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의 '국민 아빠'로 큰 사랑을 받았던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88)가 성폭행 민사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하며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되었습니다.
현지시각 어제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1심 주 법원 배심원단은 코스비가 지난 1972년 레스토랑 직원이었던 도나 모트싱어를 성폭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1천925만 달러(약 287억 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습니다.
모트싱어는 약 50년 전 코스비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에 초대를 받았고, 당시 그가 건넨 와인과 알약을 먹은 뒤 의식을 잃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승소한 그는 평결 직후 "정의를 되찾는 데 54년이 걸렸다"며 "나머지 피해 여성에게는 끝난 일이 아니지만,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벅찬 심경을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코스비 측은 성폭행 혐의를 즉각 부인하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코스비가 성범죄로 거액의 배상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2년에도 10대 소녀 주디 후스를 성추행한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돼 5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한 바 있습니다.
1980년대 인기 시트콤 '코스비 가족' 등에 출연하며 '국민 코미디언' 명성을 누렸던 그는 전 세계적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계기로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거의 50년에 걸쳐 50여 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폭로가 줄줄이 이어졌고, 2018년에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재판 절차상의 하자가 인정되어 3년 만에 석방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