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단순한 마음의 병 아니다…“면역 체계 불균형과 관련”

2025-11-20 18:35   사회,경제

 비정형 우울증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중체 분석 연구. (제공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우울증이 단순한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 기능의 지나친 활성화와 더불어 몸 전체의 면역 반응 이상과 깊게 관련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오늘(20일) 한진주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김양식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협력해 우울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혈액 속 면역세포 유전자 변화와 신경 관련 단백질 변화를 동시에 살펴본 결과, 우울증 환자에서 면역-신경 상호작용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비전형 우울장애 환자들의 경우 뇌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데 중요한 단백질이 정상보다 많이 늘어나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또 몸의 면역 반응을 강하게 만드는 특정 단백질도 정상 상태보다 증가해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울장애 환자의 경우 몸 안에서 뇌 기능과 면역 기능이 모두 지나치게 활성화돼 있었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두고 우울증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와 연결돼 있다는 단서가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울증 환자는 몸 전체의 면역 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로, 몸 속에서 염증 반응이 평소보다 더 쉽고 강하게 일어나는 상태였다는 분석입니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의 혈액을 뽑아서 혈구 세포로 역분화 줄기 세포를 만들어 해당 환자의 '미니 뇌'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니 뇌'를 관찰한 결과 신경세포가 더 많이 죽어나가는 게 관찰됐고, 이 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혈액으로 흘러들어가서 면역과 관련된 단백질들도 같이 변화했을 수도 있다는 추정도 내놓았습니다.

우울증과 면역세포의 변화 사이에 정확한 인과관계를 특정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확실한 관련성이 있다는 걸 밝혀냈다는 게 이번 연구의 성과라는 설명입니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우울증 환자들 각자에 맞춘 '맞춤형 약물'을 처방해 환자들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배정현 기자 baechewing@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