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시그널]김성태 “이중기소 아니다”…‘대북송금’ 재판에 영향은?

2026-07-11 10:40   사회

[법조 시그널은 채널A 법조팀의 온라인 코너입니다. 2분 짜리 방송 리포트에 다 담지 못한 취재 뒷 얘기와 해설을, 때로는 기자의 주관을 담아 전하는 ‘법조 에세이’기도 합니다.]

‘김성태를 뇌물로 기소한 건, 이중 기소다.’ 이 결론이 뒤집혔습니다. 수원고법은 오늘(10일),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번 판결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대북 송금 뇌물’ 혐의 재판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 왜 두 번 했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뉴스1)

‘대북송금’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2019년, 쌍방울은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냅니다. 당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임의로 금전지원을 하는 건 이 제재를 위반한 게 됩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불법송금’, 그러니까 외국환 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재판에 넘깁니다.

그리고 검찰은 북한으로 넘어간 돈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대가’를 대신 내 준 거라고 판단하고 뇌물 혐의로 다시 한 번 기소합니다.

1차 기소 → 불법 송금 (북한에 돈 보낸 게 문제)
2차 기소 → 뇌물 공여 (경기도지사가 내야 할 방북 비용을 대신 내준 게 뇌물)

두 재판은 혐의는 다르지만, ‘행위’는 같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물건을 훔치면, 범죄는 ‘주거침입’과 ‘절도’, 2개가 성립합니다. 반면 사람을 총으로 쏴서 죽였을 때, 살인죄만 성립하고 총알이 옷을 뚫고 지나간 건 별도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검찰은 뇌물 혐의는 불법 송금과 질적으로 다른 범죄라고 판단했습니다. 경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외환거래법 위반죄와, 공무원의 청렴도를 유지하기 위해 있는 뇌물죄는 다르단 겁니다.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내는 데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3심까지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 역시 뇌물 사건 공범으로 기소됐습니다.

◆수원지법, “이중 기소 맞다”…검사들 반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뉴스1)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은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가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 재판부는 지난 2월, 갑자기 김 전 회장에 대해 공소기각을 판결합니다. 선고기일이 아니었지만, 재판부는 검찰에게 “구형을 하라”고 했고, 김성태 전 회장을 세운 뒤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북한에 돈을 보낸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건 ‘이중기소’가 맞다는 판단입니다.

검찰은 이재명 대통령이 ‘수뢰자’라고 판단해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 사건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다라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서 ‘공여자’에 대한 유무죄 판단 없이 재판이 끝날 수 있었던 겁니다.

재판에 참여했던 검사들은 항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검찰 수뇌부에선 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검찰은 항소했습니다.

◆5개월 만에 뒤집힌 판단… ‘쌍방울 뇌물 재판’ 계속된다

 (대북송금 수사검사였던 박상용 검사 /뉴스1)

수원고법은 오늘 1심 결론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외국환관리법 위반은 허가 없이 국외로 돈을 반출하는 것이고, 뇌물공여죄는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외국환 반출은 수령자가 북한이지만, 뇌물은 실질적인 ‘수뢰자’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로 지목된 것이어서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단에 따라, 유무죄 판단 없이 끝나는 걸로 예상됐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재판은 재개될 전망입니다. 김 전 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북한에 돈을 보낸 게 ‘뇌물’이 됩니다. 반면 무죄가 나온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수뢰혐의’도 같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쪽이건, 결론없이 재판이 종결되진 않는 겁니다.

앞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외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했던 다른 재판부는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을 대신 낸 것이고, 300만 달러는 경기도지사의 방북 대가”라고 판단했습니다.

뇌물혐의 공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 역시 ‘이중기소’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1차 재판에선 징역 7년 8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습니다.



박건영 기자 change@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