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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보다]전 연인母 살해가 우발적?…‘전기충격기’까지 준비했다
2021-12-18 19:25 사회

96년생, 25살 이석준.

전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보복살인 및 살인미수 피의자입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만 7개입니다.

징조는 있었습니다.

범행 나흘 전, 전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딸이 감금됐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피해여성으로부터 "이석준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전 여자친구는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가 됐지만, 정작 이석준은 소환조사 한번 받지 않았습니다.

참극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Q1. 사건 얘기부터 해보죠. 계속해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는데, 맞습니까?

이석준이 뭐라고 했는지부터 좀더 들어보죠.

[이석준 /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 피의자(어제 검찰 송치)]
"(왜 살해하신 겁니까?)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애초에 살인계획하고 찾아갔습니까?) 아닙니다."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10일 오후 2시쯤입니다.

서울 송파구 전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가서 집에 있던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인데, 저희 취재과정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이석준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단서가 발견됐습니다.

Q2. 뭡니까?

범행현장을 찾을 당시 이석준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 말고도 여러가지 범행도구를 준비했습니다.

특히 그가 소지했던 것 중에는 '전기충격기'가 있었습니다.

구입시기와 장소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범행 직전, 주거지인 천안이 아닌 서울의 한 시장에서 샀다는 건데,

전 여자친구 측이 이석준을 감금 등으로 경찰에 신고한 게 지난 6일이고, 범행이 일어난 건 10일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이에 범행도구인 흉기 외에 전기충격기를 추가로 구입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게 경찰의 판단입니다.

경찰은 전 여자친구 측이 자신을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벌인 '보복 범죄'라고 보고, 이석준의 혐의를 기존 '살인'에서 '보복살인'으로 변경했습니다

Q3. 이석준이 준비했다는 또다른 범행도구도 취재된 게 있습니까?

전기충격기에 대해선 "호신용으로 샀던 것이고, 범행 당시엔 사용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범행현장에 들고갔던 것 외에도 그의 차량에선 상당한 크기의 둔기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는 이석준의 행동을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임준태 /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장]
"A라는 도구, B라는 도구, C라는 도구를 통해서 (범행을) 반드시 달성해야 되겠다라는, 범행 자체에 대한 집착이 강해보이고요. 범행과정에서 저항이나 다른 변수가 생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

Q4. 전 여자친구의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서 흥신소까지 동원했다고요?

그 전에 이석준은 이미 전 여자친구의 신분증 앞면을 몰래 찍어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범행 이틀 전에도 전 여자친구의 집으로 추정되는 곳에 찾아갔는데, 그곳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흥신소에 주소 확인을 의뢰했던 겁니다.

이 과정에서 5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이석준에게 전 여자친구의 집주소를 넘긴 흥신소 운영자도 구속했습니다.

Q5. 개인정보가 강력범죄에 악용된 건데, 다른 사람의 집 주소를 알아내는 게 쉬운 일입니까?

구속된 흥신소 운영자는 지난 1년 반동안 이석준 같은 의뢰인들에게 최소 57명의 개인정보를 넘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까, 이사람 혼자 한 게 아니었습니다.

SNS를 통해서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업자들을 매개로 해서 거래가 이뤄진다고 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이석준으로부터 50만 원을 받은 흥신소 운영자는 한 업자에게 13만 원을 주고 개인정보를 사들인 뒤 이석준에게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흥신소 운영자로부터 그동안 자신과 거래한 불법 개인정보 수집업자들이 3명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공범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Q6. 문제는 범행 전 경찰이 전 여자친구 측의 피해신고를 접수하고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거잖아요.

경찰은 범행 당일까지 이석준을 입건하지도 않았습니다.

"피의자인 이석준이 경찰의 임의동행에 순순히 응했고, 휴대전화도 제출했기 때문에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다고 보고 체포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해명입니다.

하지만 신고 접수 나흘 뒤, 전 여자친구의 가족들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다던 이석준에 의해 희생됐습니다.

결국 경찰청장이 "희생자에게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고 하죠.

경찰이 미흡한 대응에 사과했다는 소식을 전한 게 사건을 보다에서만 몇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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