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내년 재보선에 나와야할까 [런치정치]

2025-10-30 12:00   정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월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의 수락 연설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전국민심투어 중인 한 전 대표는 내년 재보선 출마를 고심 중이다. (출처 : 뉴스1)

"저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나와서 한 말입니다. 한 전 대표의 이 말 한 마디에는 두 가지 정보가 들어가 있습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 대해선 열려있다'입니다. 광역자치단체장 도전에는 선을 그었지만, 국회 입성은 고민해보겠다는 겁니다.

한 전 대표가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다면 어디가 될까요. 측근들과 당내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시점으로 한 전 대표가 고려할만한 곳으로는 부산 북갑이나 수도권 지역이 거론됩니다. 부산 북갑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지역구로, 전 장관이 내년 지방선거에 부산시장으로 출마한다면 보궐 선거가 치러집니다.

부산 북갑서 '한동훈 vs 조국' 대결?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해 4월 부산에서 서병수(부산 북구 갑), 박성훈(부산 북구 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한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는 서울 사람이지만 강남을 베이스로 큰 정치인이 되긴 한계가 있다"며 "부산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에 부산을 정치적 기반으로 북진하는 그림"이라고 했습니다. 한 전 대표는 평소 롯데자이언츠 팬임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부산 민심에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부산 북갑은 부산에서 유일한 민주당 지역구입니다. 국민의힘이 재보선에서 이긴다면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낙동강 벨트 가운데 지점이라 민주당의 낙동강 벨트를 끊는다는 서사를 그릴 수 있게 됩니다. 고향이 부산인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이 범진보 단일 후보로 부산 북갑에 나올 경우 '정의로운 검사 한동훈' 대 '피의자 조국' 구도를 만들겠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됩니다.

수도권에선 김민석 국무총리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서울 영등포을이 공석이 된다면 이곳도 한 전 대표가 도전해볼 만한 곳입니다.

현재까지 보궐선거가 확정된 곳은 이재명 대통령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지역구인 충남아산을 2곳이지만, 15석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단 7곳은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있고, 현역 의원들이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확정돼 사퇴하면 8~10석가량 더해질 수 있습니다.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있는 지역 7곳은 모두 민주당 의원 지역구입니다. 경기 안산갑(양문석), 경기 평택을(이병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신영대), 경기 화성갑(송옥주), 인천 동미추홀갑(허종식), 광주 동남을(안도걸), 광주 북갑(정준호)입니다.

"계양을 출마하라"…엇갈린 속내

그동안 당 일각에선 한 전 대표가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어왔습니다. 민주당의 전통 텃밭으로 분류되는데다 이 대통령 지역구라는 상징성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선 내년 재보궐선거 지역구 가운데 험지 중 험지로 꼽힙니다.

한 전 대표의 계양을 출마를 말하는 이들의 속내는 두 부류로 갈립니다. 먼저 '한동훈 죽이기파'입니다. 한 옛 친윤계 인사는 "'한동훈 계양을 출마' 이슈를 먼저 띄우면 한 전 대표가 이를 거부하고 덜 험지인 곳으로 갈 명분이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계양을에 출마해서 낙선을 하든, 출마 자체를 포기하든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 쪼그라든다는 겁니다.

'한동훈 부활파'도 있습니다. 한 전 대표가 계양을에 출마해도 당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그것만이 한 전 대표가 사는 길이라고 보는 시각입니다. 한 야권 인사는 "한 전 대표 정도의 스타성이면 계양을에서 붙어볼만 하다"며 "전당대회 출마 기회를 놓친 게 뼈아픈데, 이번엔 반드시 선출직으로 국회에 입성해야 그나마 한 전 대표의 정치 미래가 있다"고 했습니다.

목적은 다르지만, 일단 한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게 맞는다고 당내 의견이 모아지긴 합니다. 한 전 대표는 최근에도 꾸준히 SNS를 통해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예전만큼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치적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한 야권 인사는 "친한계도 흔들리고 있다"며 "계파라는 건 리더가 날 지켜줄 수 있을 때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한 전 대표 측근 중 일부는 "급할 것 없다", "정치 길게 봐야한다", "정치 입문 후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왔기 때문에 쉬어가는 타이밍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전 대표도 고민이 많겠죠. 한 전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지금 선거에 안 나간다고 잊혀질 정도면 정치할 필요 없는 것"이라며 "어떤 정치를 할 건지, 어떻게 할 건지가 중요하다"고 했다고 합니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는) 희생한다면 계양이 아니라 아예 호남에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죽어야 산다"

