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6 11:41 정치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 현장 확인이 늦어지면서 다양한 관측이 나옵니다. 군은 조만간 유엔군사령부와 현장조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 2015년 목함지뢰 폭발 사건 처리 과정에 비하면 다소 늦은 대응이란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가장 궁금한 건 우리 군의 지뢰냐, 북한 군의 지뢰냐겠죠. 전문가들은 아주 작은 흔적으로도 지뢰의 종류를 가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파편부터 폭약까지…지뢰 흔적이 남긴 단서
우선 폭발 뒤 남은 파편입니다. 지뢰마다 외피를 구성하는 재질과 내부 부품이 다르기 때문에 잔해의 모양과 재질을 분석하면 종류를 좁힐 수 있습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뢰를 만드는 재질, 즉 외피도 남북 간에 서로 다르다"며 "북한의 목함지뢰 같은 경우 말 그대로 나무로 만든 함이기 때문에 나무 재질의 파편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화약 성분과 폭약량 역시 단서입니다. 신 연구위원은 "남북이 쓰는 폭약이 다르다"며 "남북이 사용하는 화약의 조성비가 있으니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갔는지 확인하면 적어도 우리 군의 것인지, 북한의 것인지는 구별이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밟는 순간 땅속에서 폭발했는지, 지뢰가 위로 튀어 오른 뒤 파편이 퍼졌는지 등도 작동 방식을 추정하는 중요 단서가 됩니다. 폭발구의 크기와 장병들의 부상 부위, 피복과 방호장비에 남은 흔적도 분석 대상입니다.
인천 강화도 동막해수욕장에서 유실지뢰 탐지 작전 중인 해병대 2사단. (사진 제공 뉴시스)
#전차도 잡는 우리 군 지뢰
우리 군의 대표적인 지뢰로는 M14와 M16 대인지뢰, 대전차지뢰가 있습니다.
M14는 이른바 '발목지뢰'로 불립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습니다. 플라스틱 재질의 원통형으로, 위에서 일정한 압력이 가해지면 폭발합니다. 폭약량은 29g 정도, 폭발력은 발과 다리에 집중됩니다. 밟은 사람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혀 전투력을 떨어뜨리도록 만들어진 지뢰입니다. 폭약량이 많지 않아 지뢰 덧신 등 보호장구를 착용했을 시 지뢰가 터져도 골절상 정도로만 부상을 입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M16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피해를 줍니다. 압력을 받거나 인계철선이 당겨지면 땅속에서 바로 폭발하지 않고 먼저 지상으로 튀어 오릅니다. 이후 일정 높이에서 폭발하며 금속 파편을 사방으로 뿌립니다. 한 사람의 발을 노리는 M14와 달리 주변에 있는 여러 명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도약식 지뢰'입니다. 폭약량도 450g 정도로 M16이 터졌을 경우 사람이 살아있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M15는 전차와 차량을 노리는 원형 대전차지뢰입니다. 사람이 밟는 정도의 압력으로는 일반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무거운 차량이 지나갈 때 폭발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대인지뢰와 비교해 폭약량이 훨씬 많아 차량의 궤도나 바퀴를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냅니다.
#더 다양한 북한 지뢰...목함·수지재·나뭇잎까지
북한군은 우리 군보다 다양한 지뢰를 운용합니다. 목함지뢰부터 수지재 반보병지뢰, 나뭇잎을 모방한 나뭇잎지뢰 등이 있습니다.
목함지뢰(사진제공 합동참모본부)
목함지뢰는 직사각형 나무 상자 안에 폭약과 신관을 넣은 대인지뢰입니다. 사람이 밟거나 뚜껑에 압력이 가해지면 폭발합니다. 나무로 만들어져 금속탐지기로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2015년 지뢰 폭발에서 우리 군 부사관 두 명이 다리를 잃었던 사건 당시에 북한군이 사용한 지뢰도 목함지뢰였습니다. 이번 폭발의 경우에도 목함지뢰 관측이 나옵니다. 우리 군 간부들이 지뢰덧신을 신었는데도 부상 정도가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나뭇잎과 비슷한 모양과 색으로 만들어진 나뭇잎지뢰도 있습니다. 낙엽이나 수풀 사이에서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폭약량은 약 40g으로 알려져있고 폭우 때 유실돼 남쪽으로 떠내려올 가능성도 군 당국이 경고한 바 있습니다.
북한군은 수지재 대인지뢰도 운용해왔습니다. 수지재 지뢰는 이름 그대로 합성수지 재질의 몸체에 고무 압력판을 얹은 대인지뢰입니다. 내부 격발장치 등에는 금속 부품도 들어갑니다. 사람이 밟아 일정한 압력이 가해지면 폭발해 발과 다리에 큰 피해를 주는 방식입니다. 이 밖에도 북한군은 폭발하면서 내부의 쇠구슬을 사방으로 뿌리는 강구지뢰와 전차·차량을 겨냥한 대전차지뢰 등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장 조사가 중요한 이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 중이란 우리 군. 다음 주 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폭발물 잔해 분석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파편의 재질과 형태, 화약 성분 등을 기존 남북 지뢰와 대조하면 지뢰 종류를 1차적으로 좁힐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곧바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제 지뢰로 확인되더라도 북한 지역에서 폭우 등에 유실돼 내려온 것인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의도적으로 매설한 것인지를 가려야 합니다.
결국 폭발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군은 조만간 유엔군사령부와 현장 조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정확한 폭발 지점과 주변에 남은 파편, 지형과 물길 등을 살펴보면 지뢰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판단할 추가 단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북한군이 MDL 이남에 지뢰를 직접 매설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정전협정 위반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우리 군과 정부가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도 관심이 쏠립니다.