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구해줬더니…욕받이 된 119 구급대

2026-01-12 19:27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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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 현장카메라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만든 119 구급차가 주취자 신고에 묶이는 현실을 담았습니다.

한 번 출동하면 수시간씩 허비하는 건 물론, 도움을 주고도 술 취한 이들의 폭언과 주사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정경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새벽 6시, 영하 10도의 날씨였습니다.

[현장음]
<고개 들어보세요 선생님. 119예요. 119. 춥죠. 지금 날이 얼마나 추운데 이렇게 있으면 어떻게 해요 선생님.> "아 진짜 이씨!" <집에 가야지. 춥잖아요. 우리 구급차로 갈까요?>

큰 일 날 뻔한 사람 애원하듯 구급차에 태웠더니 돌아오는 게 거칩니다.

[현장음]
<어 왜 그러세요 선생님? 방금 박치기 한 거예요?> "제가 뭐 했습니까?" <방금 머리 부딪히셨잖아요. 쳤지? <괜찮아요> "으아아아 으아아아." "뭔 개소리야" <환자분. 욕하지 마시고요."> "아니 지○하지 말고. 야 ○발" <어어! 욕하시면 안 돼죠>

다친 곳이 없으니 병원에도 못 보냅니다.

춥다 하면 이불 덮어주고, 속 안 좋다 하면 비닐봉지 걸어주고, 그렇게 보호자 올 때까지 이 구급차가 1시간 동안 발이 묶였습니다.

[현장음]
<보호자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해요?>

[김윤수 / 구급대원]
"네 지금 병원에도 안 받아주고. 제일 난감한 상황이에요. 이대로 저희가 놔두고 갈 수도 없고"

주취자 대응도 힘겹지만, 만취한 일행과의 씨름도 버겁습니다.

[현장음]
<일어나 볼 수 있겠어요? 환자분 혹시 술은 얼마나 드셨어요?> "1병 반" <소주 1병 반이요? 저희가 잡아드리면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아니요. 못 일어날 거 같아요" <업고 갈게요>

다친 사람은 침착한데, 일행이 더 발끈하니 대응이 지체됩니다.

[현장음]
"야!" <선생님 지금 저희가 병원 선정하고…> "울산병원 갈 거 아니야?" <아니에요. 저희가 알아봐야 해요. 병원에서 받아줘야> "짭새고 ○발 공무원이고 필요 없네. 무조건 환자가 있으면 가까운 병원에 가야지. 이야 나 참 더러워서"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계속 방해하시면 안 돼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자인데! 내 여자인데 ○○, 저 여자 참 좋아하는데 그럼 ○○"

주취자 신고에도 똑같이 시간, 사람, 장비가 투입됩니다.

그래서 가장 큰 걱정은 이겁니다.

[현장음]
<이(출동)동안 다른 중요한 구급 출동이 있으면?>

[김윤수 / 구급대원]
"그게 제일 문제요. 그렇게 되면 그 환자한테 저희가 이제 못 가니까."

24시간을 꼬박 함께했던 구급대와의 동행이 그렇게 끝나나 했는데,

[정경은 기자]
"선배 저희 지금 출동"

[엄태원 PD]
"출동이라고? 날 밝는 거 찍을라고 그랬더니"

[주취자 지인]
<환자분! 환자분! 눈 떠봐요. 대충 그러면 소주로 하면 몇 병 정도?> "소주 한 5병" <혼자서?> "네"

[강윤석 / 구급대원(병원 통화)]
"환자분 20살 여성이고요. 남자 친구도 이제 환자 정보를 자세하게는 모르셔. 주취자 센터에 수용 가능한지 여쭤보려고"

이 들것도, 이 구급차도, 이 구급대원도,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현장음]
"심정지 같은 경우는 차가 관할에 2대가 출동해야 되는데. 심정지 환자한테는 골든 타임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런 시간을 혹시 (응급) 환자한테 빼앗는 게 아닐까 그게 걱정됩니다."
      
현장카메라 정경은입니다.

PD : 엄태원 안현민

정경은 기자 gang@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