000원짜리 김치 콩나물 국밥을 사먹었다고 합니다.
3편에선 서울 잠원동의 한 가정집을 찾아 1일 아이 돌보미로 변신했습니다. 주먹밥을 만들어 아이에게 먹이고 재우고, 함께 산책하고 미끄럼틀 태워주는 모습 등이 담길 예정입니다. 육아의 어려움을 체험하고 지원책도 고민해보기 위해서라는데요. 촬영은 모두 마쳤고 편집 중이라고 합니다.
"직접 스피커로 나서 친근한 모습 노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회기역 한 식당에서 대학생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있다. (출처 : 유튜브 채널 '장대표 어디가')
장 대표가 지지자와 직접 소통하는 유튜브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선거에서 당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뒷말이 이어지자, 새 소통 창구를 띄웠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가 직접 나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라며 "언론사 방송이나 지면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있어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장 대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누구와 상의하나"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스피커로 나선 겁니다.
당 대표 취임 직후 이어진 장외집회 등에서 형성된 강성 이미지를 톤다운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입니다. 각 잡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공식석상이 아니라 일상 공간에서 보다 친근한 모습을 노출하겠다는 겁니다.
다른 당의 인사는 "국민의힘TV 채널에 올릴지, 분리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공식 계정에 영상을 띄울 경우 여러 콘텐츠 중 하나로 묻히는 측면이 있어서 따로 판 것"이라고 했습니다. 언론 보도용 콘텐츠가 아닌 콘텐츠 자체가 확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방향을 틀었다는 겁니다. 영상 촬영도 당 사무처가 아닌 외부 업체에 맡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백약이 무효" "자기 정치" 비판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인천 계양구 계산동 '천원주택' 현장을 찾아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출처 : 국민의힘)
장 대표가 유튜브 정치에 나선 건, 위기감의 방증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당의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 결의문'에 이어 대구시장 후보 공천에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컷오프(공천배제) 파동으로 강성 지지층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장 민주당은 맹비난했습니다. "불러주는 곳 하나 없는 현실을 가리기 위해 급조한 채널에서 민생을 말한다고 해서 국민이 그 진정성을 믿어주지는 않는다(김현정 원내대변인)"고요.
당내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장 대표가 뭘 해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또다른 의원은 "별도의 계정을 판 것은 이유가 있지 않겠나"고 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 대표 개인이 '자기 정치'를 한다는 겁니다.
5선 중진 윤상현 의원이 어제(7일) 장 대표를 공개 저격("당이 후보들에게 힘이 되는지 아니면 짐이 되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하면서 장 대표 책임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노선 변경 요구하는 일이 앞으로 점점 더 자주 벌어질 것"(오세훈 서울시장), "장동혁 지도부가 결단하면 반전을 만들 수 있다"(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 당내 압박 수위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차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당 내분에 공천 잡음까지 덮치면서 최근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당 지도부는 보고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국민의힘은 '텃밭' 대구마저 빼앗기며 당 존립을 걱정해야 할까요. 아니면 지금 바닥을 찍고, 이제 결집하게 될까요. 장 대표의 유튜브 정치는 선거에 도움이 될까요. 정치는 역풍을 순풍으로 바꾸는 일이라는 게 장 대표의 지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