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영등포역 광장 유세 현장에 '몰래 온 손님'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의 갈등 끝에 탈당한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인데요. "이재명 후보는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준비된 후보"라면서 공개 지지선언을 했죠.
허 전 대표는 과거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지낸 인물입니다. 지난 대선 땐 "북한의 전쟁위협까지 정치공세에 이용하는 대선후보"(2022년 1월 24일)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장동 방지법'은) 설계자의 이름을 딴 '이재명 방지법'"(2021년 10월 29일)이라고 논평을 내며 이 후보 비판에 앞장섰었죠. 그랬던 허 전 대표가 이 후보 공개 지지를 결심한 이유는 뭘까요. 허 전 대표의 속마음을 들어봤습니다.
"이재명 첫 예방 때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라 놀라"
지난해 5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허은아 당시 개혁신당 대표.(왼쪽) 석달 뒤인 지난해 8월 허은아 당시 개혁신당 대표를 예방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출처 : 뉴스1)
지난해 5월, 개혁신당 대표가 된 허은아 전 대표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후보를 예방합니다. 허 전 대표는 "아무래도 서로 비판적인 사이였던 만큼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당시 이재명 대표가 분위기를 쫙 풀어줬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소속일 때는 이 후보의 악마화된 이미지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소탈하고 인간적이어서 거부감을 덜 갖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로부터 석달 뒤 이번엔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 후보가 허 전 대표를 찾았습니다. 허 전 대표는 이 후보가 이날 비공개 석상에서 "나야말로 중도보수"라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엔 조기대선 국면이 펼쳐지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허 전 대표가 오히려 "그런 얘기해도 괜찮으시냐"고 말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통계까지 가져와 중도보수 중요성 설명"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가 어제(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세 현장을 찾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포옹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허 전 대표는 "이 후보의 보수론에 민주당 내 반발도 있으니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이후 쭉 같은 이야기를 했고 지금 대선국면까지 하고 있더라"며 "이 후보의 진정성을 봤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인사들의 적극적인 합류 설득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는데요. "민주당의 한 전략통 관계자가 중도보수 공략이 중요한 이유를 통계까지 가져와 설명하더라. 이 후보와 민주당이 상당히 전략적이고 치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허 전 대표는 최근 한 달여 간 '이재명 검증'에 들어갔다고도 밝혔습니다. 민주당 인사들 뿐 아니라 민주당을 떠난 외부인사들에게도 "이재명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는데요. "내 스스로 이재명 지지에 자신감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사람을 통해 검증했고, 그 결과 지지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게 허 전 대표의 설명입니다.
허 전 대표가 이 후보의 영등포 유세현장 무대에 오르는 건 이틀 전인 지난 17일 확정됐다고 합니다. 그는 이 후보 지지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에 대해 "이 후보가 개헌에 대한 뜻을 밝혔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이재명 공격했던 부분, 지금도 걱정"
허 전 대표에게 "과거 이재명 후보를 공격했던 부분들에 대한 평가도 바뀐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허 전 대표는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아직도 가장 걱정되는 지점이긴 하다"고요.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지난해 피습 이후로 실제로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 보다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주류의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더 이상 운동권 기득권이 이끌어가던 민주당이 아니다. 민주당 스스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내게 긍정적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습니다.
허 전 대표를 비롯해 개혁신당에 몸 담았던 김용남 전 새누리당 의원과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도 이 후보 측에 합류했죠.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도 어제 민주당 입당식을 가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일개 전현직 의원들의 이익 추구 행동"이라고, 이준석 후보는 "본인 살 길 찾아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죠.
"욕 문자 많이 받아…민주당 입당은 아직"
허 전 대표는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 이후 욕 문자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이미 개혁신당 때부터 욕 문자를 많이 받아봐서 전혀 신경 안쓴다"며 "다만 내 주변에 '민주당은 절대 안 된다'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게 가슴아플 뿐"이라고 했습니다.
허 전 대표는 민주당 입당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은 내가 1년 동안 지켜봐 온 결과이고 진심이지만, (내 입당을) 민주당 당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내 분위기를 좀 더 살피겠다는 겁니다.
민주당의 거침 없는 외연 확장을 놓고 대선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도 민주당은 의석수가 많은 만큼 스펙트럼이 넓다"면서 "다양한 목소리도 좋지만 민주당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했는데요. 외연 확장을 통해 민주당이 집권을 하게 되더라도 당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이어질 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