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에스컬레이터 내부에 화재가 발생해 운행을 멈춘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5년 간 서울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한 대를 수리하는 데 최대 24일이 넘게 걸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5년 2월까지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 내 고장난 에스컬레이터를 고치는 데 평균 2일 15시간이 걸렸습니다. 수리기간이 가장 길었던 건 24일 10시간이었습니다.
◇부품 수급 어려움에 수리기간 늘어나
수리기간이 길어진 주요 원인은 부품 수급 문제였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제조사와 모델이 다양하고 일부 부품은 주문제작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된다"며 "특정부품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법정검사를 거쳐야해 수리기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 나면 △고장확인 △작업지시 △교체시행 △확인 및 결과보고 등의 단계로 수리를 진행하는데, 자재를 확보하고 확인하는 '작업지시' 단계부터 차질이 생기는 겁니다.
◇전체 에스컬레이터 절반이 한 번 이상 고장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잦은 고장도 시민 불편을 가중시켰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에스컬레이터 1871대 중 984대가 한 번 이상 고장이 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1.9대 당 한 대 꼴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 5년 내 고장 난 이력이 있는 겁니다. 7호선이 302건으로 고장 건수가 가장 많았으며 6호선 202건, 5호선 189건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20년 이상 된 에스컬레이터의 고장률은 50%에 달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노후화 영향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방공기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20년을 교체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부족한 예산탓에 교체가 원활하지 않은 겁니다.
◇예산탓에 20년 이상 엘레베이터 교체 '먼 얘기'
올해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 목적으로 책정된 예산은 총 252억 5천만 원입니다. 대당 평균 교체비용인 5억 5천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46대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전체 노후 에스컬레이터의 7.2%에 불과합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자체 예산만으로 노후 승강기 교체를 추진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지방재정 중앙투자 심사를 통해 국비지원이 가능토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교체보단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황수철 한국승강기대학교 석좌교수는 "현행 1년에 한 번인 정기검사 주기를 더 짧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연희 의원은 "지하철 승강기 수리에 길게는 24일까지 걸린다는 건 시민의 안전과 이동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문제"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