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이중가격제’ 확산, 관광객은 커피·라멘값 2배 더 낸다 [특톡] EP.59

2026-04-19 09:00   국제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Z65DSvypQE8

▶ 인트로

안녕하세요,
채널A 도쿄특파원 송찬욱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
바로 이곳 일본이죠.

저도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한국인 관광객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여행을 오면 관광지에서 입장권도 사야 하고,
일본 현지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최근 일본에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기는
이른바 ‘이중가격제’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오버투어리즘’이라고 하죠.
관광객 과잉으로 인한 대책으로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이중가격제 시행을 논의 중인데요.

이게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현지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직접 느끼는
이중가격제의 현실 알려드리겠습니다.

▶ 식사 한 끼도 외국인은 만원 더 내라?

우선 제 경험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얼마 전에 도쿄에 있는 오래된 커피숍에 한국인 지인들과 함께 갔는데요.

테이블에 일본어로 된 메뉴판이 있었는데,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니 영어로 된 메뉴판을 추가로 주더라고요.

우선 커피를 주문한 뒤에 메뉴판을 자세히 봤더니,
영어 메뉴판의 가격이 100엔 더 비싸더라고요.



이게 해당 가게의 메뉴판인데
영어로는 1095엔인 커피가, 일본어로는 995엔으로 돼 있는 것 보이시죠.

주문을 일본어로 했었고,
외국인이라고 별다른 서비스를 더 받은 것도 없었거든요.
외국어 쓰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잔당 100엔 더 받는 메뉴판을 받은 셈이죠.

음식점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도쿄에 있는 한식집에서 식사를 할 일이 있었는데요.
이때도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었더니 한국어 메뉴판을 가져오더라고요.
메뉴판 보다가 한식에 대해 일본어로는 어떻게 표기돼 있는지 궁금해서 일본어 메뉴판도 달라서 해서 봤거든요.
그랬더니 일본어 메뉴판의 가격이 더 쌌습니다.

한국인 점원들이 있는 곳이어서 제가 점원에게 우리말로 “나중에 일본어 메뉴판 가격으로 계산해 주세요”라고 얘기했더니 멋쩍게 웃기만 하더라고요.

실제 일본에서도 음식점 이중가격제로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올해 1월 오사카의 한 라멘 가게에서 일본어 메뉴와 영어 메뉴의 가격이 달라서 외국인 손님이 항의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일본어 메뉴에는 1000엔, 영어 메뉴에는 2000엔으로 가격이 2배 차이가 났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차액 환불을 요구하면서 소동이 벌어졌고, 이후 이 라멘 가게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대부분이 중국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국인 출입을 아예 금지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이렇게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어 메뉴판까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돈을 더 내고 계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중가격제’라는 것이 관광객 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는 비용을 확보하겠다는 취지가 있는데요.

과연 식당 외국어 메뉴판의 가격을 다르게 한다는 것도 이런 취지와 맞는 건지 의문이 드네요.

▶ 벚꽃 구경까지 '관광객 할증'?

관광지에서는 이중가격제 시행이 더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3월 말, 4월 초 도쿄는 벚꽃 시즌이었는데요.
저도 이번에 도쿄 곳곳을 취재했었는데 벚꽃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사람들이 몰려있더라고요.

간사이대학교에 따르면 벚꽃놀이 경제 효과는 우리 돈으로 무려 14조 원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4조 2000억 원은 외국인 관광객에 의한 효과라고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도쿄의 벚꽃 명소들이 많은데,
이 중에서도 이번에 화제가 된 곳이 일본 황궁 인근에 있는 ‘지도리가후치 공원’입니다.

이곳은 벚꽃도 벚꽃인데, 보트를 타면서 벚꽃을 즐길 수 있어서 유명한데요.
벚꽃 시즌에 보트 한 번 타려면 1~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는데 사진 찍기 필수 코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 3월부터 관광객의 보트 탑승료 별도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가격표를 보면 괄호로 돼 있는 게 이 지역에 사는 주민 가격입니다.
관광객에게는 2배 많은 가격을 받는 것입니다.

시설 유지비나 외국인 관광객 대응을 위한 직원을 준비하기 위해서 이중가격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가격 차이가 상당히 크기도 하죠.

