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업부처 아닌 감사원이 연일 AI 외치는 까닭은 [런치정치]

2026-04-16 12:40   정치

 감사원 간판(출처: 뉴시스)
그제(14일) 감사원은 전문인력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특정' 분야에 전문 지식과 잠재력이 있는 감사관을 뽑고, 기존보다 저연차 직원이 그 대상이 되게 하겠다고요. 새로 만들어지는 분야 5개 중 눈에 띄는 건 'AI·정보시스템·보안' 부분입니다.

감사원을 출입한지 1년이 돼 가지만, 그간의 보도자료에선 못 보던 단어가 올해 유독 많이 등장합니다.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원장 취임사부터 위원회까지 "AI 전환", 왜?

 김호철 감사원장(출처: 뉴시스)
"AI의 확산과 기후위기 등 급격한 사회 변화의 국면에서는 공직사회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난 1월 2일 김호철 신임 감사원장은 취임사부터 AI를 거론했는데요. 감사원 관계자는 "취임사에서만 말한 게 아니다"면서 "작년 연말 취임하고부터 업무보고에서 계속 강조해오던 내용"이라고 전했는데요.

취임사로만 끝나진 않았습니다. 2월 감사원엔 67명 대규모의 '감사운영기조 수립을 위한 전략 TF(태스크포스)'가 꾸려졌습니다. 그간 '정치 감사' 논란을 일으켰던 감사원의 조직을 개편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TF인데요.

이 TF가 발표한 11개 기조·전략 수립 대상 분야에도 'AI'가 들어있었습니다. 'AI 기반의 감사 운영 시스템 구축'하겠다고 공식화 한 거죠.

 감사원 3월, 감사운영기조 수립계획 발표 보도자료.
감사원은 지난달 제9기 감사원 정책자문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AI 전문가도 함께 넣었습니다. 20명 중 3명이나 되는데요. 감사원 관계자는 "AI 전문가 3명은 감사원장이 직접 섭외했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사 시절 경험 공유하며 AI 접목 당부

 민변 회장 시절 김호철 감사원장(출처: 뉴시스)
민변 회장 출신 김호철 감사원장은 변호사 시절부터 'AI'를 적극 활용해왔다고 합니다. AI를 통해 수백만 건의 방대한 판례 데이터를 살펴보고, 판결문 요약 서비스 등을 다양하게 써왔단 겁니다.

김 원장은 감사원 직원들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업무에 AI를 접목시킬 것을 당부했다고 하는데요. 공공기관 회계 감사부터 공무원 직무 감찰 같은 감사원의 업무에 AI가 큰 도움이 된다는 거죠.

지능정보화사업 기관으로 선정

이런 김 원장의 의지는 감사원 전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감사원은 3월 'AI 전환'으로 갈 수 있는 큰 사업을 따냈습니다. 과기정통부와 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지능정보화 컨설팅사업' 3개 기관 중 하나로 선정된 겁니다.

이 사업은 정부에서 컨설팅 지원 예산 1억 2천억 원을 받아, AI 기술 적용 방안, 실현 가능성 등을 함께 찾아가는 건데요. 중앙 행정기관 대부분인 56곳이 지원했는데, 감사원은 1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토부, 관세청과 함께 뽑혔습니다. 선정 결과에 가장 영향을 미친 건 '기관장의 AI 전환 추진 의지'였다고 하더라고요.

감사원은 이번 달까지 감사업무 AI 전환 사업계획서를 쓰고, 7월부터 NIA가 지원하는 컨설팅에 들어가 올해 말까지 AI 기술 구축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또 올해 안에 감사원 내부의 AI 윤리강령을 마련하고 전 직원의 AI 리터러시(문해력)를 높이기 위한 매뉴얼 개발과 교육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감사원은 이미 내부에 AI를 활용한 감사자료분석시스템이 있는데요. 지난해 이 AI를 통해 청주시 공무원이 6년간 공금 4억 9천여 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해 파면시키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복잡한 수치 분석을 AI의 조력을 받아 해낸 거죠. 이런 시스템을 좀 더 발전시켜 김 원장 임기인 2029년까지는 감사원 독자적 AI 모델을 구축하겠단 계획입니다.

국가기관 정보 보안 문제 없나?

감사원 내부에선 이런 변화를 아직 낯설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보안 문제가 가장 걱정된다"고 우려하더라고요. 감사원이 국가 기관 대부분의 정보를 수집하는 만큼, 혹시나 AI를 통해 기밀이 외부로 유출되는 게 아니냐는 거죠. '기밀 유출 방지'는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보입니다.

조금 연차가 낮은 감사원 관계자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이미 AI를 감사에 활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더 하라는 건지 모호하다"고요.

그래서 감사원은 이재명 정부의 '특별 성과 포상금'을 AI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AI 활용 사내 콘테스트'를 진행하는 아이디어도 거론됩니다. AI를 잘 활용해서 감사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관심도를 높여보겠다고요. 감사원의 AI 대전환,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혜주 기자 plz@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