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만’ 하며 출근했는데”…끝내 돌아오지 못한 아들

2022-01-31 19:16   사회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따뜻해야할 명절을 며칠 앞두고, 채석장 붕괴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20대 작업자의 어머니를 저희 취재진이 만났습니다.

아들은 평소에도 작업장이 위험하다고 말했고, 사고날이 하필 마지막 출근이었습니다.

성혜란 기자입니다.

[리포트]
장례식장에 찾아오는 조문객을 바라보는 젊은 청년.

두달 전부터 경기도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천공 작업을 했던 스물 여덟살 고 정제민 씨입니다.

설날을 앞두고 갑작스레 둘째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

아들이 평소 끼고 다녔던 반지만 흙과 바위 속에서 돌아왔습니다.

사흘 전 새벽 5시 "오늘만 출근하면 된다"며 채석장으로 향했던 모습이 마지막 기억이 됐습니다.

[황혜숙 / 어머니]
"평상시하고 똑같이 갔다니까요. 엄마 나 이따 끝나고 올게 이러더라고요. 방긋방긋 웃으면서."

삼표산업에서 일자리를 얻어 기뻐하던 아들.

막상 근무를 시작한 뒤, 유독 위험하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기억합니다.

[황혜숙 / 어머니]
"가끔씩 '엄마, 여기 위험해'해서 '왜?' 그랬더니 '제대로 안 해'"

건설공사에 쓰이는 골재를 채취하기 위해 땅에 구멍을 뚫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채석장 업무가 끝나면 지인과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마음에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황혜숙 / 어머니]
"이제 놀러 간다고 그랬으니까요. 월급 타고 뭐 하고 '엄마 나 부산 갔다올게 우리 예약했어'."

오늘 삼표산업 임원진이 빈소를 찾아오자 가족의 울분은 더 커졌습니다.

[현장음]
"안 오셨으면 좋았을텐데. 지금 와서 최선을 다 하면 뭐가 (달라집니까)."

오늘 고용노동부는 채석장 현장사무실을 포함해 3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천공기 기사 52살 정모 씨에 대한 수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성혜란입니다.

영상취재 : 박희현 김영수
영상편집 : 김문영

성혜란 기자 sai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