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조광한·김대식…‘장동혁 친정 체제’ 굳히기 [런치정치]

2026-01-12 12:13   정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출처 :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취임 넉달 만에 2기 인선을 단행했습니다. 바로 전날 '계엄 사과' 하루 만에 '친윤(윤석열)' 성향 인사를 핵심 당직에 앉히며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신임 정책위의장에 3선 정점식 의원(경남 통영고성)을 내정했고, 조광한 지명직 최고위원(경기 남양주병 당협위원장)과 김대식 특보단장(초선·부산사상구) 그리고 김장겸 정무실장(초선·비례대표)을 임명했습니다.

인사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장 대표가 '도로 친윤당'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얻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강하게 흔들려온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안정감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2기 인선의 핵심은 '장동혁 친정 체제 굳히기'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 안팎에서 지도부를 지원사격해 온 무게감 있는 우군을 전진배치하는 동시에 원내외 그룹과 가교 역할을 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정책 투톱' 송언석-정점식 호흡 초점

먼저 정책위의장에 내정된 정점식 의원은 친윤 인사로 분류되지만, 의원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송언석 원내대표와 긴밀히 소통하는 사이로, 원내 '정책 투톱'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호흡 관점에선 최적임자라는 말이 나옵니다.

장 대표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간사(정점식)와 위원(장동혁)으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장 대표를 물밑 지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 법률자문위원장,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장동혁 지도부에선 선출직 공직자 평가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정책위의장은 지도부인 최고위원 9명 중 당연직으로 들어갑니다. 당의 한 인사는 "지금 장 대표 입장에서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천군마마를 얻은 것"이라며 "현 지도부에 들어가서 정 의원만큼 중심을 잡아줄 만한 인물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경험이 이미 있기 때문에 일을 풀어가는 방식에 소위 '프로'가 등장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도부 운영이 매끄럽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당 관계자는 "맡은 일을 묵묵히, 제대로 해내는 스타일"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 내정자(오른쪽)와 송언석 원내대표(왼쪽). (출처 : 뉴스1)

"상임위원장 도전 포기하며 '선당후사'" 

당내에선 이미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까지 지낸 정 의원이 다시 정책위의장 직을 수락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3선이기 때문에 22대 하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포기하면서 수락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국회 운영 관행상 상임위원장은 3선 이상이 맡습니다. 지도부가 인선난을 겪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3선 이상 대부분은 현직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거나 하반기 상임위원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특히 장 대표 입장에서는 정 의원의 정책위의장직 수락에 대한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장동혁 지도부는 총선 공천권을 쥔 소위 힘 있는 지도부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돕기보다는 팔짱 낀 채 구경만 한다는 게 당내 분위기입니다. 더구나 사과 논란 등으로 계속해서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이기도 하죠.

개인적인 마음의 빚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 의원은 황우여 비대위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내다 2024년 8월 한동훈 지도부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갈등을 빚다 임명 3개월도 안 돼 자진 사퇴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장 대표는 수석최고위원으로 한동훈 전 대표 최측근이었습니다. 정 의원은 또 지난해 송언석 지도부에서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가 장동혁 지도부가 들어서자 2달 만에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한 의원은 "정 의원의 정책위의장 수락이야말로 '선당후사' 아니겠나"고 했습니다.

당 관계자는 "정 의원은 송 원내대표와 합이 잘 맞으면서도 지도부에서 장 대표를 묵묵히 지켜줄 인사"라며 "또 영남 의석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정 의원이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의원들의 구심적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책위의장은 지방선거 정책과 공약을 주도하는 중책을 맡게됩니다. 소수 야당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장동혁 지도부의 정책 메시지가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는 당 안팎의 지적을 보완해야 합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도 성향 김도읍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입니다.

원내는 정점식, 원외는 조광한

 조광한 국민의힘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 (출처 : 뉴스1)

다음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조광한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입니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장 대표가 취임 넉 달 넘게 아껴둔 카드입니다. 지도부 출범 이후 확실한 당 대표 사람인 지명직 최고위원을 굳이 임명하지 않아도 그동안 당 운영에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인선으로 메시지를 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 최고위원은 김대중·노무현 청와대에서 일하다 남양주시장 시절 '이재명 저격수'로 불리며 탈당해 2023년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경기 남양주병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았으나 낙선했고 이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도부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과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으로 대여 투쟁력을 높이겠다는 차원"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조 최고위원은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을 이끄는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전해집니다. 지방선거를 치르는 국면에서 당협위원장들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원내는 정점식 정책위의장에, 원외는 조광한 지명직 최고위원에 맡기는 인사인 셈입니다.

조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를 돕다가 김문수 후보로 넘어간 일부 수도권 원외 당협외위원장들과 달리 마지막까지 김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지금은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 조 최고위원에 힘이 실려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조 최고위원 인사는 장동혁 지도부 중 원외 당협위원장이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원외 여론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 전략기획부총장(서천호)과 조직부총장(강명구) 모두 원내가 맡고 있습니다.

장 대표와 개인적 인연은 없으나 지난 전당대회 당시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며 장 대표를 지원 사격했다고 합니다. 장 대표 사람인 겁니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조 최고위원에 대해 "다방면에서 아이디어가 많고 장점이 많은 분"이라고 했습니다.

