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향민’이라 불리게 된 탈북민들, 좋아할까? [런치정치]

2026-07-18 12:00   정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4일 제3회 북한이탈주민(북향민)의 날 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유튜브 캡처)

지난 1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고향을 품다, 평화를 잇다'를 주제로 ‘제3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재명 정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을 탈북자가 아닌 북향민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다시 확인했습니다.

올해 1월 본격 등장한 ‘북향민’ 표현. ‘우리 사회의 차별을 없애겠다’는게 정부의 취지입니다. 정작 당사자인 탈북민들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탈북민 출신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채널A와의 통화에서 "탈북민이란 표현에 무슨 차별이 담겨있느냐"고 토로했습니다.

"목숨 걸고 찾아왔는데…탈북 정체성 지우려 해"

탈북민들은 정부가 '탈북민'이라는 명칭을 '북향민'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반발해왔습니다. '정체성 훼손과 소외'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의 핍박을 견디다 못해 목숨 걸고 탈출했다는 자부심. 이걸 단순히 북한에 고향을 뒀다는 의미의 ’북향민‘으로 축소한다는 겁니다. 허 위원장은 “차라리 탈북민이라는 표현이 북한의 독재를 벗어나,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정착했다는 걸 정확히 반영한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1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북향민 명칭 반대 전국 탈북민 단체 연대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채널A 아카이브)
명칭 변경을 위한 정부 절차가 미흡했단 지적이 나오면서 탈북민들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통일부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탈북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3.4%는 명칭 변경이 '불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대체 용어를 묻는 조사에서도 '북향민'은 탈북민 대상 조사에서 1위가 아니었습니다.

통일부는 이 여론조사 결과를 '내부 참고용'으로 돌리고 명칭 변경을 추진했습니다. 그러자 한 탈북민이 "탈북민 의사에 반해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죠.

인권위는 지난 2일 "명칭 변경은 부처의 정책적 재량"이라며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도 "탈북민 등 당사자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다"며 통일부에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권고했습니다.

‘탈북민’ 표현 변경 시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가 ‘탈북민’ 표현을 바꾸려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분단 이후 1980년대까지 '귀순자'나 '귀순용사'로 불렸던 사람들. 1990년대 들어 '탈북자'로 바뀌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다시 '새터민'으로 바뀌었는데요. 이후 지금까지 법률상 용어로는 '북한이탈주민', 일상적으로는 '탈북민'이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북향민 명칭 반대 전국 탈북민 단체 연대 시위 (채널A 아카이브)

정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에도 통일부 장관으로 재임하며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새터민을 내세웠는데요. 당시에도 탈북민들이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향민' 이라는 통일부 “단계적 확산”

통일부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탈북민은 부정적 어감과 낙인효과 등으로 변경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는 겁니다. 여론조사를 내부 참고용으로만 사용한 건 "신뢰성과 대표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위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권고에 대해서는 "법률용어 변경 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추진한다는 정부 입장과 차이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식 개선과 통합 강화를 위해 공공 부문에서부터 용어 사용을 장려하고 단계적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명칭을 둘러싼 갈등에서 놓치고 있는 지점이 있죠. 탈북민 또한 대한민국 헌법 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입니다.

이성민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회장은 채널A와의 통화에서 "이미 헌법 3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서 ”'새터민'에 이어 또다시 '북향민'이라는 새로운 분리 용어를 만들어 이방인 낙인을 찍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성원 기자 jungsw@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