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무리 최강대국이라지만 막상 가보면 지하철 같은 시설들이 많이 낡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하수도라고 다를까요.
특히 수도 워싱턴이 집중호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우리돈 7천억 짜리 빗물 터널을 뚫고 있습니다.
우리도 서울에 더 만들어야 한다, 목소리가 커지는 바로 그 터널입니다.
세계를 가다, 워싱턴에서 유승진 특파원입니다.
[기자]
반려견 관리 센터 창문 밖으로 사람 허리만큼 차오른 흙탕물이 출렁입니다.
건물 벽 틈새를 뚫고 물이 줄줄 새어들어오고, 어느새 바닥은 흥건해졌습니다.
지난주 워싱턴 일대에는 한 시간에 최대 75mm의 물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도시 북동쪽 일대는 마비됐습니다.
이 센터는 지난 한 달 동안 벌써 세 번째 침수 피해를 겪었습니다.
[제이콥 헨슬리 / 반려견 관리 센터 주인]
"무서웠죠. 건물 안에서 일할 땐 그렇게나 많은 물을 볼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잖아요. 건물이 배나 보트도 아니고요."
흘러넘치는 물을 막기 위해 결국 차수판을 설치했습니다.
[제이콥 헨슬리 / 반려견 관리 센터 주인]
"모래주머니랑 75센티미터의 차수판인데, 저기 선을 보면 물이 얼마나 높게 찼었는지 아시겠나요? 완벽하진 않더라도 도움은 될 것 같아요."
잦은 침수 원인으로 워싱턴의 오래된 하수 시설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100여 년 전 만들어진 일부 기반 시설이 그동안 커진 도시 생활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는 겁니다.
여기에 강을 끼고 있는 지형적 특성도 홍수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워싱턴 남쪽에는 이렇게 포토맥 강이라는 큰 강이 흐르고 있는데요, 갑자기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불어나 넘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합니다.
결국 시 당국은 5억 8천3백만 달러, 우리 돈 7700여억 원을 투입해 지하 30미터 깊이에 터널을 뚫기로 했습니다.
침수에 취약한 북동쪽 일대를 중심으로 지름 7미터, 길이 8천여 미터의 대형 터널을 뚫어 한꺼번에 쏟아지는 빗물을 저장하고 하수 역류도 막겠다는 겁니다.
당국은 내년에 터널이 완공되면 취약 지역의 침수 확률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칼튼 레이 / 하수 정비 사업 감독관]
"북동쪽 일대 주민들이 수년간 겪어온 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겁니다."
또 역류한 하수가 인근 강으로 흘러가는 것도 막아 수질 개선 효과도 예상됩니다.
작년 말부터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가 매달 수해 대책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여름 미국에서 폭우 피해가 잇따르는 곳은 워싱턴만이 아닙니다.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선 이례적인 폭우로 카지노 천장에서 빗물이 줄줄 샜고, 가장 더운 지역으로 알려진 데스밸리도 물에 잠겼습니다.
미국에서도 기후 변화에 맞서 더 늦기 전에 견고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채널A 뉴스 유승진입니다.
유승진 워싱턴 특파원
영상취재 : 정명환(VJ)
영상편집 : 유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