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한동훈은 맞고 장동혁은 틀리다? [런치정치]

2026-06-08 13:44   정치

 사진 :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왼쪽부터, 출처 : 뉴스1)

"국민의힘 참패는 아니더라도 패배는 맞다. 그리고 장동혁 대표로서는 패배다."(국민의힘 중진 의원)

6·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 장동혁 대표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장 대표와 거리를 두거나 각을 세워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의원이 선거에서 이기고 장 대표가 공 들인 충청권은 참패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오 시장과 한 의원 모두 선거 직후 한 목소리로 "장 대표 노선은 틀렸다. 국민의힘이 중도 확장하라는 게 민심"이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친오계, 친한계에서는 장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중도 확장이란 메시지를 준 걸까요. 그게 맞다면 국민의힘은 중도 확장을 위해 어떤 길을 가야할까요.

"강남 보수층이 몰아줘 당선" vs "중원 싸움이 성패 갈라" 

일단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오 시장의 극적 역전승은 부동산, 그리고 2030 표심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여야를 막론하고 지배적입니다.

오 시장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개표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강남 3구 등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에서 큰 표차로 벌리고 한강변 주요 자치구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승기를 잡았습니다.

또 방송3사 출구 조사 결과 기준으로 보면, 20대와 30대에서 각각 56.8%, 59.7%가 오 시장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2030세대에서 30% 중반에 머무른 정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렸습니다.

특히 보수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2030 남성의 경우 오 시장 지지가 훨씬 높았습니다. 또, 전국적으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30대 여성이 서울에선 오 후보(53.6%)를 더 많이 뽑았다고 대답했습니다.

2030 표심에 대해선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에 따른 전‧월세 대란과 이 대통령 사건을 공소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작기소 특검, 그리고 정부의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젊은 층의 반감을 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를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홍준일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 집권 1년차에 '국정운영 방식이 맞느냐', '2년차에는 변화를 꾀해봐라'는 견제 사인을 보낸 것"이라며 "이념 지지층이 태도를 바꿨다고 하기엔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진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선인이 4일 서울시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출처 : 뉴스1)

국민의힘 내에선 선거 결과를 두고 해석이 엇갈립니다. 당권파 측은 "오 시장이 많이 득표한 지역, 세대는 중도가 아니라 오히려 보수층"이라며 "보수가 몰아줘서 당선된거지 중도 확장 덕분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반면 친오계 한 의원은 "선거는 보수, 진보가 각각 결집해놓고 이후 중원에서 얼만큼 잘 싸우냐가 성패를 가른다"며 "보수 결집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 중도층 표를 얼마나 가지고 왔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도 "오 시장이 강남에서 몰표를 받은 건 맞지만 나머지 강북에서도 큰 격차를 벌리지 않은 덕분에 이긴 것"이라며 "중도 보수 이미지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습니다.

"재보궐·기초단체장 선방" vs "유의동은 '탈동혁' 승리" 

당권파는 광역단체장 선거만큼 기초단체장, 그리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결과도 봐야한다고 강조합니다.

먼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19곳, 국민의힘은 95곳을 얻었습니다. 당권파는 탄핵과 대선 패배 직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민주당 151곳·자유한국당 53곳)에 비해 선방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장 대표 지역구가 있는 충남에서는 전체 15석 중 10석을 가져왔다는 겁니다.

정당 지지율을 가늠할 수 있는 전국 16개 시도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등 영남 전역, 강원 등 7곳에서 국민의힘에 밀렸습니다.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7석, 국민의힘 8석을 얻었습니다.

재보궐선거 결과는 전체 14석 중 9(민주당) 대 4(국민의힘) 대 1(무소속)입니다. 원래 13(민주당) 대 1(국민의힘) 구도에서 3석을 더 얻은 겁니다. 보수 텃밭인 대구 달성(이진숙) 외에 울산 남구갑(김태규), 경기평택시을(유의동), 충남 공주‧부여‧청양(윤용근)을 가져왔습니다.

송언석 전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선거 결과, 성패에 대한 여러 말이 있는데 최소한 오늘 이 자리에서 제 느낌으로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2018년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 때 전체 12석 가운데 경북 김천이 지역구인 자신만 유일하게 당선된 것과 비교해 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반면 쇄신파 한 의원은 "재보궐 선거에서 울산 남구갑은 원래 보수세가 강한 곳인데 김상욱 시장의 탈당으로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평택의 경우도 유 의원은 장 대표와 거리두기를 했기 때문에 이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결과에 의미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6·3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국민의힘 이진숙, 유의동, 윤용근, 김태규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출처 : 뉴스1)

"강원·충남·부산 접전" vs "선거에 '졌잘싸' 없어" 

단순히 선거 결과만이 아니라 '내용'을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광역단체장 기준 선거 결과는 12(민주당) 대 4(국민의힘).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경남을 제외하고 격전지인 서울을 사수하긴 했으나, 이는 오 시장이 '탈동혁'해서 승리한 것이라는 게 오 시장 측과 당내 쇄신파의 시각입니다. 전반적 패배라는 겁니다.

하지만 당권파는 접전지로 분류됐던 강원과 충남, 부산에서 5%p 안팎 차이로 민주당에 졌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겁니다. 2018년에는 대구·경북만 건졌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장 대표 측은 "보수 결집이 아니었으면 이 정도 접전이 나왔겠나"며 "무조건 현재 노선이 틀리고, 중도 확장으로 틀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친한계는 일축합니다. 진종오 의원은 "선거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없다"며 "만의 하나 이번에도 국민의 요구와 명령에 우리 국민의힘이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더 혹독하고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지난 4일, 페이스북)이라고 했습니다.

"감정 싸움 무슨 도움되나"…민주당은 평가위 백서 발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처 : 뉴스1)

국민의힘 내에선 당이 선거 결과를 냉정히 평가해서 어떤 점이 부족했으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논의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 내용으로 싸워야지 감정 싸움할 일이 아니다"며 "장 대표 보고 '조국만도 못하다', '선거 저승사자다'라고 하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그게 당에 어떤 도움이 되나"고 했습니다.

당권파인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각 정파와 계파에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여러 해석과 분석이 분분하다"며 "특히 이 문제를 당권의 문제와 결부시켜 여러 정치적 해석으로 국민의 심판을 훼손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명백히 반대한다"(지난 7일, 긴급 최고위원회의)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하지 않으면서 혼란이 더 커졌다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한 야권 인사는 "장 대표가 선거 결과 총평을 SNS 메시지로만 내는 게 맞느냐"고 했습니다. 선거를 이끈 당 대표가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 당선자들과 첫 상견례 자리인 지난 5일 의원총회에 오지 않는 게 맞느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민주당에서도 최대 승부처인 서울 선거 패배로 '정청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선거 다음 날인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도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했습니다. 이튿날 의원총회에서는 이번 선거 평가위원회를 당내·외부 인사로 구성해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