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오는 8월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죠.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그 측근들은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고심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출마 의사를 밝히는 대신 '당원 가입 운동'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한 전 대표가 지금 시급한 과제로 여기는 일은 뭘까요. 한 전 대표 주변에선 "최근 1년 사이 행보를 보면 그 생각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패배' 곡성부터 낙선 인사, 주민 권유에 막걸리 마셔
지난해 10월 18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전남 곡성군 기차마을 전통시장을 찾아 10·16 재보궐 선거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지난해 10월 18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전남 곡성의 한 전통 시장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10·16 재보궐 선거를 이끈 한 대표가 선거에서 이긴 부산 금정, 인천 강화 대신 전남 곡성부터 찾아 낙선 인사를 한 겁니다.
보수 정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른바 '네임드(잘 알려진)' 정치인의 발길이 드문 곳이어서였을까요.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던 한 전 대표의 방문에 지역 분위기는 한껏 고무됐다고 합니다.
당시 최봉의 국민의힘 곡성군수 후보가 전체 유효 투표수 1만5753표 중 549표(득표율 3.45%)를 얻는데 그쳤는데, 한 전 대표 방문에 주민 2000여 명이 몰렸다고 하죠.
한 전 대표에게 "곡성에 와줘서 정말 고맙다"면서 밥 그릇에 막걸리 한 사발을 건넨 주민. 한 전 대표가 차마 "제가 원래 술을 못 마신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돼 그대로 받아마셨죠.
한 전 대표는 맥주 한 잔도 못 마셔서 20년 검사 생활 동안은 물론 정치 입문 후에도 콜라만 마신 걸로 유명한 데요. 당시 한 전 대표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한 한 인사는 "막걸리 두 모금을 벌컥 들이킨 뒤 서울로 상경하는 내내 차 안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고 회고했습니다.
사전투표는 광주서, 호남 시도당엔 후원금 기탁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 광주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 후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출처 : 뉴스1)
한 전 대표의 호남을 향한 구애는 말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모금했던 후원금 30억 원 중 남은 약 12억 원을 당에 반환하면서 "국민의힘의 불모지인 전남·전북도당 등 고군분투하는 당원을 위해, 그리고 사무처에서 고생하는 당직자를 위해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선 사전투표도 광주에서 했습니다. "호남은 내게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낸 거죠.
한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측근들에게 "곡성에 갔는데 4층 이상 건물이 없었다. 마음이 아팠다"며 "민주당은 전남을 잡은 물고기, 볼모라고 생각해 아무 투자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데, 보수당이 챙겨야한다"고 했다고 전해집니다.
후원금 반환에 대해서도 "사실 내 돈도 아니고 후원 받은 돈을 반환한 것 뿐인데, 전남도당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해 마음이 찡하다"고요.
한동훈, 라방 켜고 "당원 가입" 호소, 왜?
8월 열릴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아직 답을 못 내렸지만, "정치 계속할 것"이라고 했던 한 전 대표. 요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다양한 당원 끌어안기와 이를 통한 당의 체질 개선이라고 합니다. 한 전 대표 측이 대선 경선 이후 적극적인 '당원 확대 운동'을 벌이는 것과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입니다.
한 전 대표, 최근 라방(라이브 방송)을 켤 때마다 '당원 가입' 호소하고 있죠. "당원 가입 많이 해주셔야 나라가 바뀌고 조금 더 상식적인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최근 한 매체가 '내년 6월 지방선거 대구시장 자리를 놓고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포함 10명 이상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하자 "정치인이 '지지자들이 많은 곳’에서 덕 보고 꿀만 빨아먹을 게 아니라 그 지역에 현실적으로 뭘 해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지역적 한계에서 벗어나 험지인 호남과 수도권, 또 중도층 당원과 함께 가야 지지부진한 당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같은 행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차기 전당대회를 노린 준비 작업"이란 반응도 나옵니다.
"영남자민련 될 수 있다" 우려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험지인 호남 뿐 아니라 국민의힘 텃밭으로 분류돼온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서도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위험하단 위기감이 터져나옵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부울경은 물론이고 대구시장도 김부겸 전 총리가 나오면 안심 못한다"며 "최악의 경우 경북도지사 한 자리만 건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영남자민련'이란 자조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오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 새 비대위가 꾸려집니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 비대위원장을 겸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일단 비대위원과 당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곧 단행할 주요 인선에서 쇄신 의지를 엿볼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선거 유세 때만 반짝 등장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정책 현안을 살뜰히 챙기는 '대안 정당'으로서 신뢰를 유권자에게 주는 일이 중요하겠죠.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각 부처에 해수부와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본사 부산 이전, 가덕도 신공항 신속 추진, 부울경 GTX 개통 등 이 대통령의 동남권 대선 공약 이행 계획 수립을 채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의 유일한 현역인 전재수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내년 지방선거를 내다보고 낙점했다는 말이 파다하죠. 국민의힘에선 부산에서, 또 반대로 호남에서 이를 뛰어넘을 카드 보여줄 수 있을까요. 한 전 대표를 포함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차기 당권주자들이 고민해야할 지점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