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의 결승·6번의 준결승…되돌아본 케인의 ‘무관 악연’

2025-05-05 15:46   스포츠

 케인이 지긋지긋했던 무관 악연을 끊고 생애 첫 우승을 맛봤다. 케인이 지난 2월 셀틱과의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에서 득점 후 세리머니하는 장면. 글래스고=AP/뉴시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마침내 생애 첫 우승을 맛봤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2위 레버쿠젠이 5일(한국시간) 프라이부르크와 2-2로 비기면서 바이에른 뮌헨이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우승을 확정지은 겁니다.

프로 데뷔 15시즌 만입니다. 세계적인 공격수임에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케인은 독일로 이적한 뒤 2시즌 만에 꿈을 이뤘습니다.

그 사이 많은 우승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케인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길래 '무관의 불운한 골잡이'로 불렸을까? 그 고비고비를 되돌아봤습니다.

*2013년 5월 12일, 챔피언십 PO 준결승
케인이 빅매치에서 처음으로 좌절을 맛본 경기입니다. 19세 케인은 토트넘에서 당시 챔피언십(2부 리그)이던 레스터시티로 임대돼 조커로 활약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향한 관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왓퍼드를 1-0으로 꺾었지만, 2차전에서 1-3으로 패해 웸블리에서 열린 승격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2015년 3월 1일, 리그컵 결승전
21살이던 케인은 당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신임 감독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리그에서 21골, 전체 31골을 터뜨리며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받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데뷔한 이 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지만 첼시와의 리그컵 결승전에선 침묵했습니다. 토트넘은 얄밉게 전술을 운영한 무리뉴 감독의 첼시에 0-2로 완패했습니다. 케인의 첫 결승전 패배였습니다.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가장 가까웠던 때가 바로 2015~16 시즌이었습니다. 26라운드를 지나면서 1위 레스터시티에 승점 2 차이로 턱밑까지 쫓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시즌은 마법의 시즌이었습니다. 이른바 빅5 팀이 단체로 부진에 빠진 사이 레스터시티는 동화 같은 스토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즌 마지막 12경기에서 8승 4무, 무패행진을 달린 레스터시티를 토트넘이 이길 순 없었습니다. 이 시즌 케인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2017년 4월 22일, FA컵 준결승
2년전 리그컵 결승전의 아쉬움을 안고 토트넘은 다시 한 번 첼시와 중요한 일전을 펼쳤습니다. 케인은 득점을 기록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토트넘은 FA컵 준결승전에서 첼시에 2-4로 패했습니다.

*2016~17시즌, 또 놓친 리그 우승
이 시즌 토트넘의 전력은 더 강해졌습니다. 홈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시즌 내내 선두를 노렸지만 1위 첼시와의 간격은 컸습니다. 케인은 리그 29골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습니다.

*2018년 4월 21일, FA컵 준결승
2017년 첼시에 패했던 아쉬움을 털 기회가 바로 1년 만에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상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습니다. 3년전 리그컵 우승을 막았던 무리뉴 감독은 이번엔 맨유의 사령탑으로 다시 한 번 케인의 꿈을 꺾었습니다. 부상 여파가 남아 있었던 케인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토트넘은 맨유에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역전패했습니다.

*2018년 7월 11일 월드컵 준결승
프로팀에서 못 한 우승 한풀이를 대표팀에서 할 기회가 왔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28년 만에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복병 크로아티아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했습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6골이나 넣었지만 준결승전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케인은 잉글랜드 팬들의 비난 속에 빈손으로 귀국했습니다.

*2019년 1월 24일 리그컵 준결승
토트넘은 리그컵 결승 문턱에서 또 첼시와 만났습니다. 1차전에선 케인의 결승골로 1-0 승리. 하지만 부상을 당한 케인은 2차전에 결장했습니다. 토트넘은 승부차기까지 갔던 접전 속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2019년 6월 1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대망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그동안의 불운도 이 트로피를 들어올린다면 다 잊어버릴 만한 빅매치였습니다. 하지만 케인의 불운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케인은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결국 큰 활약을 보이지 못 했고 토트넘은 리버풀에 0-2로 졌습니다.

*2021년 4월 25일 리그컵 결승전
2년 만에 찾아온 우승의 기회, 케인은 발목 부상 속에서도 급하게 출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팀을 이끌던 무리뉴 감독이 며칠 전 경질된 상황에서 리그 우승이란 신바람을 타고 있던 맨체스터시티를 이기기란 힘들었습니다. 역시 비슷한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토트넘은 0-1로 패했습니다.

*2021년 7월 21일 유로 2020 결승전
대표팀에서 우승의 기회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잉글랜드는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55년 만에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랐습니다. 유럽선수권 결승 상대는 이탈리아. 승부는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갈렸습니다. 1번 키커로 나선 케인은 성공했지만 마지막 3명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우승컵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2022년 1월 12일 리그컵 준결승
리그컵에서 첼시와의 악연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케인이 잉글랜드에서 우승에 도전했던 마지막 기회였던 이 경기는 1, 2차전 합계 0-3 완패로 끝이났습니다. 이듬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할 때까지 토트넘은 우승 가까이 가볼 기회를 잡지 못 했습니다.

*2023년 8월 12일 독일 슈퍼컵
마침내 우승을 위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 자그마한 우승의 기쁨을 맛 볼 기회가 곧바로 찾아왔습니다. 라이프치히와 펼친 독일 슈퍼컵 무대. 하지만 결과는 뜻밖에 바이에른 뮌헨의 0-3 완패였습니다. 케인의 불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24년 5월 8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분데스리가에서 레버쿠젠의 마법 같은 무패행진에 밀리면서 리그 우승을 바라보기 어려워진 바이에른 뮌헨, 남은 건 챔피언스리그였습니다. 준결승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2-2로 비겼던 바이에른 뮌헨은 2차전에서 데이비스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경기 종료직전 내리 2골을 허용하며 무너졌습니다. 케인은 우승을 위해 독일로 건너갔지만 첫 시즌도 무관을 벗어나지 못 했습니다.

*2024년 7월 14일 유로 2024 결승
케인은 유로 2024에서 중요한 고비 때마다 골을 넣으며 잉글랜드를 결승에 진출시켰습니다. 2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스페인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던 케인은 후반 16분 교체됐고 잉글랜드는 1-2로 패했습니다.

프로생활 15시즌 동안 케인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1회, 준결승 1회, FA컵 준결승 2회, 리그컵 결승 2회, 준결승 2회, 슈퍼컵 1회, 그리고 대표팀에서 월드컵 준결승 1회, 유럽선수권 결승 2회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트로피를 들지 못 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바이에른 뮌헨의 우승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장치혁 기자jangta@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