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이 미국 간 이유 [런치정치]

2026-05-06 12:39   정치

 사진 :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당시 방미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 워싱턴 D.C. 영 김(Young Kim) 연방 하원의원 동아태소위 위원장 집무실에서 영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국행을 택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 무수한 논란이 제기됐었죠. 장 대표는 왜 미국에 간 걸까요.

야당 대표가 미국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데도 선거 직전 왜 방미를 선택했는지, 당내에선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습니다. "집 비운 가장"(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불러주는 곳 하나 없어 '도미(逃美)'한 것"(초선 의원)이란 험한 말까지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습니다. 제1야당 대표의 방미길인데도 그 흔한 출국 기자회견도 없이 SNS에만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라고 적었습니다.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또, 면담 대상이나 내용에 대해 "보안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고 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도대체 미국 가서 뭘 한거냐"는 공격도 쏟아졌습니다.

방미 뉴스 대부분은 부정적 이슈가 집어삼켰습니다.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김민수 최고위원과 찍은 인증샷 논란에 이어, 방미 이후에는 면담한 국무부 인사의 직급 부풀리기 논란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장 대표는 이같은 비판을 예상하지 못한 걸까요. 미국엔 왜 갔고,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요.

지지층 분열로 사면초가에 '국면 전환' 시도 

 사진 :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미국을 방문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워싱턴DC 인근 한 식당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 뉴시스)

장 대표 측 설명을 종합하면, 장 대표가 미국 간 이유는 '국면 전환'과 '지지층 결집'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먼저 국면 전환은, 방미 직전 코너에 몰린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야 했다는 겁니다. 장 대표 측은 계엄 사과와 '절윤(윤석열) 선언문' 발표, 그리고 공천 잡음으로 실망한 강성 지지층이 심하게 흔들린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당 관계자는 "'장동혁도 배신자', '사과 지긋지긋하다'는 반발 여론에 지지 기반 절반 가량이 떨어져 나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친한(한동훈)계, 쇄신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거에서 장 대표가 빠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후보들 지원사격하러 전국을 뛰는 정청래' 대 '불러주는 곳 하나 없이 국회만 맴도는 장동혁' 프레임은 장 대표로서는 반드시 깨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도부 한 인사는 "리더십이 완전히 빠진 상태에서 아무리 대여 비판 메시지를 내도 아무런 힘을 못 받던 상황"이라며 "방미 논란과 한계를 당연히 예상했음에도 승부수를 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측근들도 방미를 말렸으나, 장 대표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계엄 사과 논란 때 24시간 필리버스터,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논란 당시 단식을 국면 전환 카드로 꺼낸 것처럼, 이번 2선 후퇴 논란은 방미로 돌파하겠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었다는 겁니다.

지지층에 메시지 발신…"이기는 선거 목표"

 사진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비를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두 번째, 방미 이유는 지지층 결집입니다. 방미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지만, 지지층에서는 일부 호응이 있었다고 장 대표 측은 보고있습니다.

특히 절윤 선언문과 공천 파동으로 등 돌린 강성층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었다는 게 장 대표 측 설명입니다.

장 대표는 출국하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란 메시지를 냈죠. 방미 기간 공화당 인사들을 만났고, 이후 이재명 정부의 대미 외교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냈습니다. 메시지 발신 대상이 명확한 행보입니다. 24시간 필리버스터와 단식이 중도 보수층을 향한 메시지였다면, 방미는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겁니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선거는 이기는 게 목표"라며 "강성층도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분명한 지지층"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숫자를 누군가는 '한 줌'이라고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행동력과 영향력을 감안했을 땐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사례를 들었습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지지율이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유의동 국민의힘,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황교안 자유와혁신, 김재연 진보당 후보가 5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이기기 위해선 황 후보 측 지지표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비공개·언론 대응 미숙으로 비판 자초" 

 사진 : 지난달 20일 열린 장동혁 대표의 방미 성과 관련 기자간담회 (사진출처 : 뉴시스)

장 대표가 정무적 판단으로 미국 간 이유가 있더라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공격의 빌미만 제공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성과가 있다면서도 외교상 관례를 이유로 일부 면담 대상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 내용도 원론적 수준에서만 공개한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보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언론도 난리가 난 것"이라며 "야당 대표가 출국 기자회견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고, 기자단이 동행하지 않더라도 일정과 사진은 매일 공지하는 게 기본"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당 관계자는 "미국 성과를 알리고 싶어도 물고 들어갈 게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교적 신의를 지킨다'는 말도 정치인이 아닌 공무원의 언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이슈는 정치 저관여층에서는 마이너스가 컸고 지지층에서는 플러스 마이너스 합치면 제로였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시점을 더 섬세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 야권 인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대표가 미국을 가는 게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사이즈가 큰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공천을 다 매듭짓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가 사라지다보니 공감을 못 받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 대표 방미 이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민감정보 유출 논란(제3의 북한 핵시설 소재지로 구성시 언급)과 미국의 대북 위성정보 일부 공유 제한 등 대미 외교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죠. 장 대표는 비판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지난달 24일 SNS에 지방선거 전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미에 대해서도 성과로 평가 받겠다. 야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것들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지나면 성과도 보일 것이다"고요.

눈에 보이는 가장 큰 성과는 지방선거 결과입니다. 중도 보수층이 납득하지 못하더라도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방미를 택한 장 대표.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요.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