▶ 히메지성이 성공모델? 확산하는 이중가격제

일본 유명 관광지 중에 이중가격제 시행의 대표적인 곳이라면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 위치한 히메지성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데다가 벚꽃 나무 1000그루가 넘게 있어서 대표적인 벚꽃 관광지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이곳은 올해 3월부터 이중가격제를 실시해서 관광객 등의 입장료를 대폭 올렸습니다.
18세 이상 기준으로 히메지시 거주자는 기존 입장료인 1000엔이지만, 외국인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2500엔, 우리 돈으로 약 2만3000원 정도로 대폭 올렸습니다.

이중가격제 도입하고 지난 3월 한 달 동안 관광객 수는 어땠을까요.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16만9000명→14만 명) 줄었습니다.
그런데 수입은 오히려 2억 7000만 엔 올랐다고 합니다.

히메지시장은 “방문객이 줄어들 것이라고는 예상했다”면서도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많은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관광객은 억제하고 수입은 늘다 보니 벤치마킹 하겠다는 곳이 많다는 것이겠죠.

관광지의 이중가격제가 더 확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광지 입장료만 올리는 건 아닙니다.
버스 요금까지도 차이를 두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관광지 교토는 내년부터 관광객에게 버스요금을
2배 더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현재 버스 요금이 230엔, 약 2100원인데
관광객을 포함해 교토 시민이 아닌 경우 350~400엔 수준으로 인상하고
대신 교토 시민은 200엔으로 인하한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이중가격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는 것이다’, ‘오버투어리즘 정말 심각하니까 어느 정도 필요하다’ 의견이 팽팽하게 나오고 있는 거죠.

[송찬욱 / 기자]
“이중가격제를 확대한다는 데 반대하나요?"

[엔도 / 자영업자]
“어느 쪽이냐고 하면 그렇네요. 평등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일본뿐 아니라 외국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미희 / 유학생]
“외국인에게 그냥 훨씬 더 많이 받는다는 느낌이잖아요. 일본이 관광으로 먹고 사는 부분도 굉장히 많은데 그렇게 해야 하나. 심지어 나라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서도 그런 식으로 해야 하나.”

[김유청 / 재일교포]
“일본 친구 중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많고 해서 사실 어려운 것 같아요. 오버투어리즘이나 관광객에 대해 어느 정도 제한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추세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카렌 / 대학생]
“그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일본은 하고 있으니까 그것을 알고 온다면 문제 없다고 생각해요.

[송찬욱 / 기자]
"오버투어리즘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카렌 / 대학생]
"있다고 생각해요."

▶ 이중가격제뿐 아니라 '일본 관광 다 오른다?'

이중가격제로 부담이 커질 건데, 이것만이 아닙니다.
일본 여행 정말 다 오릅니다.

이란 전쟁의 영향이기는 하지만 전일본공수와 일본항공은 6월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기의 유류할증료는 2배 올립니다.
항공권 살 때 포함되는 건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죠.

이뿐만이 아니고 7월에는 출국세가 1000엔에서 3000엔으로 오릅니다.

일본에서 출국하는 항공권 구매할 때 가격이 오르게 되는 거죠.

2028년부터는 미국 ESTA처럼 일본에서도 전자도항인증제도(JESTA)를 도입해서, 무비자로 입국하는 관광객들도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미국을 방문할 때 ESTA 신청해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마찬가지로 비용이 발생하게 되겠죠.



숙박세도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해 3월부터 교토는 숙박세를 최대 1만 엔까지 올렸는데요.

온천으로 유명해서 한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시즈오카현 아타미는 지난해 숙박세를 받기 시작했고, 올해 1월에는 미야기현과 센다이시에서도 숙박세르 도입했습니다.

향후 오키나와 등에서도 숙박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마무리

관광객 입장에서 이중가격제를 맞이했을 때 차별당하는 느낌을 받는 건 어쩔 수 없겠죠.

더욱이 식당에서 일본 메뉴판의 ‘실제 가격’도 모른 채, 외국어 메뉴만 보고 웃돈을 더 주고 음식값을 계산하게 된다면 더 기분이 안 좋겠죠.

반면 프랑스 루브박물관이나 대이집트박물관 등 유명 관광지에서 이미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일본만 못하느냐는 반론도 나옵니다.

어쨌든 이중가격제가 확산하는 것은 일본에서 하나의 추세입니다.
히메지성처럼 수익을 올라갔다는 사례가 나오는 것처럼, 해당 관광지 입장에서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돈 더 받아도 올 사람은 온다는 식의 이중가격제나, 외국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면 분명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전해드릴 일본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기획 : 채널A 디지털랩
취재 : 송찬욱
제작 : 김도현 CD, 임서연 인턴
작가 : 박정빈

송찬욱 기자 song@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