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민전 사건’ 고 김남주 시인, 재심서 무죄…유죄 판결 46년만

2026-09-02 17:04   사회

 고(故) 김남주 시인 <사진=뉴시스>

박정희 정권 당시 '남조선 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고 김남주 시인이 재심을 거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1980년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46년 만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늘(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시인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시인이 고인이 돼 직접 법정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없으나 당시 공판에서 김 시인이 혐의에 대해 자백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확인된다"면서도 "당시 김 시인과 공동 피고인들은 구금 상태에 있었고, 그 심리적 여파가 남아 있었을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 없이 김 시인 및 공동 피고인들의 자백만 가지고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남민전은 민족일보 기자였던 이재문 씨 등이 1976년 결성한 지하 조직으로, 서울 시내에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활동을 벌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80여 명이 검거됐습니다.

해당 사건은 유신 말기 최대 공안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김 시인은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980년 5월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이후 투옥 9년 2개월여 만인 1988년 형집행정지로 가석방됐으나 1994년 암으로 타계했습니다.

김 시인은 감옥에서 시 250여 편을 썼고, 1984년 첫 시집 진혼가 등을 발간했습니다.

또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유신체제에 항거한 활동을 인정받아 2006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김 시인의 배우자와 아들은 지난 2024년 6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김 시인이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강제 연행된 뒤 48일 동안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같은 해 10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그해 12월 시작된 재심에서 김 시인 측은 당시 활동이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던 유신체제에 맞선 행위였다며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장기영 기자 kychang@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