 지난해 12월 4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 뉴스1)

출마 여부보다 중요한 건 출마하기까지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일 겁니다. 최우선으로 극복해야할 건 당내 한 전 대표에 대한 강한 비토(거부) 정서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 전 대표가 당에 있으면 끊임없이 내부 갈등을 일으킨다', 그리고 '당보다는 자기 정치를 우선한다'는 겁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에 이어 당 비대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돼 총선을 이끌었던 한 전 대표. 당 대표 당선 후 김건희 여사 문제로 당정 갈등을 빚다 12·3 계엄 국면에서 결정적으로 윤 전 대통령과 결별했고 이후 당에서 내쫓기다시피 물러났습니다.

계엄 선포 직후 당 의원 18명과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이끌면서 '계엄을 막았다'는 분명한 정치적 자산을 얻었죠. 하지만 탄핵 국면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건, 그 옳고 그름 여부와 관계 없이 한 전 대표가 앞으로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한다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당내 관계자들이 말하는 '자기 정치'는 이런 겁니다. 계엄 이후 한 전 대표는 대선 후보로 화려한 부활을 노렸지만,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 약속을 앞세워 '김덕수(김문수+한덕수)'를 자처한 김문수 전 대선 후보에게 경선에서 패했습니다.

중요한 건 경선 패배 이후였습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전 대표가 김 전 후보를 적극 돕지 않으면서 당원들이 등을 돌렸다"며 "한 전 대표와 반대로 김 전 후보를 끝까지 도운 안철수 의원은 '안철수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감도가 높아졌었다"고 했습니다.

한 전 대표의 정치 재개 스토리는 그래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전 대표도 자신을 바라보는 당내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메시지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비판에 초점을 맞출 뿐, 당내 비판은 철저히 자제하고 있습니다. 한 친한계 의원은 "내부 비판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이 달라진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 생각만 한다는 것"이라며 "재보선 도전도 '당을 위해서 희생하겠다' 이 한 마디면 되는데, 반대로 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 전 대표가 농담임을 전제로 했지만, "저한테만 이렇게 다들 던지라고 하시는지 모르겠다"(지난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그런데 매번 왜 저만 죽을 자리를 갑니까"(지난 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라고 말한 걸 겨냥한 겁니다.

장동혁의 '이기는 전략'은?

 지난해 8월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장동혁 수석최고위원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개회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한 전 대표가 험지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남은 산은 있습니다. 먼저 당 당무감사위원회에서 감사를 예고한 '당원 게시판 의혹' 문제입니다. 한 전 대표와 그 가족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는 의혹이죠. 장동혁 대표는 의혹 해소 의지가 확고하고, 장 대표가 임명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무감사위와 윤리위원회가 당원 게시판 의혹으로 한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치명타이고, 한 전 대표가 당에서 더는 정치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말에 '당원권 정지 6개월' 결론이 나면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어렵게 됩니다.

더 중요한 건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게 공천을 줄지 여부입니다. 한동훈 지도부 시절 사무총장, 수석최고위원을 지내며 한 전 대표 최측근으로 꼽혔던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한 전 대표와 완전히 갈라섰습니다. 전당대회 막판 한 전 대표가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며 우회적으로 장 대표를 '최악'으로 규정하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한 전 대표의 이 메시지가 한 전 대표 비토 세력을 결집해 장 대표 당선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장 대표에게 내년 지방선거는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당장의 거취는 물론 향후 정치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겁니다. 장 대표의 선거 전략은 그래서 개인적 호오나 이념, 자신의 지지 기반인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떠나 무조건 '이기는 전략'이 돼야 합니다.

장 대표에게 '한동훈 카드'가 이기는 전략이 될 수 있을까요. 당내 의견은 엇갈립니다. "한 전 대표가 나오는 순간 화제는 되겠지만, 계엄과 탄핵 이슈가 다시 떠오르면서 이념 대결로 간다. 이념 대결로 가면 지방선거는 필패"(당 관계자)라는 우려와 "한 전 대표가 계양을을 가져오면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의 승리"(국민의힘 재선 의원)라는 기대가 공존합니다. '한동훈 카드'가 장 대표의 이기는 전략이 될 거라고 당원과 원내를 설득하는 건 한 전 대표의 숙제겠죠. 장 대표가 강조하는 공천 기준은 '당성', 즉 당에 대한 충성도와 기여도입니다.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