당의 한 원로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상당한 정치력과 내공이 있다"며 "일부 알려진 것처럼 강성도 아니고 합리적인 성향"이라고 했습니다. 조 최고위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원외 당협위원장 자격으로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갔다고 '윤어게인'이라고 하는 건 무리라는 취지입니다.

'중진 같은 초선' 김대식, MB계 가교 

 국민의힘 김대식 신임 특보단장(오른쪽)과 장동혁 대표(왼쪽). (출처 : 뉴스1)

당내 전략통인 김대식 신임 특보단장에겐 '중진 같은 초선'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원내 입성 전 이미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인수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차관급),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 여의도연구원장 등 다선 의원이 맡을 법한 굵직한 정치 이력을 쌓았습니다. 여야 원로를 비롯한 정치인·종교계·학계 등 폭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무엇보다 김 특보단장은 MB(이명박)계 핵심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사이로 전해집니다. 당내 한 축인 MB계와 장동혁 지도부 사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지난달 이 전 대통령 생일을 맞아 마련한 저녁 자리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 20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호영 윤한홍 김은혜 박정하 김대식 신동욱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 의원과 윤 의원은 지난해 말 사과 논란 국면에서 장 대표에게 기조 변화를 요구하며 지도부와 각을 세운 바 있습니다.

대표적 마당발이기도 합니다. 당내 인사들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43명 초선 의원들의 반장 격인 '초선 모임 대표'를 최근까지 지냈고, 부산 지역구 의원 중 맏형입니다. 한 의원은 "부산 의원은 17명으로 절대적 수가 많고 계파 등 스펙트럼도 다양해 큰 형님인 김 특보단장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주요 정책과 현안에 대한 전략적 조언 뿐 아니라 초선, 부산 의원들과 MB계를 아우르는 당내 소통 창구 적임자"이라고 했습니다.

김 특보단장은 당 대표 직속 전문가 그룹인 특보단을 이끕니다. 특보단은 장 대표가 새해엔 변하겠다며 내놓은 쇄신안의 핵심 축입니다. 당이 지방선거에서 민생 이슈를 선점하며 '유능한 정당'으로 세일즈하기 위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초선 비례 맏형' 김장겸, 대언론 소통 역할

언론인 출신의 비례대표 김장겸 당 대표 정무실장은 장 대표를 보좌하고 정무적 조언을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박준태 당 대표 비서실장과 역할을 분담하는 겁니다.

김 정무실장은 1987년 문화방송(MBC) 공채 기자로 입사해 사회1부장, 정치부장, 보도본부장을 거쳐 사장까지 지내다 공영방송 총파업 사퇴로 2017년 재임 8개월 만에 해임당했습니다.

 김장겸 신임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 (출처 : 뉴스1)

당 관계자는 "언론사에서 30년이란 오랜 경륜을 쌓은만큼 특유의 정무적 감각이 있다"며 "디테일 뿐 아니라 굵직한 흐름을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습니다. 국회 출입 현장 기자 뿐만 아니라 당이 언론사 임원진과 스킨십을 늘리는 데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정무실장은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과 모임에서 맏형 격이기도 합니다. 김 특보단장과 마찬가지로 당내 의원 그룹과 지도부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김 특보단장과 김 정무실장 두 사람의 인사는 장 대표의 소통 창구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당내에선 "장 대표가 측근인 박 비서실장, 정희용 사무총장과만 얘기하는 것 같다"며 "도대체 누구랑 상의하나"는 뒷말이 있었습니다. 지도부는 조만간 당 대표 노동특보를 임명하고 전문가 중심 '국정대안TF'를 띄우는 등 보고 창구를 다원화겠다는 구상입니다.

"탕평 없는 좁은 인사" 비판도

장 대표의 2기 인선을 두고 평가는 엇갈립니다.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인사로 다시 한 번 장 대표의 인사 폭이 좁다는 걸 보여줬다"며 "어차피 연대하고 통합하자고 했으면 좀더 과감하게 반대 편 사람을 쓰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장 대표는 계엄 해제에 찬성 표결을 하고 앞선 비상계엄 국면에서 친한(한동훈)계로 분류됐던 수도권 3선 김성원 의원에게 정책위의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했으나 김 의원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재선 의원은 "김 의원이 거절했더라도 정책위의장이나 특보단장에 친한계 의원을 쓰는 탕평책을 쓰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3선 의원도 "진정한 탕평은 상대 편 인사를 앉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인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김도읍 전 정책위의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갔어야 했다"고 했습니다. 한 원로 인사는 "정치의 본질은 타협"이라며 "장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 쪽을 품어야 하는데 아직 정치 경험이 길지 않다보니 당장의 앞만 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를 끌어안으면 입지가 넓어지는 건 한 전 대표가 아니라 장 대표고, 그걸 발판으로 큰 정치를 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2기 인선과 쇄신안으로 '당 안으로는 굳히고 밖으로는 뻗는 기조'를 세운 장 대표. 인사는 확실한 자기 사람을 앉히거나 당내외 인사들과 접점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영남, 부산, MB계, 초선, 초선 비례대표 의원,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 등 친한계만 제외하고는 전방위를 아우릅니다. 밖으로는 정치 연대를 공언하며 통일교·공천 헌금 특검을 고리로 이준석 개현신당 대표와 공동 투쟁 전선에 나섰습니다. 인사의 성과도 책임도 장 대표가 감당할 몫일 겁니다.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