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4 14:37 정치 이장우 대전시장(왼쪽)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해 12월 충남도청 접견실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긴급 회동을 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정부·여당이 '6월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는데, 국민의힘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2년 전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방 소멸에 대응하겠다며 대전-충남 통합 불씨를 먼저 당긴 국민의힘. 지금은 여권에 통합 논의 주도권을 뺏기며 달갑지 않아 하는 분위기죠.
국민의힘이 여당이던 2024년 11월 21일,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통합 지자체 출범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충남과 대전을 합쳐서 인구 36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90조 원 규모의 초광역경제권을 구축하겠다고 했었는데요. 지난해 9월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국민의힘 의원이 특별법도 이미 발의했습니다.
세 달 뒤인 지난해 12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충남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광주·전남,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고, 한병도 원내대표는 어제(3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죠.
정부가 행정통합특별시에 연간 5조 원씩,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하고 공공기관 이전시 우선권을 준다는 인센티브도 내걸었습니다. 지자체도 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죠. 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인 광주·전남은 내부 이견이 없어 지방선거 전 통합이 사실상 확실합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단체장이 이끄는 대전-충남은 여권이 주장하는 통합방식에 반발하고 있죠.
지방선거 전 대전-충남 통합, 이뤄질 수 있을까요. 여권 주도 통합 논의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속내는 어떨까요.
"광주‧전남에 공공기관 쏠릴라" 걱정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정부가 발표한 '통합 인센티브' 안에 대해 이렇게 반발합니다. "4년간 한시적 지원만으론 부족하다"고요.
앞서 특별법을 냈던 성일종 의원도 민주당의 대전·충남 행정통합법에 대해 "무늬만 분권" "선거용"이라고 직격했죠. 행정통합의 목표는 지방정부 자치권을 갖고 재정 독립을 이루는 건데 민주당 법안엔 알맹이가 빠졌다는 겁니다.
국민의힘이 여권이 내놓은 통합 방식에 반대하고 있지만, 마냥 반대만 할 수 있겠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한 의원은 "광주·전남 먼저 통합해서 4년간 20조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받게 되면 다른 지자체도 속타지 않겠냐"며 "반대하는 지자체장들은 '다른 곳은 1년에 5조 원씩 받는다는데 너희는 뭐하냐'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방선거 전 광주‧전남만 통합되면,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그쪽으로만 쏠리지 않겠냐"고 우려했는데요.
따라서 여야가 특위에서 통합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대구·경북 통합놓고 후보군 생각 제각각
대구·경북도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죠. 지난달 28일 경북도의회는 대구 경북 통합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이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도 발의했죠.
이철우 경북지사는 '선통합 후보완' 하자며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구·경북 북부 지역구 의원들은 반대합니다. 통합될 경우 인구가 대구로 빠져나가는 걸 걱정하는 겁니다. 국민의힘 김형동(경북 안동·예천)·박형수(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임종득(경북 영주·영양·봉화) 의원이 통합특별법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죠.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후보군도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국회부의장, 추경호 의원 등은 통합에 속도를 내서 대구·경북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경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은 신중론입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대구, 경북만 출마자가 몰리는데 통합되면 한 자리 줄어드니 출마자 입장에선 반갑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나옵니다.
"통합, 협의 여지 남아 있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연석회의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 (출처 : 뉴시스)
지난 2일 열린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연석회의에선 여러 의견이 분출했습니다. 한 참석자는 "재정과 행정 권한이 분산되지 않은 채 (민주당 안 대로) 돈 먼저 나눠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행정통합의 기본 정신은 반드시 '분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각 지역별 특별법으로 각각의 특별시를 만드는 건 말도 안 된다. 여야가 특위에서 기본법부터 만들어 재정과 행정 권한 먼저 제대로 이양한 뒤 지자체별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은 채널A와의 통화에서 "이대로 통합되면 나는 드러누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아무리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라고 해도 지자체장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기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아직 협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행정 통합 주도권 다툼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민을 상대로 '이유 있는 반대'라는 점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